강호에 고수들이 많습니다.
중앙일보 게시판에서 퍼왔는데 정치분석이 대단히 예리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글에는 속칭 노빠들의 댓글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필자가 김대중의 소심증 즉, 잦았던 失期를 고려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내세울 게 없는 리더쉽의 한계도 말입니다.
하여튼...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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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이 진정 두려워하는 상대 - 민주당
중앙일보 행정게시판 강화식 독자 / 2004-03-31
그동안 노대통령의 전략은, 아시다시피 대선자금을 비롯한 부패문제를 이용하여, 총선정국을 한나라당과 열우당과의 대결로 끌고 가고자 하는 것이었고, 지금은 탄핵돌풍을 맞아 기대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상태대로라면 대통령의 압승은 불을 보듯 뻔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 중 민주당은 민노당보다도 못한 지지도로 추락하고 말았지요. 이제 열우당이 개헌까지 할 수 있는 절대 다수의석을 차지할 지 모른다는 야당의 엄살이 어쩌면 현실로 다가올 지도 모릅니다.
이제 대통령은 승리감에 만족하고 있을까요?
이제 대통령은 그토록 원하는 원내 과반의석은 물론 어떻게든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재신임 문제에 이르기까지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제 모든 두려움으로 벗어났을까요? 과연?
노대통령의 마음속에 아직도 두려움이 남아있다면, 누구에 대한 두려움일까요?
한나라당일까요..? 민주당일까요..?
한나라당과의 싸움은, 지난 글에서 수없이 강조하기도 하고, 경고하기도 한 바와 같이, 확실한 약점을 쥐고 있으며, 공격의 정당성까지 갖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질래야 질 수 없는 싸움이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한나라당과의 지난 몇 번의 전투에서 이미 한나라당의 속성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내 손바닥안에 있소이다 하고 객기를 부리다 보니 탄핵까지 당하긴 했습니다만, 그것이 대세에 영향은커녕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버리고 말았던 것이지요.
민주당과의 싸움은 어떠할까요.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인 비서실장이 총선에 출마하면서, 어느 회견에서 총선후 다시 결합해야 할 상대라고 얘기했더군요. 민주당은 결코 공격할 수 없는 상대라는 것입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공격하면 할수록 대통령에겐 얻을 것이 하나도 없는 상대가 바로 민주당이라는 것입니다,
공격할 수 없는 상대와의 전쟁이라.... 이 얼마나 두려운 일입니까.
당신이라면 결코 공격해서는 안 되는 상대와 싸우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노대통령은 상황이 어떻든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임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기회만 있으면 자신들이 햇볕정책의 계승자라고 강조하곤 하지요.
노대통령이 대권을 향한 꿈을 키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후보경선시 광주에서 얻은 승리 덕분인 것은 누구나 아실 것입니다.
광주가 어떤 곳입니까.
그 이름만 들어도 눈에 눈물이 배어나게 하는 곳,
한국의 역사상 수많은 민주화 운동과 민족주의 운동의 본 고장이 광주이며,
바로 김대중대통령, 그 자신입니다.
그곳에서 이겼다는 것은 바로 김대중대통령의 후광을 얻는 것으로, 그 결과 이인제씨는 불공정한 경선이라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민주당에서 김대통령의 후광을 받고 있는 사람과 경선이라는 것이 말이 되겠습니까.
그런데 이유야 어떻건 김대중대통령의 손기운이 아직 식기도 전에 노대통령은 그 민주당을 뛰쳐나온 것입니다. 그러니 노무현대통령으로서는 김대중대통령의 의중이 여간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노대통령과 정의장, 김근태총무가 모두 갔지만, 누가 남아 있는가?
추미애, 그가 남아 있습니다. 동교동 실세들과 같이 말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점을 시사합니다.
추미애가 누굽니까?
노대통령을 만드는데, 공신중의 공신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죽하면, 정몽준씨가 보는 앞에서 추미애와 정동영을 다음 대선주자라고 공언하기까지 했겠습니까. 그것 때문에 노대통령이 얼마나 낭패를 볼 뻔하였습니까.
추미애는 누구보다도 노대통령이 개혁의 고삐를 다잡도록 밀어붙인 사람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대통령이 혹시 개혁을 저버리기라도 하면, 내 손에 먼저 죽을 것이다 뭐 그런 비슷한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노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깊은 사람입니까?
그러한 추미애가 남았습니다.
무언가 이상한 점이 없나요?
그냥 개인적인 성향으로 그랬거니 생각하나요?
개혁 정당 - 열린우리당을 마다하고, 그곳에서 보장된 찬란한 미래를 마다하고, 수구들의 껍데기 정당 - 민주당에 남아야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누군가 추의원이 강금실장관과의 질투 때문에 남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사람을 모독하는 발언에도 격조가 있어야 합니다. 이 말은 아무리 잘 보아주려고 해도, 여성을 의도적으로 비하하려는 치졸한 악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단 하나의 설득력있는 가설은 바로 김대중 대통령일 것입니다.
추미애가 그토록 신뢰하고 사랑하는 노대통령을 적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자신의 보장된 미래까지도 팽개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정치적 스승이며, 이 땅의 민주화 그 자체이신 <선생님>이외에 다른 납득할 만한 설명이 저로서는 도저히 떠오르질 않습니다.
아무리 님이 곱고 안타까워도, 부모를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동교동계는 현재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입장에 이긴 하지만, 아직은 정리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겠지요. 그들은 서서히 퇴장하면서 김대중대통령의 업적을 정리해 나가야 하는 소명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김대중대통령의 분신과 같은 민주당이 그러한 소명을 완수하기도 전에 공중분해가 될 상황에 처한 것이지요. 그 당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추미애였습니다.
추미애가 없는 민주당을 상상해 보면 그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바로 김대중대통령의 장남 김홍일의원입니다.
그는 아버지로 인하여 가장 큰 피해를 본 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 자신보다 더 큰 피해를 입고 있어, 김대중대통령도 그 아들에 대한 인간적 연민을 토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김대통령의 배려로 그의 고향에서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예전 민주화 시절 고문의 후유증으로 아직도 심한 고통속에 있는 모양입니다..
그 김홍일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였다는 소식으로 얼마나 정국에 큰 파장을 갖고 왔었던가요?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은 곧 종말을 고하겠구나 생각했을 것입니다. 적어도 김대중대통령의 의중이 민주당을 떠났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 김의원이 10여일 만에 탈당을 번복하고,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 왔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상식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탈당을 한 것은 아마도 김의원 자신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 주변의 참모들이 열린우리당의 위세에 눌려 그렇게 조언을 했겠지요.
그러면 그를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잔류의원들이 떼로 몰려가서 못살게 굴어 할 수 없이 돌아왔다? 이게 뭐 어린애들 소꿉놀이도 아니고...
정상적인 추측이라면, 그가 정치적 신뢰를 희생하면서까지 돌아 올 수밖에 없었던 강력한 어떤 힘에 의해 복귀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 힘은 적어도 그를 탈당하게 만든 힘보다도 엄청나게 강한 힘이었음이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해프닝은, 아직은 민주당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경고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민주당이 탄핵을 주도하더니, 급기야는 대통령을 탄핵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성급한 사람들은 민주당이 곧 해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서슴없이 내 놓고 있습니다.
추의원과 조대표와의 갈등으로 인하여 또 다른 분당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며칠동안이나 지면을 장식했었죠. 좀 지나치긴 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추미애가 민주당을 분해시키고, 열우당과 합류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이라고 까지 하였습니다. 아직도 열우당에서는 추미애를 애타게 부르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의 순진하신 조대표께서 사태를 잘 모르고 계셨던 것입니다.
민주당은 애초에 조대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닙니다. 그는 평생을 비주류로 지내온 사람입니다. 대표라니요? 대표도 하고 싶어서 한 것입니까? 주변에서 맡아달라고 강요하다시피 해서 맡은 것 아닙니까? 민주당은 분당시점부터 추미애의원에게 맡겨진 당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결국 동교동은 추미애 편에 서서, 조대표로 하여금 2선으로 물러나지 않으면 안되게 하고 말았지요. 2선에 숨어 목소리를 내지 않기로 한 동교동계가 나서서 사태를 확실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김대중대통령은 어느 외신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탄핵이 "의미있는" 것이라 했습니다.
"잘못됐다"가 아니라 "의미있는" 것이랍니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에, 국민의 70%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왜 이러한 표현을 썼을까요? 그 동안 민주당의 그 심저를 흐르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류의 연장선에서 보면, 그냥 흘려 듣기에는 왠지 좀 께름칙한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물론 그 후에 별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라는 주석이 뒤따르긴 했지만, 정치적인 언급이라는 것이 늘 그런 주석이 따르게 마련이지요.
이제 민주당에 아직 김대중대통령의 숨결이 살아있다고 믿어도 좋을 것입니다.
노대통령은 그것이 두려운 것입니다.
부영(김대통령 치세동안 급성장한 건설업체)문제를 건드리는 것을 보고, 혹자는 이것이 김대중대통령에게 일종의 경고를 보내는 것일지 모른다고 했는데... 설마? 아닐 것입니다. 누군가 생각머리없는 친구가 실수한 것이거나, 정작 김대통령 자신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것일 확률이 큽니다.
협박이라니요? 수십년간 지옥의 문턱을 쉴 새없이 드나들던 김대통령에게 협박이라니요?
노대통령은 김대통령을 상대해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김대중대통령과 노대통령은 싸운다는 것은 우선 격이 맞질 않습니다. 세상에 사부와 결투를 하거나, 시비를 걸려는 망나니가 어디 있습니까?
둘째는 수가 맞질 않습니다. 노대통령이 고수라는 사실은 여러 번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만, 수에 관한 한 김대통령을 따를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이미 수에 관한 한 신의 경지에 다달은 김대통령을 상대한다는 것은 바로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것을 노대통령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전략적으로도, 노대통령의 지지층은 바로 김대통령의 지지층과 상당 부분 중복되어 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한나라당하고의 싸움에서야 어차피 대부분의 지지층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마음놓고 수를 펼칠 수 있지만, 김대통령과는 쓸 수 있는 수도 없으려니와 그 수라는 것들도 모두 김대통령과는 한 수 아래인 수들 뿐이니까요. 또한 대부분의 수들이 바로 자신의 지지층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노대통령이 잘 쓰는 수 중 하나인 "좋은 학교 나온 사람들이..."하는 것도 김대통령에게는 한참 하수이니 쓸 수 없고, 민주화는 입도 뻥끗할 수 없는 처지이고, 대선자금을 들추자니 김대통령시절 원도 한도 없이 써봤다는 자신의 정치자금이 코가 꿰어 있는 상태이니... 도대체 쓸 수 있는 수가 없는 것입니다. 권노갑씨가 자신이 입만 열면 여럿이 다친다고 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누가 누구에게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싸우나마나 결과는 뻔한 것이지요.
김대통령 혼자서 민주당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구요?
김대통령이 이제까지 삶과 죽음의 고비고비를 혼자서 넘어 오셨던가요?
지금도 그의 말 한마디면 심장마비 일으킬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노사모에 비하겠습니까?
아니 지금 노대통령과 그의 주변에 누가 있습니까? 열우당이야말로 노대통령이 없이는 바로 바람빠진 풍선 아닌가요? 노대통령이야말로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서 다하고 계신 것이지요. 오죽하면 탄핵의 위험을 무릅쓰고, 총선을 재신임과 연계하겠다고 하겠습니까? 오늘은 정의장도 총선에서 탄핵에 대한 잘못을 묻겠다고 하는군요. 아예 대선을 치르는 것입니다. 총선에서 열우당 스스로 인물과 정책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면,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총선에 올인하면서,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겠습니까? 모두가 다 열우당이 변변치 못하기 때문이지요.
사실 그렇게 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김대통령은 더도 말고 딱 한마디만 하면 그날로 상황은 끝일 것입니다. 그렇게 하실지 어떨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만....
마지막으로, 탄핵 후에 열우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을 분석해 보면, 사실은 대부분 집안표에 약간의 부동표가 더해진 것입니다. 즉, 대부분 민주당 지지층이 한나라당을 견제하기 위해 열우당으로 표쏠림이 일어난 것이지요.
골수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설사 탄핵에는 반대한다고 해도, 열우당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고, 일부 지지성향이 약한 사람들이 부동층으로 이동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즉, 탄핵에 반대한다는 것이 곧 열우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이처럼 중간층의 사람들은 전투가 본격화되면, 미워도 다시 한번, 언제든지 다시 돌아설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안심할 계제가 아니지요.
그러면 민주당의 지지가 그렇게 급격하게 열우당으로 이동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물론 탄핵을 한 것이 직접적인 이유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것뿐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민주당의 지지자들은 탄핵을 했다는 점 때문이 아니라, 바로 한나라당과 입을 맞추었다는 점 때문에 민주당에 심한 배반감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추미애 의원이 선대위장으로서 처음 한 일이 바로 한나라당과의 공조를 추진했던 인사들을 잘라버린 것이죠. 아주 단칼에! 대단하지 않습니까. 전 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기라성같은 선배의원들의 명줄을 단칼에 잘라내는 모습의 추미애는 마치 금강야차와 같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그중 두 곳은 아예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 후보를, 그것도 거물급 후보를 쳐내면서 그곳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니? 누가 감히 이런 발상을 하겠습니까? 지금 추미애는 대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황산벌에 나가며, 먼저 자식과 부인을 죽인 계백처럼, 대결전을 위한 정지작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대결전을 위해서라면 그까짓 의석 한두 석따위는 안중에 없는 것입니다.
이 비장함을 느끼지 못하십니까? 저는 소름이 끼칩니다.
민주당원들이 이 비장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정말 민주당의 앞날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조대표는 또 대중없이 나서시는군요. 결국 죽었던 송장이 되살아 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뭐 대수겠습니까? 어차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을요. 요는 추미애의 의지를 확실히 천명했다는 점이 중요한 것입니다.)
어떻든 목표는 정해졌습니다. 민주당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다시 회복이라도 하는 날이면, 모든 것이 일장춘몽 아니겠습니까? 빨리 달아오른 열기는 식을 때도 금방 식는 법입니다.
대통령으로서야 이보다 끔찍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 대통령이나 열우당의 지지도라는 것은 그런 점에서 보면 사실 모래성같은 것이지요.
태양이 떠오르기 전 잠시 시야를 가리는 안개같은 것 말입니다.
민주당이 민노당보다 지지율이 못하다구요..? 그래서요?
호남에서도 열우당이 승승장구하고 있다구요...? 그래서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게임에서 김칫국부터 드시지는 마십시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게 마련입니다.
15일이면 세상을 몇 번이라도 뒤집을 수 있는 천하의 고수들입니다.
문제는 김대중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이냐, 그가 어느 정도 개입할 것이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기간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입니다.
물론 김대통령으로서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잘못하면 지역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나 또 다른 역풍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노대통령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특유의 오기가 발동하여, "막가자는 거지요...?"하고 한번 씩~ 웃으면, 그 다음엔 아무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상대가 약하더라도, "죽여라...죽여!"하고 덤빈다면, 그보다 난감한 일도 다시 없거든요. 사부가 제자와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인다는 것도 윗사람으로서 그리 좋은 그림도 아니고... 권력의 뒤안길로 물러선 지금 옛 지지자들을 다시 결집시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고... 그렇다고 민주당이 고사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도 없고... 김대통령의 해법을 기대해 보는 것도 정국의 흐름을 분석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제 추미애의원을 필두로 한 민주당의 움직임과
이에 대응하는 노대통령의 움직임에 주목해 보십시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정국의 향방을 가름할 여러 가지 힌트들이 하나씩 나타날 것입니다.
중앙일보 게시판에서 퍼왔는데 정치분석이 대단히 예리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글에는 속칭 노빠들의 댓글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필자가 김대중의 소심증 즉, 잦았던 失期를 고려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내세울 게 없는 리더쉽의 한계도 말입니다.
하여튼...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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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이 진정 두려워하는 상대 - 민주당
중앙일보 행정게시판 강화식 독자 / 2004-03-31
그동안 노대통령의 전략은, 아시다시피 대선자금을 비롯한 부패문제를 이용하여, 총선정국을 한나라당과 열우당과의 대결로 끌고 가고자 하는 것이었고, 지금은 탄핵돌풍을 맞아 기대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상태대로라면 대통령의 압승은 불을 보듯 뻔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 중 민주당은 민노당보다도 못한 지지도로 추락하고 말았지요. 이제 열우당이 개헌까지 할 수 있는 절대 다수의석을 차지할 지 모른다는 야당의 엄살이 어쩌면 현실로 다가올 지도 모릅니다.
이제 대통령은 승리감에 만족하고 있을까요?
이제 대통령은 그토록 원하는 원내 과반의석은 물론 어떻게든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재신임 문제에 이르기까지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제 모든 두려움으로 벗어났을까요? 과연?
노대통령의 마음속에 아직도 두려움이 남아있다면, 누구에 대한 두려움일까요?
한나라당일까요..? 민주당일까요..?
한나라당과의 싸움은, 지난 글에서 수없이 강조하기도 하고, 경고하기도 한 바와 같이, 확실한 약점을 쥐고 있으며, 공격의 정당성까지 갖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질래야 질 수 없는 싸움이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한나라당과의 지난 몇 번의 전투에서 이미 한나라당의 속성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내 손바닥안에 있소이다 하고 객기를 부리다 보니 탄핵까지 당하긴 했습니다만, 그것이 대세에 영향은커녕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버리고 말았던 것이지요.
민주당과의 싸움은 어떠할까요.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인 비서실장이 총선에 출마하면서, 어느 회견에서 총선후 다시 결합해야 할 상대라고 얘기했더군요. 민주당은 결코 공격할 수 없는 상대라는 것입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공격하면 할수록 대통령에겐 얻을 것이 하나도 없는 상대가 바로 민주당이라는 것입니다,
공격할 수 없는 상대와의 전쟁이라.... 이 얼마나 두려운 일입니까.
당신이라면 결코 공격해서는 안 되는 상대와 싸우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노대통령은 상황이 어떻든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임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기회만 있으면 자신들이 햇볕정책의 계승자라고 강조하곤 하지요.
노대통령이 대권을 향한 꿈을 키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후보경선시 광주에서 얻은 승리 덕분인 것은 누구나 아실 것입니다.
광주가 어떤 곳입니까.
그 이름만 들어도 눈에 눈물이 배어나게 하는 곳,
한국의 역사상 수많은 민주화 운동과 민족주의 운동의 본 고장이 광주이며,
바로 김대중대통령, 그 자신입니다.
그곳에서 이겼다는 것은 바로 김대중대통령의 후광을 얻는 것으로, 그 결과 이인제씨는 불공정한 경선이라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민주당에서 김대통령의 후광을 받고 있는 사람과 경선이라는 것이 말이 되겠습니까.
그런데 이유야 어떻건 김대중대통령의 손기운이 아직 식기도 전에 노대통령은 그 민주당을 뛰쳐나온 것입니다. 그러니 노무현대통령으로서는 김대중대통령의 의중이 여간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노대통령과 정의장, 김근태총무가 모두 갔지만, 누가 남아 있는가?
추미애, 그가 남아 있습니다. 동교동 실세들과 같이 말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점을 시사합니다.
추미애가 누굽니까?
노대통령을 만드는데, 공신중의 공신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죽하면, 정몽준씨가 보는 앞에서 추미애와 정동영을 다음 대선주자라고 공언하기까지 했겠습니까. 그것 때문에 노대통령이 얼마나 낭패를 볼 뻔하였습니까.
추미애는 누구보다도 노대통령이 개혁의 고삐를 다잡도록 밀어붙인 사람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대통령이 혹시 개혁을 저버리기라도 하면, 내 손에 먼저 죽을 것이다 뭐 그런 비슷한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노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깊은 사람입니까?
그러한 추미애가 남았습니다.
무언가 이상한 점이 없나요?
그냥 개인적인 성향으로 그랬거니 생각하나요?
개혁 정당 - 열린우리당을 마다하고, 그곳에서 보장된 찬란한 미래를 마다하고, 수구들의 껍데기 정당 - 민주당에 남아야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누군가 추의원이 강금실장관과의 질투 때문에 남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사람을 모독하는 발언에도 격조가 있어야 합니다. 이 말은 아무리 잘 보아주려고 해도, 여성을 의도적으로 비하하려는 치졸한 악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단 하나의 설득력있는 가설은 바로 김대중 대통령일 것입니다.
추미애가 그토록 신뢰하고 사랑하는 노대통령을 적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자신의 보장된 미래까지도 팽개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정치적 스승이며, 이 땅의 민주화 그 자체이신 <선생님>이외에 다른 납득할 만한 설명이 저로서는 도저히 떠오르질 않습니다.
아무리 님이 곱고 안타까워도, 부모를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동교동계는 현재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입장에 이긴 하지만, 아직은 정리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겠지요. 그들은 서서히 퇴장하면서 김대중대통령의 업적을 정리해 나가야 하는 소명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김대중대통령의 분신과 같은 민주당이 그러한 소명을 완수하기도 전에 공중분해가 될 상황에 처한 것이지요. 그 당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추미애였습니다.
추미애가 없는 민주당을 상상해 보면 그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바로 김대중대통령의 장남 김홍일의원입니다.
그는 아버지로 인하여 가장 큰 피해를 본 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 자신보다 더 큰 피해를 입고 있어, 김대중대통령도 그 아들에 대한 인간적 연민을 토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김대통령의 배려로 그의 고향에서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예전 민주화 시절 고문의 후유증으로 아직도 심한 고통속에 있는 모양입니다..
그 김홍일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였다는 소식으로 얼마나 정국에 큰 파장을 갖고 왔었던가요?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은 곧 종말을 고하겠구나 생각했을 것입니다. 적어도 김대중대통령의 의중이 민주당을 떠났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 김의원이 10여일 만에 탈당을 번복하고,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 왔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상식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탈당을 한 것은 아마도 김의원 자신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 주변의 참모들이 열린우리당의 위세에 눌려 그렇게 조언을 했겠지요.
그러면 그를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잔류의원들이 떼로 몰려가서 못살게 굴어 할 수 없이 돌아왔다? 이게 뭐 어린애들 소꿉놀이도 아니고...
정상적인 추측이라면, 그가 정치적 신뢰를 희생하면서까지 돌아 올 수밖에 없었던 강력한 어떤 힘에 의해 복귀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 힘은 적어도 그를 탈당하게 만든 힘보다도 엄청나게 강한 힘이었음이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해프닝은, 아직은 민주당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경고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민주당이 탄핵을 주도하더니, 급기야는 대통령을 탄핵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성급한 사람들은 민주당이 곧 해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서슴없이 내 놓고 있습니다.
추의원과 조대표와의 갈등으로 인하여 또 다른 분당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며칠동안이나 지면을 장식했었죠. 좀 지나치긴 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추미애가 민주당을 분해시키고, 열우당과 합류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이라고 까지 하였습니다. 아직도 열우당에서는 추미애를 애타게 부르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의 순진하신 조대표께서 사태를 잘 모르고 계셨던 것입니다.
민주당은 애초에 조대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닙니다. 그는 평생을 비주류로 지내온 사람입니다. 대표라니요? 대표도 하고 싶어서 한 것입니까? 주변에서 맡아달라고 강요하다시피 해서 맡은 것 아닙니까? 민주당은 분당시점부터 추미애의원에게 맡겨진 당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결국 동교동은 추미애 편에 서서, 조대표로 하여금 2선으로 물러나지 않으면 안되게 하고 말았지요. 2선에 숨어 목소리를 내지 않기로 한 동교동계가 나서서 사태를 확실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김대중대통령은 어느 외신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탄핵이 "의미있는" 것이라 했습니다.
"잘못됐다"가 아니라 "의미있는" 것이랍니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에, 국민의 70%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왜 이러한 표현을 썼을까요? 그 동안 민주당의 그 심저를 흐르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류의 연장선에서 보면, 그냥 흘려 듣기에는 왠지 좀 께름칙한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물론 그 후에 별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라는 주석이 뒤따르긴 했지만, 정치적인 언급이라는 것이 늘 그런 주석이 따르게 마련이지요.
이제 민주당에 아직 김대중대통령의 숨결이 살아있다고 믿어도 좋을 것입니다.
노대통령은 그것이 두려운 것입니다.
부영(김대통령 치세동안 급성장한 건설업체)문제를 건드리는 것을 보고, 혹자는 이것이 김대중대통령에게 일종의 경고를 보내는 것일지 모른다고 했는데... 설마? 아닐 것입니다. 누군가 생각머리없는 친구가 실수한 것이거나, 정작 김대통령 자신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것일 확률이 큽니다.
협박이라니요? 수십년간 지옥의 문턱을 쉴 새없이 드나들던 김대통령에게 협박이라니요?
노대통령은 김대통령을 상대해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김대중대통령과 노대통령은 싸운다는 것은 우선 격이 맞질 않습니다. 세상에 사부와 결투를 하거나, 시비를 걸려는 망나니가 어디 있습니까?
둘째는 수가 맞질 않습니다. 노대통령이 고수라는 사실은 여러 번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만, 수에 관한 한 김대통령을 따를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이미 수에 관한 한 신의 경지에 다달은 김대통령을 상대한다는 것은 바로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것을 노대통령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전략적으로도, 노대통령의 지지층은 바로 김대통령의 지지층과 상당 부분 중복되어 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한나라당하고의 싸움에서야 어차피 대부분의 지지층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마음놓고 수를 펼칠 수 있지만, 김대통령과는 쓸 수 있는 수도 없으려니와 그 수라는 것들도 모두 김대통령과는 한 수 아래인 수들 뿐이니까요. 또한 대부분의 수들이 바로 자신의 지지층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노대통령이 잘 쓰는 수 중 하나인 "좋은 학교 나온 사람들이..."하는 것도 김대통령에게는 한참 하수이니 쓸 수 없고, 민주화는 입도 뻥끗할 수 없는 처지이고, 대선자금을 들추자니 김대통령시절 원도 한도 없이 써봤다는 자신의 정치자금이 코가 꿰어 있는 상태이니... 도대체 쓸 수 있는 수가 없는 것입니다. 권노갑씨가 자신이 입만 열면 여럿이 다친다고 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누가 누구에게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싸우나마나 결과는 뻔한 것이지요.
김대통령 혼자서 민주당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구요?
김대통령이 이제까지 삶과 죽음의 고비고비를 혼자서 넘어 오셨던가요?
지금도 그의 말 한마디면 심장마비 일으킬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노사모에 비하겠습니까?
아니 지금 노대통령과 그의 주변에 누가 있습니까? 열우당이야말로 노대통령이 없이는 바로 바람빠진 풍선 아닌가요? 노대통령이야말로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서 다하고 계신 것이지요. 오죽하면 탄핵의 위험을 무릅쓰고, 총선을 재신임과 연계하겠다고 하겠습니까? 오늘은 정의장도 총선에서 탄핵에 대한 잘못을 묻겠다고 하는군요. 아예 대선을 치르는 것입니다. 총선에서 열우당 스스로 인물과 정책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면,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총선에 올인하면서,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겠습니까? 모두가 다 열우당이 변변치 못하기 때문이지요.
사실 그렇게 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김대통령은 더도 말고 딱 한마디만 하면 그날로 상황은 끝일 것입니다. 그렇게 하실지 어떨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만....
마지막으로, 탄핵 후에 열우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을 분석해 보면, 사실은 대부분 집안표에 약간의 부동표가 더해진 것입니다. 즉, 대부분 민주당 지지층이 한나라당을 견제하기 위해 열우당으로 표쏠림이 일어난 것이지요.
골수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설사 탄핵에는 반대한다고 해도, 열우당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고, 일부 지지성향이 약한 사람들이 부동층으로 이동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즉, 탄핵에 반대한다는 것이 곧 열우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이처럼 중간층의 사람들은 전투가 본격화되면, 미워도 다시 한번, 언제든지 다시 돌아설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안심할 계제가 아니지요.
그러면 민주당의 지지가 그렇게 급격하게 열우당으로 이동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물론 탄핵을 한 것이 직접적인 이유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것뿐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민주당의 지지자들은 탄핵을 했다는 점 때문이 아니라, 바로 한나라당과 입을 맞추었다는 점 때문에 민주당에 심한 배반감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추미애 의원이 선대위장으로서 처음 한 일이 바로 한나라당과의 공조를 추진했던 인사들을 잘라버린 것이죠. 아주 단칼에! 대단하지 않습니까. 전 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기라성같은 선배의원들의 명줄을 단칼에 잘라내는 모습의 추미애는 마치 금강야차와 같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그중 두 곳은 아예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 후보를, 그것도 거물급 후보를 쳐내면서 그곳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니? 누가 감히 이런 발상을 하겠습니까? 지금 추미애는 대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황산벌에 나가며, 먼저 자식과 부인을 죽인 계백처럼, 대결전을 위한 정지작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대결전을 위해서라면 그까짓 의석 한두 석따위는 안중에 없는 것입니다.
이 비장함을 느끼지 못하십니까? 저는 소름이 끼칩니다.
민주당원들이 이 비장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정말 민주당의 앞날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조대표는 또 대중없이 나서시는군요. 결국 죽었던 송장이 되살아 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뭐 대수겠습니까? 어차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을요. 요는 추미애의 의지를 확실히 천명했다는 점이 중요한 것입니다.)
어떻든 목표는 정해졌습니다. 민주당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다시 회복이라도 하는 날이면, 모든 것이 일장춘몽 아니겠습니까? 빨리 달아오른 열기는 식을 때도 금방 식는 법입니다.
대통령으로서야 이보다 끔찍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 대통령이나 열우당의 지지도라는 것은 그런 점에서 보면 사실 모래성같은 것이지요.
태양이 떠오르기 전 잠시 시야를 가리는 안개같은 것 말입니다.
민주당이 민노당보다 지지율이 못하다구요..? 그래서요?
호남에서도 열우당이 승승장구하고 있다구요...? 그래서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게임에서 김칫국부터 드시지는 마십시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게 마련입니다.
15일이면 세상을 몇 번이라도 뒤집을 수 있는 천하의 고수들입니다.
문제는 김대중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이냐, 그가 어느 정도 개입할 것이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기간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입니다.
물론 김대통령으로서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잘못하면 지역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나 또 다른 역풍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노대통령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특유의 오기가 발동하여, "막가자는 거지요...?"하고 한번 씩~ 웃으면, 그 다음엔 아무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상대가 약하더라도, "죽여라...죽여!"하고 덤빈다면, 그보다 난감한 일도 다시 없거든요. 사부가 제자와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인다는 것도 윗사람으로서 그리 좋은 그림도 아니고... 권력의 뒤안길로 물러선 지금 옛 지지자들을 다시 결집시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고... 그렇다고 민주당이 고사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도 없고... 김대통령의 해법을 기대해 보는 것도 정국의 흐름을 분석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제 추미애의원을 필두로 한 민주당의 움직임과
이에 대응하는 노대통령의 움직임에 주목해 보십시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정국의 향방을 가름할 여러 가지 힌트들이 하나씩 나타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