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나타난 세대변수(조선)

by 永樂 posted Apr 23, 2004
[총선서 나타난 세대변수] 20代초반, 열린우리·한나라 지지 비슷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한국 정치의 분석틀은 1차 방정식에서 2차 방정식으로 바뀌었다. 종전엔 동서(東西)로 갈리는 지역변수로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었지만, 30대 이하와 50대 이상의 정당 선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세대변수도 그에 못지 않은 중요성을 갖게 됐다.

그런데 이번 4·15 총선을 통해 이 세대 변수에 두 가지 불규칙성이 발견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7일 전국의 투표자 1686명을 상대로 실시한 4·15 총선 사후조사에 따르면, 한국 정치의 진보성을 견인해 왔던 386세대(3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와 새로 유권자층에 편입된 20대 초반 세대의 투표 성향에서 2002년 대선과는 다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 ‘86세대’, 386과 486으로 분화되나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 추동 세력의 상징으로 사용돼 온 ‘386세대’란 용어는 이제 맞지 않게 됐다. 이 세대의 맏형인 80학번은 이미 4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이 세대 그룹의 절반이 30대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86세대로 부르거나 세대 전체를 386과 486으로 나누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선 386과 486의 정치 의식이 약간 달라지는 듯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갤럽조사결과 지역구 선거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 투표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35~39세인 386세대는 열린우리당 51.4%, 한나라당 28.2%로 압도적인 열린우리당 지지성향을 보여줬다. 반면 40~44세인 486세대들은 열린우리당 44.3%, 한나라당 36.4%로 지지율 격차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40대 후반과 비슷한 투표성향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486세대들은 비례투표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에선 40대 후반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진보성을 보였다. 이들은 민주노동당에 18.5%의 지지를 보였는데, 이는 30대 후반의 21.1%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고, 40대 후반의 9.1%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2년 전 대선에서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켰던 486들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투표에선 40대 후반과 비슷했고 정당투표에선 386과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이런 현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고려대 정치학과 이내영 교수는 “80세대들도 40대의 문턱을 넘어서며
보수화의 과정을 밟는 것”이라며 “정당투표에서 민노당을 지지한 것은 기존 정당질서에 대한 반발차원”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대 정치학과 조중빈 교수는 “80년대 민주화운동 경험을 공유한 86세대들은 민노당 지지를 통해 자신들의 진보적 이념성향을 다시 보여준 것이며, 이런 투표행태는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20대 초반 정치 신(新)인류

갤럽조사에서 20~24세 유권자들은 열린우리당 41.3%, 한나라당 38.9% 등 양대 정당에 대한 지지율 차가 3%포인트도 안됐다. 이는 25~29세 유권자들이 열린우리당 47.9%, 한나라당 26.2%로 지지율 격차가 20%포인트가 넘는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20대 후반은 386세대와 거의 같은 투표 성향을 보이는 반면, 20대 초반은 40대 후반 내지 50대 초반 유권자와 비슷한 투표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정당투표에서도 20대 초반은 20대 후반 및 30대에 비해 한나라당 지지율이 10%포인트 가량이나 높았다.

고려대 박길성 교수는 20대 초반을 “탈정치화된 문화세대”로 규정하면서 “보수로 도피한 이들의 탈정치적 성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측했다. 연세대 한준 교수는 “경기침체로 인해 매우 불안한 20대 초반은 이전 세대와 단절감을 느끼면서 동화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들이 30대로 접어들더라도 지금의 30대보다는 훨씬 보수적일 것”으로 보았다.

(홍영림기자 ylhong@chosun.com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251 [동아일보] 황우석 교수 인터뷰 이왕재 2004.05.27 1831
250 (모음) 주한미군 재배치 관련 논란... 永樂 2004.05.24 1873
249 [중앙일보] 브라질, 중국 방문의 의미 이왕재 2004.05.24 1758
248 [문화일보] ‘강소국 외교’에 기대한다 이왕재 2004.05.19 1641
247 [간도통신] 일본·인도·중국에서 「아시아판 NATO」? 이왕재 2004.05.19 1952
246 [동아일보] 北 "서해油田 개발" 南에 요청 이왕재 2004.05.19 1673
245 역사해석분과 5. 8. 발언록 希言 2004.05.17 1676
244 [김대중 칼럼] 미국 以後 이왕재 2004.05.14 1680
243 [re] [김대중 칼럼] 미국 以後 유동걸 2004.05.15 1708
242 독도는 우리땅? 이왕재 2004.05.14 1941
241 민족주의에 대한 몇 가지 문제 제기 民主 2004.05.12 1653
240 [중앙일보] 열린우리당의 愚問 이왕재 2004.05.07 1557
239 [동아일보 여론조사]脫美親中 경향... 이왕재 2004.05.04 1713
238 [17차화요대화마당] 용천이후, 대북 인도적 지원 어떻게 해야 하나? 강성룡 2004.04.29 1723
» 총선서 나타난 세대변수(조선) 永樂 2004.04.23 165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 32 Next
/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