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김대중 칼럼] 미국 以後

by 유동걸 posted May 15, 2004
거짓된 계몽에 의해서 거짓 신화에 이끌려온 역사 청산의 기운이 바야흐로 한반도를 덮기 시작했다. 이는 한갑자에 가까운 분단의 굴레에 갇혀 현실을올바로 보지 못하고 환영(幻影)과 미몽(迷夢)에 빠져온 한국민의 자각과 성찰의 자체-계몽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석유패권과 달러화 수호를 위해 이라크에서 추악한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구역질나는 본질은 - 그것이 자본이든 군사력이든 - 더 이상 이해와 동정의 여지를 구할 수 없는 도덕적 치부를 여지없이 드러내 보여주었다.

한국전쟁 끝물에서, 핵사용을 불사하려던 맥아더의 호전적 전략판단이 뒷걸음치고 결국 굴복으로 휴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은 이승만의 무지몽매가 한미- 혹은 한미일 -동맹이라는 거짓 계몽과 신화 속에서 한국민을 노예로 만들고 -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만취해서 한국시민을 흉기로 찌를 미군의 희희낙락하는 오만방자는 계속된다 - 파블로프의 개처럼 한미동맹만을 절대 신조로 숭앙하도록 길들여왔다.

이제 감전의 상황은 끝났는데도, 앞선 원숭이들이 감전사한 공포의 기억 때문에 과감히 철조망을 넘지 못하는 후배 원숭이들의 슬픈 역사가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마지막 몸부림으로, 보수적인 노무현 정부까지를 친북좌파로 몰아붙이는 조갑제나 김대중의 처절함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제 친일에서 친미까지 외세에 기생하며 온갖 권력과 자본의 특혜를 누려온 소위 수구의 몸부림은 그 종착역을 향해서 마지막 경적을 울리고 있다.

시대를 꿰뚫어보는 특별한 혜안이 아니라 하더라도, 21세기 한국역사를 움직이는 거대한 동력이나 사상 원리를 잘 모르는 무지랭이 촌부나 공장일꾼이라도 이제 무엇이 정의이고 힘이며 누가 악이고 선인가를 알만큼 이 시대는 또 다른 계몽의 사다리를 타고 새로운 역사창조의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2002년의 월드컵을 통해 불타오른 참여문화의 불길은 -그것을 수구 세력들은 온갖 포퓰리즘으로 폄하하려고 기를 씀에도 불구하고 -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이자 역사의 법칙으로 뚜벅뚜벅 그 길을 당차게 걸어가고 있다. 효순 미선의 고통에 동참한 촛불시위가  탄핵기각과 이라크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의 힘으로 결집되는 이 순간까지의 지난 역사가 이를 온몸으로 증명하지 않는가!

우리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일제찌꺼기의 독소를 스스로 정화하지 못한 채 - 미국의 패권 앞에 한없이 초라한 종속의 길을 걸어왔으면서도 이주 노동자 억압을 예로 보듯이 국가든 개인이든 약자에게는 서구의 흰 가면을 쓴 사실도 망각한 채, 스스로 강해지려는 패권이데올로기를 휘두르려는 - 미국의 강한 힘 앞에서 무릎을 펼 줄 모르고 살아왔다.

시장에서, 군대에서, 극장에서, 심지어 교실에서조차 미국-자본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와 남근적 권위 앞에서 고개를 숙여왔다. 그리고 그 모든 체계의 정점에 한-미 동맹의 거짓된 신화와 환상이 있다.

교도소에 갇혀 시키는대로만 살다가 사면되어 나온 장기수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심지어 수퍼마켓에서 일을 하다가도 화장실에 갈 때면 꼭 주인의 허락을 받으려 했던 쇼생크 탈출의 그 목맨 노인처럼) - 자유로부터 끝없이 도피해온 우리 민족은 이제 자신 앞에 다가오는 자유의 권리를 스스로 외면하며 공포감에 빠진 채 도피하지 말고 당당한 축복과 자부심으로 누려살아갈 수 있는 자유에의 적극적인 용기, 존재에의 당찬 발걸음이 필요하다.

물론 너무 급작스런 변화와 지난 반세기를 다져온 한미 관계의 급작스런 불균형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가져다주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지금의 부풀려진 경제위기론처럼 수구 언론의 그 위악적인 과장과 호들갑만 아니라면 현명한 우리 국민들은 충분히 차분하고 냉철한 이성에 기반하여 변화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잡아가겠지만 아직은 친일-친미의 호전적인 냉전수구세력들이 벌이는 거짓 선전전과 여론전략 또한 가볍지않게 국론을 분열시켜가는 과정이므로 보다 긴 호흡과 여유를 지닌 섬세한 과정 이해와 현실 파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우리는 중세 마녀재판 수준 이하의 국가보안법이 엄존하는 현실을 용인하면서 현실은 무지의 나락의 빠뜨리는 데 일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허위의 탈을 쓴 90년대의 포스트모던을 지나 계몽적이며 창조적인 - 움베르트 에코는 ‘돌아온’이라 표현한 지금의 새로운 중세를 나는 계몽을 동반한 창조성이라 믿는다 - 중세를 맞이하는 21세기의 새시기를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고 준비하자. 그건 개혁을 표방하는 어느 세력에게 기댈 것 없는 바로 우리 -자신들의 주체적인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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