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강소국 외교’에 기대한다
조용기자 cy20@munhwa.com
우리는 주변에서 째깍거리는 시한폭탄들을 애써 모른 체하고 살고있는 건 아닌가. ‘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이나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아닌가.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 이론에 따르면 위험이 일상화한 사회에선 위험을 위험으로 인식하지 못해 더 큰 위험을 초래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다행히 시한폭탄들이 가까운 장래에 폭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뇌관을 제거하지 않고 이대로 방치한다면 언젠가 파국을 맞을 것이란 결말만은 분명하다.
장기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지금 신용불량자 문제는 가장 대표적인 시한폭탄이다. 급속한 고령화 정도를 생각하면 국민연금 고갈 문제도 언제 시한폭탄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그래도 이 두 문제는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우리의 힘과 지혜를 모으면 어떻게든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내 탈북자 문제는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말하자면 악성 시한폭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과 중국은 물론, 미국 러시아 일본 몽골 등까지 얽히고 설킨 국제적 문제라서 우리의 노력만 갖고 해결을 자신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인권 문제지만 외교안보 문제나 경제 문제이기도 한 복합적 성격 탓에 더더욱 대응이 쉽지 않다. 하지만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급박하고 민감한 현안인 만큼 외면하거나 시간을 끌며 우회할 수도 없다.
현재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등 중국 동북 3성에서 유랑하는 탈북자는 적게는 10만에서 많게는 40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강제송환의 공포속에 기아 폭행 인신매매 노동착취에 시달리며 인간이하의 참혹한 생활을 하고있다는 건 이제 같은 민족, 아니 헌법상 같은 국민인 우리에게도 공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북한의 경제난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탈북행렬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일 정권의 통제력이 급격히 약화하면 과거 쿠바나 베트남의 보트피플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내 탈북자 문제에 대해 이른바 ‘조용한 외교’원칙을 고수해왔다. 말이 좋아 조용한 외교지 실제로는 중국당국에 사정해서 중국주재 각국 공관에 들어온 극소수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주선하는 정도였다. 물론 한·중간 국력격차나 남북관계에 미칠 정치적 파장 등을 감안하면 조용한 외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임시방편에만 매달릴텐가.
최근 용천참사에 탈북자들의 고통이 오버랩되면서 이런저런 우울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차에 한국주재 한 고위외교관으로부터 ‘러시아 카드’‘몽골 카드’라는 귀가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러시아는 전국토의 3분의1에 달하지만 산업생산력은 6%에 불과한 극동지역의 개발에 국가의 명운을 걸고있다. 여기에 한국등이 투자하고, 북한이 양질의 저임 노동력을 공급하는 ‘윈윈의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탈북자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 극동지역 전권대표인 콘스탄틴 풀리노프스키가 이 방안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풀리노프스키는 3년전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과 24일간 시베리아횡단열차에 동승해 각별한 친분을 쌓은 바로 그 인물이다.
몽골은 유목민 출신인 국민들이 농사를 짓지 않으려 해 식량을 거의 전량 수입하고 있다고 했다. 몽골에도 한국등의 자본과 영농기술,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시킨 대단위 영농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면 몽골의 야당이 이 방안에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우리 외교관들에게 현실에 안주하는 ‘약소국 외교’가 아니라 외교적 상상력으로 현실의 제약을 극복하는 ‘강소국 외교’를 기대해 본다.
조용 / 정책사회부장 cy20@munhwa.co.kr
‘강소국 외교’에 기대한다
조용기자 cy20@munhwa.com
우리는 주변에서 째깍거리는 시한폭탄들을 애써 모른 체하고 살고있는 건 아닌가. ‘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이나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아닌가.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 이론에 따르면 위험이 일상화한 사회에선 위험을 위험으로 인식하지 못해 더 큰 위험을 초래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다행히 시한폭탄들이 가까운 장래에 폭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뇌관을 제거하지 않고 이대로 방치한다면 언젠가 파국을 맞을 것이란 결말만은 분명하다.
장기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지금 신용불량자 문제는 가장 대표적인 시한폭탄이다. 급속한 고령화 정도를 생각하면 국민연금 고갈 문제도 언제 시한폭탄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그래도 이 두 문제는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우리의 힘과 지혜를 모으면 어떻게든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내 탈북자 문제는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말하자면 악성 시한폭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과 중국은 물론, 미국 러시아 일본 몽골 등까지 얽히고 설킨 국제적 문제라서 우리의 노력만 갖고 해결을 자신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인권 문제지만 외교안보 문제나 경제 문제이기도 한 복합적 성격 탓에 더더욱 대응이 쉽지 않다. 하지만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급박하고 민감한 현안인 만큼 외면하거나 시간을 끌며 우회할 수도 없다.
현재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등 중국 동북 3성에서 유랑하는 탈북자는 적게는 10만에서 많게는 40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강제송환의 공포속에 기아 폭행 인신매매 노동착취에 시달리며 인간이하의 참혹한 생활을 하고있다는 건 이제 같은 민족, 아니 헌법상 같은 국민인 우리에게도 공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북한의 경제난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탈북행렬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일 정권의 통제력이 급격히 약화하면 과거 쿠바나 베트남의 보트피플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내 탈북자 문제에 대해 이른바 ‘조용한 외교’원칙을 고수해왔다. 말이 좋아 조용한 외교지 실제로는 중국당국에 사정해서 중국주재 각국 공관에 들어온 극소수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주선하는 정도였다. 물론 한·중간 국력격차나 남북관계에 미칠 정치적 파장 등을 감안하면 조용한 외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임시방편에만 매달릴텐가.
최근 용천참사에 탈북자들의 고통이 오버랩되면서 이런저런 우울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차에 한국주재 한 고위외교관으로부터 ‘러시아 카드’‘몽골 카드’라는 귀가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러시아는 전국토의 3분의1에 달하지만 산업생산력은 6%에 불과한 극동지역의 개발에 국가의 명운을 걸고있다. 여기에 한국등이 투자하고, 북한이 양질의 저임 노동력을 공급하는 ‘윈윈의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탈북자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 극동지역 전권대표인 콘스탄틴 풀리노프스키가 이 방안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풀리노프스키는 3년전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과 24일간 시베리아횡단열차에 동승해 각별한 친분을 쌓은 바로 그 인물이다.
몽골은 유목민 출신인 국민들이 농사를 짓지 않으려 해 식량을 거의 전량 수입하고 있다고 했다. 몽골에도 한국등의 자본과 영농기술,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시킨 대단위 영농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면 몽골의 야당이 이 방안에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우리 외교관들에게 현실에 안주하는 ‘약소국 외교’가 아니라 외교적 상상력으로 현실의 제약을 극복하는 ‘강소국 외교’를 기대해 본다.
조용 / 정책사회부장 cy20@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