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칼럼] 아 ! 불쌍한 우리 해군
'우리는 해군이다 바다의 방패. 죽어도 또 죽어도 겨레와 나라. 바다를 지켜야만 강토가 있고 강토가 있는 곳에 조국이 있다'. 해군가다. 지금 해군 장병들은 이 군가를 부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왜 바다를 지켜야 하는가. 왜 이 고생을 하며 북방한계선(NLL)을 지켜야 하는가. NLL이 무너지면 곧장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이 적의 수중에 떨어진다. 인천의 뱃길이 적의 통제하에 들어간다. 이런 현장에서 북한 군함이 경계선을 넘었다. 중국 어선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데 "중국어선이 내려가고 있다"는 기만 교신을 하며 점점 다가오고 있다. 2년 전 서해교전 때 우리 고속정에 포격을 가했던 바로 그 군함이다. 기만 교신에 대한 보고는 누락하고 경고 포격으로 물리쳤다.
*** 한 눈은 서울, 한 눈은 북한 눈치
청와대가 펄펄 뛰었다. 왜 북한 군함으로부터 교신이 있었는데 보고를 안 했느냐고 문제를 삼았다. 문제를 삼을 만했다. 아니 삼아야 한다. 모든 상황은 철저하게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사관학교 시절부터 군 제일의 수칙은 철저한 보고와 명령 이행이라고 배운 사령관이 왜 보고를 누락했을까. 상부에서 "포격을 중단시킬 것을 우려해서"였다니 그 이유가 기막히지 않은가. 보고를 안한 근본원인인 상부 불신에 대해서는 한마디 없고 비판만 쏟아졌다. "남북 평화체제를 가벼이 본 군당국." "지금 소장, 준장들은 군부정권에서 큰 사람들이라서…." 해군이 불쌍하다. 넘어오는 북한 군함에 포격을 가하면 남북화해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하고, 그냥 두자니 북한 군함에 또 당하게 생겼는데 포격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한쪽 눈은 북한에, 다른 한쪽 눈은 서울에 두고 겹눈치를 봐야 하니 2대 1의 싸움이다. 더욱 한심한 일은 청와대나 정부다. 북한이 우리 경계선을 침범한 데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항의나 경고가 없다. 왜 북한에 대해서는 그렇게 관대하면서 우리 해군만 쥐잡듯이 잡는가. 북한에 보내는 쌀은 그 날도 휴전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다. 나라를 지켜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강제력을 가지고 군을 유지하며 세금도 걷는다. 국가가 있기 때문에 국민은 외적(外敵)을 걱정하지 않고 일상을 꾸려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과연 이런 국가 밑에서 살고 있는가.
무슨 엉뚱한 얘기냐, 지금 이 나라가 적의 외침(外侵)이라도 당하고 있다는 말이냐고 목청을 높일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 군은 주적(主敵)이 없어졌다. 북한에 대해 주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하기야 북한의 첩자로 감옥까지 갔던 사람이 청와대 의문사위라는 명패를 달고 군 사령관을 불러 조사하는 나라니 우리에게 적국은 이제 없다. 적국도 없는데 왜 군대가 필요한가? 위협세력 때문이라고 한다. 그게 누구냐고 물으면 북한이란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 장난인가. 적이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되고 위협세력이라는 단어는 써도 되는가. 북한이 싫어해서라고? 북한이 지정해 주는 대로 그대로 불러주면 되는가?
한반도 상황의 양면성 때문이란다. 같은 민족이라는 측면과 총을 들고 대치하는 측면이 있으니 적(敵)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만 그럴 것이 아니라 저쪽도 우리를 적으로 대하지 않아야 하는것 아닌가? 이번 NLL 사건처럼 저쪽은 계속 도발을 하는데 왜 우리만 "당신들은 적이 아닙니다"라고 안달인가.
*** 안보 흔들리는 건 절대 용납 못해
지금의 혼란과 갈등이 우리 내부의 미움 때문이라면 차라리 낫겠다. 과거 상처가 얼마나 크길래 정권을 잡고도 미움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기득권층이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아픔을 풀어줄 의무가 있다. 분배가 잘못돼 그렇다면 더 골고루 되도록 해야 한다. 부자들은 세금을 더 많이 낼 각오를 해야 한다. 어차피 우리는 공동체다. 어렵고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해 공동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일제 때 잘못한 일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솔직히 사과를 하는 것이 옳다. 역사의 정의를 세우는 일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하나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나라 안보가 흔들리면 안된다. "나는 기득권 세력이 밉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압니다" "나는 분배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산주의 식은 안 됩니다." 대통령의 분명한 이 말 한마디만 있어도 지금의 우리 혼란은 정리될 수 있다.
문창극 논설주간
*** 한 눈은 서울, 한 눈은 북한 눈치
청와대가 펄펄 뛰었다. 왜 북한 군함으로부터 교신이 있었는데 보고를 안 했느냐고 문제를 삼았다. 문제를 삼을 만했다. 아니 삼아야 한다. 모든 상황은 철저하게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사관학교 시절부터 군 제일의 수칙은 철저한 보고와 명령 이행이라고 배운 사령관이 왜 보고를 누락했을까. 상부에서 "포격을 중단시킬 것을 우려해서"였다니 그 이유가 기막히지 않은가. 보고를 안한 근본원인인 상부 불신에 대해서는 한마디 없고 비판만 쏟아졌다. "남북 평화체제를 가벼이 본 군당국." "지금 소장, 준장들은 군부정권에서 큰 사람들이라서…." 해군이 불쌍하다. 넘어오는 북한 군함에 포격을 가하면 남북화해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하고, 그냥 두자니 북한 군함에 또 당하게 생겼는데 포격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한쪽 눈은 북한에, 다른 한쪽 눈은 서울에 두고 겹눈치를 봐야 하니 2대 1의 싸움이다. 더욱 한심한 일은 청와대나 정부다. 북한이 우리 경계선을 침범한 데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항의나 경고가 없다. 왜 북한에 대해서는 그렇게 관대하면서 우리 해군만 쥐잡듯이 잡는가. 북한에 보내는 쌀은 그 날도 휴전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다. 나라를 지켜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강제력을 가지고 군을 유지하며 세금도 걷는다. 국가가 있기 때문에 국민은 외적(外敵)을 걱정하지 않고 일상을 꾸려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과연 이런 국가 밑에서 살고 있는가.
무슨 엉뚱한 얘기냐, 지금 이 나라가 적의 외침(外侵)이라도 당하고 있다는 말이냐고 목청을 높일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 군은 주적(主敵)이 없어졌다. 북한에 대해 주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하기야 북한의 첩자로 감옥까지 갔던 사람이 청와대 의문사위라는 명패를 달고 군 사령관을 불러 조사하는 나라니 우리에게 적국은 이제 없다. 적국도 없는데 왜 군대가 필요한가? 위협세력 때문이라고 한다. 그게 누구냐고 물으면 북한이란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 장난인가. 적이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되고 위협세력이라는 단어는 써도 되는가. 북한이 싫어해서라고? 북한이 지정해 주는 대로 그대로 불러주면 되는가?
한반도 상황의 양면성 때문이란다. 같은 민족이라는 측면과 총을 들고 대치하는 측면이 있으니 적(敵)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만 그럴 것이 아니라 저쪽도 우리를 적으로 대하지 않아야 하는것 아닌가? 이번 NLL 사건처럼 저쪽은 계속 도발을 하는데 왜 우리만 "당신들은 적이 아닙니다"라고 안달인가.
*** 안보 흔들리는 건 절대 용납 못해
지금의 혼란과 갈등이 우리 내부의 미움 때문이라면 차라리 낫겠다. 과거 상처가 얼마나 크길래 정권을 잡고도 미움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기득권층이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아픔을 풀어줄 의무가 있다. 분배가 잘못돼 그렇다면 더 골고루 되도록 해야 한다. 부자들은 세금을 더 많이 낼 각오를 해야 한다. 어차피 우리는 공동체다. 어렵고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해 공동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일제 때 잘못한 일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솔직히 사과를 하는 것이 옳다. 역사의 정의를 세우는 일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하나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나라 안보가 흔들리면 안된다. "나는 기득권 세력이 밉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압니다" "나는 분배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산주의 식은 안 됩니다." 대통령의 분명한 이 말 한마디만 있어도 지금의 우리 혼란은 정리될 수 있다.
문창극 논설주간
'NLL 유탄' 맞은 군 정보 수장
박승춘 정보본부장 전격 자진 전역
해임 건의 움직임 감잡고 결심한 듯
해임 건의 움직임 감잡고 결심한 듯
▶ 지난해 10월 국군의 날 행사 때 노무현 대통령이 사열하는 무개차에 제병지휘관으로 선탑한 박승춘 국방 정보본부장(左). 이때 조영길 국방부 장관(뒤쪽)이 노 대통령에게 우산을 받쳐줘 품위 논란을 빚었다. [중앙포토] |
더구나 박 본부장이 언론에 유출한 자료는 비밀이 아니라 평문으로 최종 판정났다. 따라서 단순히 유출한 행위로만 보직 해임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군사보안 규칙과 국방공보 규정, 군인복무 규율 위반을 적용해도 감봉 이상의 징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보다는 '보고 누락'에 대한 대통령의 진상조사가 내려진 상황에서 독단적으로 정보를 유출해 군 통수권에 반항하는 듯한 상황을 조성한 대목에 무게가 실린다. 국방부 수뇌부는 박 본부장의 행위를 '항명' 쪽으로 해석했을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날 "국방부는 청와대에 박 본부장을 해임할 것을 건의했다"고 한 것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국방부 사이의 기류를 감지한 박 본부장이 먼저 자진 전역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박 본부장이 전격적으로 전역 의사를 표시하면서 국방부 인사위원회는 갑자기 취소됐다. 국방부로서도 군의 사기 저하 등 복합적인 문제를 고려해 강제적으로 그의 옷을 벗기는 모양새를 취하기 싫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군 전체에 누를 끼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만 말했다.
군 일각에선 그의 전역에 대해 "군인답게 깨끗하게 잘했다"는 말도 나온다. 정보본부 관계자는 "박 본부장이 '소신에 따라 자료를 유출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본부장은 북한 경비정의 송신 사실이 합동참모본부에 보고되지 않은 책임 문제가 나오자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 상황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경비정이 기만 송신을 했기 때문에 해군 함정이 경고사격을 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16일 북한의 전화통지문을 브리핑하면서 북한이 송신 시간을 허위로 기재한 부분은 밝히지 않고 우리 군에 잘못이 있는 것처럼 발표해 이를 바로잡으려 했다는 것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 북한정보 분석에만 30여년 바쳐
◆ 박승춘 정보본부장은=육사 27기로 1971년 임관 이후 30여년간 북한 정보 분석에 전념해온 군내 최고 정보통이다. 위관과 영관 시절 전방부대와 정보본부를 번갈아 근무하면서 전문성을 쌓았다. 북한 정보를 담당하는 정보본부 북한 차장.부장과 일선 사단장.군단장 등 지휘관까지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보 장교로는 매우 드문 경우다. 정보본부는 지난 5월 취임한 박 중장이 2002년 서해교전 이후 사기가 떨어진 조직을 추슬러 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임기를 3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는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육사 생도 시절 럭비 선수로 활약했다. 장군으로 진급한 뒤에도 상계동 32평짜리 군인아파트에 살았다. 정보본부 관계자는 "박 본부장은 연줄도 없이 오로지 일에만 몰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