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이미 한국을 무시하고 있다
고구려사의 중국 편입과 경제 관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시작됐다.
드디어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 대상국이 된 것은
수교 후의 예견된 행로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란싱화학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결정과
10억달러 투자, 국내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실체적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의 반영이다.
국내의 심각한 청년실업도 따지고 보면 단순한 불경기 탓만은 아니다.
제조업의 중국 탈출 러시와 고용 축소 그리고 이에 따른 고용을 덜
창출하는 첨단 고도산업화 지향에 한 원인이 있다.
아직은 한국의 대중무역이 흑자지만 지금 추세라면
한국이 적자가 될 것이라는 데는 모든 전문가들의 전망이 일치하고 있다. 이미 어떤 학자는 그 시기를 2~5년 내로 분석하고 있고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는 더욱 신중한 분석을 통해
▷올해까지 흑자 규모가 확대되고, 2005년부터 감소
▷2008~10년 균형
▷2011년부터 적자 전환을 예측했다.
더 중요한 것은 한·중 무역의 변화이기보다 중국의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의 변화에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변화를 ‘중국인’ ‘중국식’답지 않게
직설적으로 표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실 변화라기보다 한반도정책의 중국 본래 모습을
우리가 뒤늦게 느낀 것일 뿐이다.
다만 ‘한국인’ ‘한국식’으로 일방적, 자기희망적, 반동적(對美, 對日 관계에 대한)으로 중국을 대해 왔기 때문에 우리가 중국의 본래 모습을 뒤늦게
자각하거나 놀라기도 하고, 고구려사 문제, 중국의 ‘동북역사공정’(東北歷史工程)에 이르면 분노하기까지 할 뿐이다.
예를 들면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중국 시장 변화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했던 국제경제무역합작연구원 다국적기업연구센터
왕즈러(王誌樂) 소장은
“이제는 한국이 중국의 세계화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중국이 대기업 위주의 한국 경제발전 전략을 배웠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중국은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이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초대형 시장으로 발전했다”고 자신했다.
또 같은 세미나의 중국측 토론자들도
많은 청중들 앞에서 지금까지는 중국이 한국의 무역을 배웠지만,
이제는 한국이 중국의 무역을 연구하라고 충고했다.
지난해 12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광관경제연구원(廣觀經濟硏究院)의 ‘21세기 한중경제합작연구회’(韓中經濟合作硏究會) 발표 논문에서 천원징(陳文敬)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은
이렇게 쓰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과 한국은 과학기술과 각각의 시장 측면에서의 상호
보완성이 지속적으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중국의 풍부한 자연자원, 인력 및 발전된 ‘과학기술’과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 및 산업기술을 효과적으로 결합한다면 양국의 경쟁력은 더욱
제고될 것이다.
’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금까지 중국측 이론에서 볼 수 없던 과학기술의 중국 우위를 새로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호의 발사 성공을 계기로
과학기술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미래경쟁력이 결국 산업기술보다 기초과학기술에 좌우되기 때문에
중국측이 대한(對韓) 산업경쟁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느냐를 분명히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베이징연구회에 참석한 한국 연구자들끼리는 중국측 참석자들의
격(格), 성실도의 현격한 변화, 중국측의 공격적 자본 유치와 대한
자본 진출 등을 걱정하며 또 다른 토론을 해야 했다.
모호하고 이중적 표현을 장기로 하는 ‘중국식’이 왜 한국에 대해
하대(下待)를 노골적으로 표현할까.
중국의 종합 외교,
당(黨) 중심 소조(小組)에 의한 외교 통제의 성격을 이해하는 사람들로서는 단순히 경제력의 상대적 변화 때문이라고만 해석할 수 없다.
첫째는
지난해 4월 베이징 3자회담, 무엇보다 8월 6자회담이
결정적 계기였다.
우리에게는 단순히 북한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회담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중국으로서는 근대국가 중국 최초의 강대국 외교 무대
주도였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3세기 만에 능멸과 변방의 나라에서 경제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중화(中華)가 회복되었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김정일의 핵장난과 부분적이지만 대한민국의 자본과
기술이 합작해 중국의 ‘중화’ 복귀를 촉진한 셈이다.
둘째는
한국이나 북한의 성장 잠재력, 외교력, 통합 능력 등 한 마디로
한반도의 역량에 대한 독자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북한의 정치·경제·사회 등 종합 경쟁력 상실을 냉혹히 평가한
셈이다. 한반도 눈치를 볼 필요에서 해방된 것이다.
왜 중국이 고구려사의 중국사 편입 작업을 강화할까.
여러 가지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일본이 시간이 흐를수록 독도나
역사 교과서 서술에서 우경화하듯 한반도 문제가 시끄러울수록
중국도 6자회담 주도국으로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과 대미 협상력이
커감을 실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50년대 미국의 냉전외교 전략가 조지 캐넌의 관점이 상기된다.
“미국에 한국이 중요하지만 일본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한·일 간에 분쟁이 생기면 일본 편을 들 수밖에 없다.”
이제 한반도의 역량을 중국식으로 평가한 중국은
한국과 북한도 중요하지만 일본이나 미국과 관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한(북한)·일 간에, 한(북한)·미 간에 분쟁이 생기면 일본이나 미국 편을
들 것을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2010년까지는 경제성장 지속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중국이나 일본은 국내에서 통일대국을 성취했을 때면 번번이
팽창한 힘의 첫 발자국으로 한반도를 밟았다.
일본의 임진왜란과 조선 식민지화나 한(漢)의 청천강 일대 4군 설치와
당(唐)의 안동도호부(安東都護府) 설치 등이 바로 그러하다.
모두 중국과 일본의 통일·대국화가 가져오는 한반도의 그늘이었다.
중국이나 일본을 비판하기보다 우리 스스로의 힘을 키워야 한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대국이었다.
인구로, 땅으로, 기술로, 문화로 대국이었다.
그러나 아시아의 대국이었지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한 대국이었던 적은 없다.
그러나 이제
세계 1위 인구 13억명, 세계 6위 국내총생산(GDP) 1조3,000억달러,
세계 4위 무역 8,512억달러(올해에는 3위 될 듯)만으로도 세계적 대국이
되었다.
1978년 5차 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이 농업·공업·국방·과학기술 4대 근대화 노선을
발표한 지 20여 년 만에 이룩한 변화다.
이미 현재 세계에서 1등 하는 생산 규모의 품목만 열거해도
곡물·면화·식물유(油)·육류·철강·석탄·직물·시멘트·컬러TV·화학비료·
자전거… 등으로 명실공히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이 생산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계의 광물값, 곡물값, 기름값,
배값(造船, 海運)이 뛰고 있다.
그리하여 대중국 수출용으로 브라질은 올해 콩 재배 면적을
이스라엘 땅 넓이만큼 늘리고, 칠레는 동광 개발을, 오스트레일리아는
가스 개발을, 말레이시아는 고무 재배를,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개발을,
인도네시아는 목재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싼 제품 수출로 멕시코는 의류와 가전제품 생산이 타격을 받고,
한국·일본은 노동집약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을 빚고 있으며
중국의 외국투자(FDI) 흡수로 동남아와 멕시코는 외자 유치가 줄고 있다.
한국의 농어민이 직접적 피해를 입고,
첨단 기술기업들은 한국의 최대 투자 대상이 된 중국에서
제2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1,600억달러에 4,0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로
일본 다음으로 세계 2위, 미국 재무성 증권(TB)을 1,200억달러어치나
사서 일본과 더불어 달러 가치와 세계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대미 FDI는 120억달러로 아직 25위지만 베트남에서는 지난해에만
1억3,700만달러를 투자해 일거에 일본·홍콩을 제치고 4위로 급등했다.
홍콩의 몫까지 합치면 올해는 사실상 1위가 될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 전자업체인 톰슨과 한국의 쌍용자동차 인수,
미국·이탈리아·스페인 등의 가전 투자진출,
영국에서는 FDI 건수(件數)에서 6위에 이르렀다.
아세안(ASEAN)·인도·중앙아시아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할 만큼
경쟁력 흡인력이 커졌다.
중국의 근대 경제성장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1996년 세계은행 보고서가
202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규모의 경제(GNP)가 된다는
예측을 발표함으로써 마치 2020년 중국(中國)세계제국 같은 인상을
깊게 심고 있다.
이것은 구매력 평가 기준(PPP)에 의한 것이다.
이 방식대로라면 이미 1994년 GDP는 미국 다음으로 2위가 되었다.
이 계산으로는 2020년에는
중국이 13조6,000억달러, 미국은 13조3,000억달러가 된다.
50년 뒤인 2050년에는
중국 78조달러, 미국 30조달러로 중국이 미국보다 2배 반이 넘는
세계 유일 대국(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 큰)이 된다.
2020년의 중국은 어떻게 될까
<선저우 4호>로 상징되는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 능력은
이미 한국을 뛰어넘고 있다.
최근의 더욱 정교한 계산은 지난해 11월 골드만삭스의 보고
‘BRICS의 꿈 - 2050까지의 여정’이 있다.
이 보고는 미 달러 기준으로 중국이 2007년에 독일,
2015년에 일본, 2039년에 미국을 앞질러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측의 계산은 다소 신중하나 비슷하다.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중심(國務院發展硏究中心) 연구원들은
지난해 1월 ‘2021∼2050 장기전망’에서 2000년 환율 기준으로는
2020년 4조2,000억달러로 현재 미국 수준 대비 11%에서
24.1%로 상승하고, 전 세계 비중도 3.4%에서 6.3%로 상승해
미국·일본에 이은 3위국이 된다.
PPP 기준으로는 19조6,000억달러로 미국 수준의 112.4% 전 세계
비중도 11.2%에서 20.5%로 압도적 위치에 이른다.
1인당 GDP도 2000년 3,940달러에서 1만3,371달러에 이르러
현 미국 수준의 11.5%에서 24.8%로 개선된다.
2050년에 이르면 2000년 환율 기준으로 15조2,739억달러로
미국 수준의 48%에 이르러, 미국에 이어 2위,
1인당 GDP는 1만80달러로 미국의 10.3% 수준에 이르며,
PPP기준으로 GDP 71조2,543억달러로 미국 수준의 225%,
세계 총량의 30.6%, 1인당으로는 4만7,281달러로 미국 수준의 48.4%에
이른다.
가장 흥미 있는 것은 중국 사회과학원이 펴낸
‘2020년의 중국’(2020年的 中國, 1999, 主編 李成勛)이다.
여기서 중국의 GDP는
2020년에 (1997년 불변가격으로) 5조2,206억달러로
미국의 12조7,412억달러, 일본의 5조8,556억달러에 이은 3위로
되어 있다.
더구나 경국력(硬國力 = Hard Power)으로서 경제력, 과학기술력,
국방력, 자원력과 연국력(軟國力 = Soft Power)으로서
정치력(정부 통제 능력), 외교력, 교육력, 사회발전력, 대외경제활동력
등을 항목별로 평가해 2020년 중국의 종합 국력을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다음의 6위로 계산했다.
현재 경제 수준에서 6위인 중국의 경제력 수준이
20년 뒤 1∼3위로 상승함에도 종합국력이 1996년의 7위에서
6위로 1단계밖에 상승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중국이 과학기술, 사회발전(교육), 외교 능력을 스스로 저평가하는 것이다.
또한 스스로 정치력과 국방력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협동력에서 미국·일본을 고평가하고 영국·프랑스와 중국을
낮추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를 통해 중국이 앞으로 과학기술, 교육, 협동력 보강에
주력할 것이라는 지향성을 발견할 수 있고, 이 보강에 성공하면
6위가 아니라 최선두 대국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20년 또는 2050년까지의 중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러나 2010년까지는 중국의 경제성장 질주가 지속될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
①서부 개발이 일단락되기까지 저임 노동력의
무한공급현상이 지속되고
②공산국의 유산의 장점으로서 토지 국유로 인한 토지 저가 공급이
지속가능하고(이 점이 한국·일본·ASEAN의 성장 과정과 다르고
계속 유리한 측면이다)
③국민의 헝그리 정신과 중국공산당의 정치력이 제3세계 가운데
가장 우수하며, 무엇보다 앞으로 10년 간은 그 어떤 사회불안(실업, 소득격차, 정치자유 요구 증가)도 잠재울 수 있는 민족주의적 욕구 충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과 산샤(三峽)댐 완공,
2010년 상하이(上海) EXPO가 그것이다.
중국의 전통적 국제외교력
(이 점에서 일본·한국의 근대화 과정이나 제3세계 국가와 큰 차이가 있다)
과 경제성장의 성공 그리고 무엇보다 2010년까지는 안전할 것으로
보이는 정치 통제력과 순탄한 계승 메커니즘으로 해서
2010년께는 중국 역사상 있어본 적이 없는 세계제국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그 때까지 여전히 세계 최대 민주제국(民主帝國)일 미국과 중국제국의
관계가 전략적 파트너 혹은 경쟁·적대관계일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동맹관계일지에 따라 한국, 한반도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2010년 이후의 중국에 대해 확신 있는 낙관론은 발견하기 어렵다.
특히 외국인에 의한 분석, 논평들이 그러하다.
낙관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N. D. 크리스토프(IHT 컬럼니스트)의
‘동양으로부터의 천둥’도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기술하고 있다.
‘중국은 주기적으로 경제·정치 위기를 겪을 것이다.
더 많은 톈안먼(天安門)사건, 금융위기, 부패, 도시와 농촌에서의 소동,
티베트와 신장(新彊)에서의 분리독립 폭동, 어쩌면 쿠데타도 일어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이 발전과 번영을 계속할 것이고, 민주화 제도를 향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중국인의 근대적 삶이 곧 인류 삶의 문제군 중국이
2020년께 미국을 제치고 인류 역사상 최강의 제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기의 직관이 그렇다는 것이지 논리적 필연성은 없다.
D. 셰프의 ‘중국의 새벽’도 낙관론에 속하나 이는 중국의
정보통신(IT) 특히 인터넷 비즈니스의 밝은 빛을 추적하고,
중국의 경제경영혁명을 낙관하고 있으나 중국 미래 전체의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다.
미국 MIT대의 니그로폰테 교수는
이미 2000년에 10년뒤 세계 최대 웹언어는 영어가 아니라 중국어라고
했다.
중국의 IT·인터넷·통신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강국을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G.G.챙의 ‘중국의 붕괴’나 J. 스투드웰의 ‘중국의 꿈’ 등은
중국의 경제성장마저 비관적으로 본다.
‘브라질의 꿈’ ‘소련의 꿈’이 꿈에 불과했듯 ‘대중국의 꿈’도 환상에
불과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나는 중국이 2020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1등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냐, 중국의 종합 국력이 6위가 될 것이냐, 1위가 될 것이냐에
흥미가 있지 않다.
2004년 3월 현재의 중국의 위치,
즉 이미 ‘세계 제조업의 센터’가 되었고 그리하여 ‘세계 물류의 센터’로
급진전하고, 일본도 꿈꾸지 않았던 ‘아시아금융센터’를
상하이 푸둥(浦東)에 착수하고 있는 사실 자체로도 한국은 결정적
영향을 받고 있고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욱 크게 받는다.
▷뿐더러 이미 중국은 2004년 현재로도 세계 자동차 생산 5위국이며,
에너지 수출국에서 1993년 수입국으로 반전하면서 석유 수입에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 다음의 2위로 변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 에너지 수입량의 반밖에 안 되던
중국이 이제 미국 다음의 2대 에너지 수입국으로 급발전했다.
1970년대초 세계 식량파동은 식량 수출국이던 소련이 식량 수입국으로
반전하면서 일어났고, 7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은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던 미국이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으로 반전하면서 일어났다.
중국의 세계 제조업센터, 물류센터, 도시화 진전과 자동차 생산 및
소유 급증은 필연적으로 세계 최대 에너지 수급 문제국으로 전락한다.
도쿄(東京)대 첨단기술연구소의 계산으로는
선진국 수준이 아닌 1995년 현재 한국 수준의 1차 에너지 소비만
한다고 해도 중국 혼자서의 소비가 현 세계 소비의 80%에 이른다.
모든 산유국들의 수출 물량을, 모든 석탄 생산국의 석탄 수출량을,
모든 가스 생산국의 가스 수출 물량을 중국 혼자 독점해도 모자란다는
계산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과 인접한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에
매장된 석유와 가스 개발 문제가 장래 중국의 에너지와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문제로 등장할 것이다.
▷중국의 급격한 에너지 소비 대국화,
특히 1인당 석탄·석유 소비의 급증은 세계 제조·물류·도시화센터에
이어 ‘세계공해센터’로 개악될 것이 자명하다.
현재의 생산·소비·소득 수준에서도 이미 중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전 세계 배출량의 15%를 차지한다.
중국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약 1,800만대(2001년),
현재 한국 수준인 인구 4인당 1대가 되면 지금의 20배가 넘는
약 3억5,000만대가 된다(현재 미국은 2억8,000만대).
중국의 자동차 증가로 인한 CO2 악화만으로도 세계적 환경문제가
심각해진다. 하물며 중국의 1인당 소득을 현재보다 10배 늘려
한국 수준의 1만달러로 개선하기 위해 모든 생산과 유통을 현재보다
10배 더 늘린다고 가정해 보자.
그것은 중국이, 아시아가, 세계가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의 수준을
훨씬 넘는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조류독감 등이 우연한 일은
아니다.
▷나는 중국의 에너지문제, 물문제, 환경문제는 중국의 것만이 아니라
바로 세계 인류의 생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중국인의 근대적 삶의 문제는 곧 세계 인류 삶의 문제군이다.
하버드대의 J. K. 패어뱅크 교수는
1992년 그의 ‘새 중국사’에서 ‘세계 최대 인구 국가가 생태적 악몽을
향하고 있다. 중국은 조선 철강 정보통신 분야등 한국이 우위를 점했던
분야에서 이미 거의 대등한 기술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낙 부족한 삼림 지역의 감소, 농지 축소, 높은 인구밀도를 들어
생태적 악몽을 예견하고 있다.
지난해 유엔개발계획(UNDP)의 K. 퇴퍼 사무총장은
이대로 가면 중국의 경제성장은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중국의 근대화는
곧 유럽에서 시작된 ‘근대화(근대경제성장, 근대기술, 근대정치)의
세계화’를 의미한다.
중국의 정신, 제도, 물리력에 의해 중국의 세계대국화가 된 것이 아니라
서양 근대화의 도입에 의해 세계제국으로 비상한 것이다.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의 성공이 어디까지나 홍콩·마카오·싱가포르·대만·
미국·유럽의 화교자본 유입으로 가능했다는 점이 특히 그러하다.
이들 화교자본은 중국을 상대로 자본을 축적한 것이 아니라
2차대전 후 서양에의 수출을 매개로 축적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경제의 성공은 서양 근대경제 성장의 세계적 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
▷13억명의 근대화란
바로 1만달러 이상 소득국가(서유럽·북아메리카·오스트레일리아·일본·한국·대만·싱가포르) 인구를 다 합친 것의 두 배 가까운 규모의 근대화를
의미한다.
단순히 경제성장만이 아니라 가족해체, 인구이동, 노령화, 사회문제까지
포함해서 그러하다.
중국인들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입세’(入世)라고 표현한 것은 그들 스스로 ‘근대화 세계 밖’에서
‘근대화 세계 안’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근대경제성장, 근대정치민주화, 근대환경악화, 근대사회문제의
동시적 입세를 의미한다.
중국의 근대화 입세로 하여 (이어지는 인도의 입세까지 합하여)
지구촌의 근대화는 포만점에 이른다.
2010~2030년 간에 일어날 13억명의 중국의 근대화 폭발,
인도 대륙까지 포함한 히말라야권(圈) 40억명의 입세 포만으로
지난 500년간 인류 문명을 지배한 근대화는 결국 변용 또는
끝이 날 수밖에 없다.
인류는 2020년께부터 근대화를 넘는 새 문명, 새 지구촌 시스템을
맞이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反)근대화, 혐(嫌)근대화, 초(超)근대화의 여러 시도가
있을 것이고, 신야만주의, 신중세(中世)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한국에서의 삶은
중국 13억명의 근대화 폭발의 1차적 낙진을 받는 삶이기 때문에
중국문제를 끌어안고 그것을 뛰어넘는 동북아시아, 아시아-태평양을 넘는 새 범인류, 범지구촌 평화(Pax-Univer sum) 질서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런 비전과 역량을 키우는 것,
그것이 지금 이 땅에 사는 우리의 고통이고 보람이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前 과기처 장관
고구려사의 중국 편입과 경제 관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시작됐다.
드디어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 대상국이 된 것은
수교 후의 예견된 행로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란싱화학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결정과
10억달러 투자, 국내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실체적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의 반영이다.
국내의 심각한 청년실업도 따지고 보면 단순한 불경기 탓만은 아니다.
제조업의 중국 탈출 러시와 고용 축소 그리고 이에 따른 고용을 덜
창출하는 첨단 고도산업화 지향에 한 원인이 있다.
아직은 한국의 대중무역이 흑자지만 지금 추세라면
한국이 적자가 될 것이라는 데는 모든 전문가들의 전망이 일치하고 있다. 이미 어떤 학자는 그 시기를 2~5년 내로 분석하고 있고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는 더욱 신중한 분석을 통해
▷올해까지 흑자 규모가 확대되고, 2005년부터 감소
▷2008~10년 균형
▷2011년부터 적자 전환을 예측했다.
더 중요한 것은 한·중 무역의 변화이기보다 중국의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의 변화에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변화를 ‘중국인’ ‘중국식’답지 않게
직설적으로 표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실 변화라기보다 한반도정책의 중국 본래 모습을
우리가 뒤늦게 느낀 것일 뿐이다.
다만 ‘한국인’ ‘한국식’으로 일방적, 자기희망적, 반동적(對美, 對日 관계에 대한)으로 중국을 대해 왔기 때문에 우리가 중국의 본래 모습을 뒤늦게
자각하거나 놀라기도 하고, 고구려사 문제, 중국의 ‘동북역사공정’(東北歷史工程)에 이르면 분노하기까지 할 뿐이다.
예를 들면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중국 시장 변화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했던 국제경제무역합작연구원 다국적기업연구센터
왕즈러(王誌樂) 소장은
“이제는 한국이 중국의 세계화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중국이 대기업 위주의 한국 경제발전 전략을 배웠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중국은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이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초대형 시장으로 발전했다”고 자신했다.
또 같은 세미나의 중국측 토론자들도
많은 청중들 앞에서 지금까지는 중국이 한국의 무역을 배웠지만,
이제는 한국이 중국의 무역을 연구하라고 충고했다.
지난해 12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광관경제연구원(廣觀經濟硏究院)의 ‘21세기 한중경제합작연구회’(韓中經濟合作硏究會) 발표 논문에서 천원징(陳文敬)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은
이렇게 쓰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과 한국은 과학기술과 각각의 시장 측면에서의 상호
보완성이 지속적으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중국의 풍부한 자연자원, 인력 및 발전된 ‘과학기술’과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 및 산업기술을 효과적으로 결합한다면 양국의 경쟁력은 더욱
제고될 것이다.
’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금까지 중국측 이론에서 볼 수 없던 과학기술의 중국 우위를 새로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호의 발사 성공을 계기로
과학기술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미래경쟁력이 결국 산업기술보다 기초과학기술에 좌우되기 때문에
중국측이 대한(對韓) 산업경쟁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느냐를 분명히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베이징연구회에 참석한 한국 연구자들끼리는 중국측 참석자들의
격(格), 성실도의 현격한 변화, 중국측의 공격적 자본 유치와 대한
자본 진출 등을 걱정하며 또 다른 토론을 해야 했다.
모호하고 이중적 표현을 장기로 하는 ‘중국식’이 왜 한국에 대해
하대(下待)를 노골적으로 표현할까.
중국의 종합 외교,
당(黨) 중심 소조(小組)에 의한 외교 통제의 성격을 이해하는 사람들로서는 단순히 경제력의 상대적 변화 때문이라고만 해석할 수 없다.
첫째는
지난해 4월 베이징 3자회담, 무엇보다 8월 6자회담이
결정적 계기였다.
우리에게는 단순히 북한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회담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중국으로서는 근대국가 중국 최초의 강대국 외교 무대
주도였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3세기 만에 능멸과 변방의 나라에서 경제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중화(中華)가 회복되었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김정일의 핵장난과 부분적이지만 대한민국의 자본과
기술이 합작해 중국의 ‘중화’ 복귀를 촉진한 셈이다.
둘째는
한국이나 북한의 성장 잠재력, 외교력, 통합 능력 등 한 마디로
한반도의 역량에 대한 독자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북한의 정치·경제·사회 등 종합 경쟁력 상실을 냉혹히 평가한
셈이다. 한반도 눈치를 볼 필요에서 해방된 것이다.
왜 중국이 고구려사의 중국사 편입 작업을 강화할까.
여러 가지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일본이 시간이 흐를수록 독도나
역사 교과서 서술에서 우경화하듯 한반도 문제가 시끄러울수록
중국도 6자회담 주도국으로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과 대미 협상력이
커감을 실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50년대 미국의 냉전외교 전략가 조지 캐넌의 관점이 상기된다.
“미국에 한국이 중요하지만 일본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한·일 간에 분쟁이 생기면 일본 편을 들 수밖에 없다.”
이제 한반도의 역량을 중국식으로 평가한 중국은
한국과 북한도 중요하지만 일본이나 미국과 관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한(북한)·일 간에, 한(북한)·미 간에 분쟁이 생기면 일본이나 미국 편을
들 것을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2010년까지는 경제성장 지속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중국이나 일본은 국내에서 통일대국을 성취했을 때면 번번이
팽창한 힘의 첫 발자국으로 한반도를 밟았다.
일본의 임진왜란과 조선 식민지화나 한(漢)의 청천강 일대 4군 설치와
당(唐)의 안동도호부(安東都護府) 설치 등이 바로 그러하다.
모두 중국과 일본의 통일·대국화가 가져오는 한반도의 그늘이었다.
중국이나 일본을 비판하기보다 우리 스스로의 힘을 키워야 한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대국이었다.
인구로, 땅으로, 기술로, 문화로 대국이었다.
그러나 아시아의 대국이었지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한 대국이었던 적은 없다.
그러나 이제
세계 1위 인구 13억명, 세계 6위 국내총생산(GDP) 1조3,000억달러,
세계 4위 무역 8,512억달러(올해에는 3위 될 듯)만으로도 세계적 대국이
되었다.
1978년 5차 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이 농업·공업·국방·과학기술 4대 근대화 노선을
발표한 지 20여 년 만에 이룩한 변화다.
이미 현재 세계에서 1등 하는 생산 규모의 품목만 열거해도
곡물·면화·식물유(油)·육류·철강·석탄·직물·시멘트·컬러TV·화학비료·
자전거… 등으로 명실공히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이 생산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계의 광물값, 곡물값, 기름값,
배값(造船, 海運)이 뛰고 있다.
그리하여 대중국 수출용으로 브라질은 올해 콩 재배 면적을
이스라엘 땅 넓이만큼 늘리고, 칠레는 동광 개발을, 오스트레일리아는
가스 개발을, 말레이시아는 고무 재배를,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개발을,
인도네시아는 목재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싼 제품 수출로 멕시코는 의류와 가전제품 생산이 타격을 받고,
한국·일본은 노동집약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을 빚고 있으며
중국의 외국투자(FDI) 흡수로 동남아와 멕시코는 외자 유치가 줄고 있다.
한국의 농어민이 직접적 피해를 입고,
첨단 기술기업들은 한국의 최대 투자 대상이 된 중국에서
제2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1,600억달러에 4,0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로
일본 다음으로 세계 2위, 미국 재무성 증권(TB)을 1,200억달러어치나
사서 일본과 더불어 달러 가치와 세계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대미 FDI는 120억달러로 아직 25위지만 베트남에서는 지난해에만
1억3,700만달러를 투자해 일거에 일본·홍콩을 제치고 4위로 급등했다.
홍콩의 몫까지 합치면 올해는 사실상 1위가 될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 전자업체인 톰슨과 한국의 쌍용자동차 인수,
미국·이탈리아·스페인 등의 가전 투자진출,
영국에서는 FDI 건수(件數)에서 6위에 이르렀다.
아세안(ASEAN)·인도·중앙아시아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할 만큼
경쟁력 흡인력이 커졌다.
중국의 근대 경제성장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1996년 세계은행 보고서가
202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규모의 경제(GNP)가 된다는
예측을 발표함으로써 마치 2020년 중국(中國)세계제국 같은 인상을
깊게 심고 있다.
이것은 구매력 평가 기준(PPP)에 의한 것이다.
이 방식대로라면 이미 1994년 GDP는 미국 다음으로 2위가 되었다.
이 계산으로는 2020년에는
중국이 13조6,000억달러, 미국은 13조3,000억달러가 된다.
50년 뒤인 2050년에는
중국 78조달러, 미국 30조달러로 중국이 미국보다 2배 반이 넘는
세계 유일 대국(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 큰)이 된다.
2020년의 중국은 어떻게 될까
<선저우 4호>로 상징되는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 능력은
이미 한국을 뛰어넘고 있다.
최근의 더욱 정교한 계산은 지난해 11월 골드만삭스의 보고
‘BRICS의 꿈 - 2050까지의 여정’이 있다.
이 보고는 미 달러 기준으로 중국이 2007년에 독일,
2015년에 일본, 2039년에 미국을 앞질러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측의 계산은 다소 신중하나 비슷하다.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중심(國務院發展硏究中心) 연구원들은
지난해 1월 ‘2021∼2050 장기전망’에서 2000년 환율 기준으로는
2020년 4조2,000억달러로 현재 미국 수준 대비 11%에서
24.1%로 상승하고, 전 세계 비중도 3.4%에서 6.3%로 상승해
미국·일본에 이은 3위국이 된다.
PPP 기준으로는 19조6,000억달러로 미국 수준의 112.4% 전 세계
비중도 11.2%에서 20.5%로 압도적 위치에 이른다.
1인당 GDP도 2000년 3,940달러에서 1만3,371달러에 이르러
현 미국 수준의 11.5%에서 24.8%로 개선된다.
2050년에 이르면 2000년 환율 기준으로 15조2,739억달러로
미국 수준의 48%에 이르러, 미국에 이어 2위,
1인당 GDP는 1만80달러로 미국의 10.3% 수준에 이르며,
PPP기준으로 GDP 71조2,543억달러로 미국 수준의 225%,
세계 총량의 30.6%, 1인당으로는 4만7,281달러로 미국 수준의 48.4%에
이른다.
가장 흥미 있는 것은 중국 사회과학원이 펴낸
‘2020년의 중국’(2020年的 中國, 1999, 主編 李成勛)이다.
여기서 중국의 GDP는
2020년에 (1997년 불변가격으로) 5조2,206억달러로
미국의 12조7,412억달러, 일본의 5조8,556억달러에 이은 3위로
되어 있다.
더구나 경국력(硬國力 = Hard Power)으로서 경제력, 과학기술력,
국방력, 자원력과 연국력(軟國力 = Soft Power)으로서
정치력(정부 통제 능력), 외교력, 교육력, 사회발전력, 대외경제활동력
등을 항목별로 평가해 2020년 중국의 종합 국력을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다음의 6위로 계산했다.
현재 경제 수준에서 6위인 중국의 경제력 수준이
20년 뒤 1∼3위로 상승함에도 종합국력이 1996년의 7위에서
6위로 1단계밖에 상승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중국이 과학기술, 사회발전(교육), 외교 능력을 스스로 저평가하는 것이다.
또한 스스로 정치력과 국방력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협동력에서 미국·일본을 고평가하고 영국·프랑스와 중국을
낮추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를 통해 중국이 앞으로 과학기술, 교육, 협동력 보강에
주력할 것이라는 지향성을 발견할 수 있고, 이 보강에 성공하면
6위가 아니라 최선두 대국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20년 또는 2050년까지의 중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러나 2010년까지는 중국의 경제성장 질주가 지속될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
①서부 개발이 일단락되기까지 저임 노동력의
무한공급현상이 지속되고
②공산국의 유산의 장점으로서 토지 국유로 인한 토지 저가 공급이
지속가능하고(이 점이 한국·일본·ASEAN의 성장 과정과 다르고
계속 유리한 측면이다)
③국민의 헝그리 정신과 중국공산당의 정치력이 제3세계 가운데
가장 우수하며, 무엇보다 앞으로 10년 간은 그 어떤 사회불안(실업, 소득격차, 정치자유 요구 증가)도 잠재울 수 있는 민족주의적 욕구 충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과 산샤(三峽)댐 완공,
2010년 상하이(上海) EXPO가 그것이다.
중국의 전통적 국제외교력
(이 점에서 일본·한국의 근대화 과정이나 제3세계 국가와 큰 차이가 있다)
과 경제성장의 성공 그리고 무엇보다 2010년까지는 안전할 것으로
보이는 정치 통제력과 순탄한 계승 메커니즘으로 해서
2010년께는 중국 역사상 있어본 적이 없는 세계제국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그 때까지 여전히 세계 최대 민주제국(民主帝國)일 미국과 중국제국의
관계가 전략적 파트너 혹은 경쟁·적대관계일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동맹관계일지에 따라 한국, 한반도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2010년 이후의 중국에 대해 확신 있는 낙관론은 발견하기 어렵다.
특히 외국인에 의한 분석, 논평들이 그러하다.
낙관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N. D. 크리스토프(IHT 컬럼니스트)의
‘동양으로부터의 천둥’도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기술하고 있다.
‘중국은 주기적으로 경제·정치 위기를 겪을 것이다.
더 많은 톈안먼(天安門)사건, 금융위기, 부패, 도시와 농촌에서의 소동,
티베트와 신장(新彊)에서의 분리독립 폭동, 어쩌면 쿠데타도 일어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이 발전과 번영을 계속할 것이고, 민주화 제도를 향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중국인의 근대적 삶이 곧 인류 삶의 문제군 중국이
2020년께 미국을 제치고 인류 역사상 최강의 제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기의 직관이 그렇다는 것이지 논리적 필연성은 없다.
D. 셰프의 ‘중국의 새벽’도 낙관론에 속하나 이는 중국의
정보통신(IT) 특히 인터넷 비즈니스의 밝은 빛을 추적하고,
중국의 경제경영혁명을 낙관하고 있으나 중국 미래 전체의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다.
미국 MIT대의 니그로폰테 교수는
이미 2000년에 10년뒤 세계 최대 웹언어는 영어가 아니라 중국어라고
했다.
중국의 IT·인터넷·통신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강국을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G.G.챙의 ‘중국의 붕괴’나 J. 스투드웰의 ‘중국의 꿈’ 등은
중국의 경제성장마저 비관적으로 본다.
‘브라질의 꿈’ ‘소련의 꿈’이 꿈에 불과했듯 ‘대중국의 꿈’도 환상에
불과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나는 중국이 2020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1등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냐, 중국의 종합 국력이 6위가 될 것이냐, 1위가 될 것이냐에
흥미가 있지 않다.
2004년 3월 현재의 중국의 위치,
즉 이미 ‘세계 제조업의 센터’가 되었고 그리하여 ‘세계 물류의 센터’로
급진전하고, 일본도 꿈꾸지 않았던 ‘아시아금융센터’를
상하이 푸둥(浦東)에 착수하고 있는 사실 자체로도 한국은 결정적
영향을 받고 있고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욱 크게 받는다.
▷뿐더러 이미 중국은 2004년 현재로도 세계 자동차 생산 5위국이며,
에너지 수출국에서 1993년 수입국으로 반전하면서 석유 수입에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 다음의 2위로 변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 에너지 수입량의 반밖에 안 되던
중국이 이제 미국 다음의 2대 에너지 수입국으로 급발전했다.
1970년대초 세계 식량파동은 식량 수출국이던 소련이 식량 수입국으로
반전하면서 일어났고, 7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은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던 미국이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으로 반전하면서 일어났다.
중국의 세계 제조업센터, 물류센터, 도시화 진전과 자동차 생산 및
소유 급증은 필연적으로 세계 최대 에너지 수급 문제국으로 전락한다.
도쿄(東京)대 첨단기술연구소의 계산으로는
선진국 수준이 아닌 1995년 현재 한국 수준의 1차 에너지 소비만
한다고 해도 중국 혼자서의 소비가 현 세계 소비의 80%에 이른다.
모든 산유국들의 수출 물량을, 모든 석탄 생산국의 석탄 수출량을,
모든 가스 생산국의 가스 수출 물량을 중국 혼자 독점해도 모자란다는
계산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과 인접한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에
매장된 석유와 가스 개발 문제가 장래 중국의 에너지와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문제로 등장할 것이다.
▷중국의 급격한 에너지 소비 대국화,
특히 1인당 석탄·석유 소비의 급증은 세계 제조·물류·도시화센터에
이어 ‘세계공해센터’로 개악될 것이 자명하다.
현재의 생산·소비·소득 수준에서도 이미 중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전 세계 배출량의 15%를 차지한다.
중국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약 1,800만대(2001년),
현재 한국 수준인 인구 4인당 1대가 되면 지금의 20배가 넘는
약 3억5,000만대가 된다(현재 미국은 2억8,000만대).
중국의 자동차 증가로 인한 CO2 악화만으로도 세계적 환경문제가
심각해진다. 하물며 중국의 1인당 소득을 현재보다 10배 늘려
한국 수준의 1만달러로 개선하기 위해 모든 생산과 유통을 현재보다
10배 더 늘린다고 가정해 보자.
그것은 중국이, 아시아가, 세계가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의 수준을
훨씬 넘는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조류독감 등이 우연한 일은
아니다.
▷나는 중국의 에너지문제, 물문제, 환경문제는 중국의 것만이 아니라
바로 세계 인류의 생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중국인의 근대적 삶의 문제는 곧 세계 인류 삶의 문제군이다.
하버드대의 J. K. 패어뱅크 교수는
1992년 그의 ‘새 중국사’에서 ‘세계 최대 인구 국가가 생태적 악몽을
향하고 있다. 중국은 조선 철강 정보통신 분야등 한국이 우위를 점했던
분야에서 이미 거의 대등한 기술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낙 부족한 삼림 지역의 감소, 농지 축소, 높은 인구밀도를 들어
생태적 악몽을 예견하고 있다.
지난해 유엔개발계획(UNDP)의 K. 퇴퍼 사무총장은
이대로 가면 중국의 경제성장은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중국의 근대화는
곧 유럽에서 시작된 ‘근대화(근대경제성장, 근대기술, 근대정치)의
세계화’를 의미한다.
중국의 정신, 제도, 물리력에 의해 중국의 세계대국화가 된 것이 아니라
서양 근대화의 도입에 의해 세계제국으로 비상한 것이다.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의 성공이 어디까지나 홍콩·마카오·싱가포르·대만·
미국·유럽의 화교자본 유입으로 가능했다는 점이 특히 그러하다.
이들 화교자본은 중국을 상대로 자본을 축적한 것이 아니라
2차대전 후 서양에의 수출을 매개로 축적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경제의 성공은 서양 근대경제 성장의 세계적 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
▷13억명의 근대화란
바로 1만달러 이상 소득국가(서유럽·북아메리카·오스트레일리아·일본·한국·대만·싱가포르) 인구를 다 합친 것의 두 배 가까운 규모의 근대화를
의미한다.
단순히 경제성장만이 아니라 가족해체, 인구이동, 노령화, 사회문제까지
포함해서 그러하다.
중국인들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입세’(入世)라고 표현한 것은 그들 스스로 ‘근대화 세계 밖’에서
‘근대화 세계 안’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근대경제성장, 근대정치민주화, 근대환경악화, 근대사회문제의
동시적 입세를 의미한다.
중국의 근대화 입세로 하여 (이어지는 인도의 입세까지 합하여)
지구촌의 근대화는 포만점에 이른다.
2010~2030년 간에 일어날 13억명의 중국의 근대화 폭발,
인도 대륙까지 포함한 히말라야권(圈) 40억명의 입세 포만으로
지난 500년간 인류 문명을 지배한 근대화는 결국 변용 또는
끝이 날 수밖에 없다.
인류는 2020년께부터 근대화를 넘는 새 문명, 새 지구촌 시스템을
맞이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反)근대화, 혐(嫌)근대화, 초(超)근대화의 여러 시도가
있을 것이고, 신야만주의, 신중세(中世)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한국에서의 삶은
중국 13억명의 근대화 폭발의 1차적 낙진을 받는 삶이기 때문에
중국문제를 끌어안고 그것을 뛰어넘는 동북아시아, 아시아-태평양을 넘는 새 범인류, 범지구촌 평화(Pax-Univer sum) 질서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런 비전과 역량을 키우는 것,
그것이 지금 이 땅에 사는 우리의 고통이고 보람이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前 과기처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