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차 화요대화마당 "대학주도의 교육혁신 방향"

by KG posted Jul 18, 2005







[사전 발언 요약]

교육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시장주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무한경쟁 아래서 이기는 사람은 그 몫을 가져가고 진 사람은 알아서 하라며 내버려 두는 꼴이다. 지금의 세계화는 각 나라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상관없이 강대국의 거대자본에게 시장을 개방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국적 없는 거대자본의 자유화인 신자유주의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 심해지고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교육의 경쟁력이란 교육이 발전해서 성과를 거두는 것인데, 요즘 기업이나 자본에서는 한마디로 자본의 필요와 욕구를 얼마나 채워주느냐로 평가하고 있다. 교육은 개개인의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주고 철학과 자율성(인성, 창의성)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정책으로 자율성이 파괴되고 있으며 경쟁을 통해서 이긴 사람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는 시스템이다. 결국 다수의 행복을 위한 교육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학개혁, 구조조정의 내용은 시장원리에 의해 경쟁에서 이긴 대학에 모든 것을 몰아주자는 것이다.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WTO의 강박관념에서 졸속으로 입안한 정책일 뿐이다. 그래서 저는 기초학문, 직업전문교육, 응용학문, 예체능 등 각 부문의 국가적 필요치를 구해서 대학구조조정이 아니라 대학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직업전문교육의 개혁이 시급하다. 일반대학에는 기초학문과 예체능 교육을 담당하고 별도로 직업전문 교육기관을 두어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행정전문대학원, 외교전문대학원, 자동차전문대학원 등 전문 기술 분야를 담당해야 고등교육의 파행과 왜곡을 줄일 수 있다. 모든 분야의 학제가 비슷한데 각각 다르게 특성화 시켜야 한다. 더불어서 학교, 학제, 지역, 환경에 따라 교육을 특성화시켜야만이 전문인 양성과 고등교육 정상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교육부의 정책을 보면 정말 교육에 대한 국가적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를 떠나서 교육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교육에 시장논리를 바로 적용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간담회 요약]

최배근 : 대학의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과거에는 대학이 사회보다 앞서 갔는데 오래 전부터 대학이 뒤쳐져 있다. 대학은 근대를 벗어났는가? 청년 실업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 문제이며 아직 어느 국가도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82년 이전에는 유럽의 중도 좌파 집권국가의 실업률이 미국보다 낮았는데 지금은 훨씬 높다. 대학이 학생들에게 만족할 만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 학생, 기업, 정부 모두가 불만을 털어 놓고 있다. 결론적으로 학교 당국이 교육을 개혁할 능력이 있는가, 교수와 교사들이 주체가 되어 풀어나가야 하는데 문제가 많다.

주경복 : 대학의 사회에 뒤처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메우는 주체는 한쪽만이 아니라 정부는 정책 주체로서 책임이 있고, 교육자들은 담당 주체로서 책임이 있고, 학교는 운영 주체로서 책임이 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은 직업전문학교에서 담당하고, 학술적 성과는 학교와 연구시스템을 연계하는 구조를 만들어서 풀어야 한다. 가칭 ‘국립학술연구원’을 설립해서 10년 내에 필요한 연구과제를 총 정리 관리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교육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학적으로 정책을 세워야하나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맹목적으로 쫓아가고 있다.

이주원 : 모든 공공의 영역이 시장영역으로 마구 편입되고 있다. 대학총장과 교육부, 시민단체는 교육부의 3不정책(고교 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금지)에만 매달려 있다. 30~50년을 바라보고 어떤 인재양성을 위해 대학혁신이 필요한가? 기존의 논의는 힘겨루기다. 대학혁신의 내용과 방향, 인재상은 무엇인가?

주경복 : 지금의 교육상황에서 3不정책 중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당장 큰 혼란이 나타날 것이다.  여러 방면에서 다각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통합 교과형 논술을 골자로 하는 서울대 2008학년도 입시안에 대해 정부와 시민단체는 본고사의 부활로 보고 있다. 정말 논술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논술을 교과목으로 채택해서 입학전형 때 반영하면 된다.

최배근 : 사회적 합의 속에서 교육에 대한 Grand Design이 필요하다. 대학이 다양한 학생 선발 프로그램을 만들어냈지만 실행할 능력이 없다. 대학이 다양한 인재를 찾아내고 공급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대학의 교육 주체가 과거에 얽매어 있다. 정부가 Design을 주도하는 상황 속에 서울대의 주장은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이다. 대학의 자율성 못지않게 교육에 관한 고민과 자율을 집행할 능력이 있는가가 중요하고, 지금의 논의를 벗어나서 사회 전 구성원이 참여하여 풀어나가야 한다.

주경복 : 내신+수능+논술로 입시를 치르는 상황에서 하나만 바꾼다고 되지는 않는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정부에서 ‘교육혁신 위원회’를 만들어 ‘이력체계’안을 내었는데, 교사는 학생이 수업하는 것에 관해 자세히 기록하고 부모는 가정에서의 생활을 교사와 상담하고 그것을 기록해서 계속 이어져 쌓이면 하나의 자료가 되어 대학전형 자료로 쓸 수 있다.

서울대는 고등학교에 많은 것을 요구하여 좋은 학생만 받아서 힘들이지 않고 교육하려는 안이한 자세를 가지고 있다. 정말로 창의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선발 방식이 아니라 정답을 정해놓고 시험 문제를 제출하는 상황에서는 훈련중심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고 창의성은 배제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철학, 낭만, 고뇌, 슬픔을 나누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따로따로 떨어져 있고 모든 공부는 단지 점수를 따기 위한 것으로 가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자기 생각이나 정체성이 없다. 한마디로 시험을 치러보면 안다. "내 답안지에 내가 없다."

최배근 : 대학에서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변화시켜야 하는 데 능력이 부족하다. 서울대에서 과감한 실험을 해줘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이왕재 : 한국 내에서 대학간의 경쟁이 아니라 세계화 시대에 세계 일류대학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외국 유학이나 연수를 갔다 와야만 좋은 직장을 얻고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그게 현실이다. 눈앞에 보이는 평등주의가 실제로는 불평등, 즉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심화시키고 있다.

주경복 : 김영삼 정부 시절 수요자 중심의 교육개혁이 추진된 적이 있다. 그러나 역시 시장논리로 접근한 것이다. 개혁과 사회진보는 구분되어야 한다. 개혁이라는 이름을 걸었지만 실제로는 진보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는 대안을 위한 운동을 해야 한다. 기성 세대의 비판은 쉽다. 그러나 그들이 물러났을 때 비판 받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주경복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님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대표, '사립대학교 교수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다.

참여회원 : 진월스님, 김경아, 김석규, 김태희, 김현인, 박소희, 박종철, 이왕재, 이주원, 이호준, 임윤옥,  최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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