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차 화요대화마당- 공동체의 미래와 분배정책

by KG posted Jul 26, 2005



[사전 발언 요약]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국회 보건복지수석전문위원을 거쳐 현재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느끼는 것이 선성장-후분배 논리의 높은 벽이다. 우리 공동체에서 사회복지와 분배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실행한 것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부터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4대보험이 확대 정착되었다. 또 선진국에 비하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복지예산이 적은 편이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은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전망하고 그 속에서 어떤 분배정책이 필요한지 같이 고민했으면 한다.

우울한 공동체의 미래

우리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판단하려면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 경제적 측면이다. 첫째 한국경제는 지금 위기를 겪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급락하고 내·외수 복합불황으로 저성장구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번째로 나라 빚이 200조를 돌파한 것이다. 국가채무가 오랜 시간동안 증가한 것이라면 현재 수준의 채무는 그다지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 빚 200조는 단기간에 급증했기 때문에 우려할 수밖에 없다. 2000년 말 111.9조원에서 2004년 말 203.1조원으로 최근 5년간 2배가 증가했다.

세 번째로 빈부격차의 심화를 들 수 있다. 빈부격차 즉 양극화의 심화는 건전한 소비계층인 중산층을 붕괴시켜 소비 및 투자위축을 유발하고, 경기 둔화와 실업률 증대를 초래한다. 또 계층간 갈등 증폭과 사회불안 요인을 양산하여 경제는 물론 국가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래에도 양극화의 심화 현상이 개선되기 보다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사회적 측면이다. 첫째 저출산·고령화의 가속, 생산인구의 감소 등으로 사회 제반 여건이 급변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인구의 급증과 생산가능연령층(15세~64세)의 감소는 사회보장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뿐 아니라 생산과 소득의 감소, 조세와 사회보장 수입 감소 등 심각한 사회경제적 파장과 함께 세대간의 갈등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서 한 가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왜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출산을 기피하는 것일까? 문제는 교육이다. 한국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자식 교육에 올인한다. 그만큼 출세지향적이고 평등지향적이다. 그런데 교육은 엄청난 비용을 요구한다. 60~70년대가 아니라 2000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여러 명의 자녀를 교육시키기엔 버겨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출산률이 낮아지고 있다.

두 번째로 자살, 이혼, 범죄 등 사회적 병리현상이 증대되고 있다. 자살, 이혼, 범죄의 증가는 사회적 가치관, 문화, 제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라고 할 수 있지만 경제 환경의 변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 외환위기 이후 경쟁심화, 구조조정, 성장세 둔화, 고용불안, 양극화, 가계부실 등 경제적 스트레스가 증가하여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저소득계층을 중심으로 자살, 이혼, 범죄가 증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노동구조적인 측면이다. 일자리의 양극화가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파괴되고 취업과 실직을 반복하는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고용없는 성장이 공동체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완전고용이 오래된 신화가 되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

분배정책의 나아갈 방향

분배정책의 핵심은 이익이 공유되는 성장, 즉 성장잠재력을 최대화하면서 효율적인 방법으로 분배와 복지를 도모함으로써 사회통합에 기여하게끔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복지와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1)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 : 사회보험의 배제상태는 소득의 양극화를 촉진한다. 따라서 소득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비정규직 및 영세사업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사회보험에 포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제’를 도입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이 그 노력 중의 하나다.

(2) 영세민·저소득층 주거안정 지원 확대 : 한국의 공공임대 주택 비율은 현재 전체 주택에 3.4%. 향후 10% 이상으로 증가시켜야 하고 또한 주거취약계층 및 주거비 부담 과다가구에게 주거비를 보조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상의 주거급여를 분리하여 보조하는 ‘주거급여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3)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강화 : 상담에서부터 자활계획 수립, 자활지원사업의 참여, 직업능력 배양, 일자리 알선, 일자리 정착까지의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자활지원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4) 보건·의료서비스 확충 및 건강보장 확대 : 소득이 양극화되면서 건강보험지역가입자 중 보험료 체납세대가 증가하고, 소득계층별로 건강상태가 차별화 되고 있다. 의료 이용에서 소득에 의한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고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5) 이 외에도 사회복지 서비스 확충 및 민관 협력 강화,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적극적 대응책 강구, 사회적 일자리 창출, 가족 및 지역사회 공동체 정신 강화, 생산적 고령화 사회로의 정착을 위한 노인에 대한 인식 전환 등이 필요하다.




[간담회 요약]

이주원: 암 무상진료는 선동적인 구호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질병이 많다.  국민건강보험 흑자 분으로 더 많은 비용이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질병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고경화: 암에 대한 무상의료는 캠페인성으로는 좋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정책을 캠페인성으로 가지고 가서는 안 된다. 암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치명적인 질병들이 많다. 일부 단체에서 암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무상 치료하자는 것인데, 이는 질병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건강보험 흑자를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질병의 치료에 있어 생존율, 비용, 병의 위험성, 경·중, 소득수준 등을 고민해서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 그런 것을 따지지 않고 암부터 무상으로 하자는 것은 레토릭일 뿐 정책적으로는 힘들다.

이호준: 질병에 대해 다른 접근도 필요하다. 암이나 질병은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의 결과이다. 항암치료나 수술 등의 의료시스템으로만 치유되지는 않는다. 다르게 살지 않으면 또다시 고비용만 들고 다른 병이 생긴다. 주거환경과 먹을거리 등 환경이 중요하다.

이주원: 영국 보수주의정당의 정치인 리즈데일리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복지가 국가가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라고까지 하였다. 복지는 본래 보수주의 정치철학에서 나온 시장실패에 대한 보완재였다. 그런데 우리 보수진영은 이런 문제의식이 떨어지는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서구식 복지국가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서구 유럽의 복지국가를 도입하려면 그들이 했듯이 식민지 착취의 물적 토대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우리식 복지모델은 무엇인가? 과거 박정희 체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성장과정에서 위험을 공유했던 시스템이었는데 여전히 이익은 대기업에만 가고 나머지 국민은 이익에서 배제되어 있던 불구적 시스템이었다. 그렇다면 우리식 분배 모델은 고의원께서 말씀하셨듯이 ‘이익이 공유되는 성장’을 국가적 모델을 선정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단기적 과제로는 통일 시너지 효과와 팬코리아(pan-korea) 750만 재외동포들을 잘 네트워크화 해야 하며,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시민권을 주는 제도가 언급될 시점이다. 그렇지만 출산 장려정책은 단기적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20~30년 정도의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과거 박정희 시대나 3저 호황시대처럼 완전고용이 되지는 않는다. 정치권에서 솔직한 고백이 필요하다. 이전에는 가족 구성원들이 위험을 함께 공유하였다. 분배정책의 핵심은 급격한 산업화 사회 속에서 해체된 가족을 복원시켜야 하는 것이다. 가족의 재발견이 필요하다.  

이호준: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여도 은행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중 비정규직이 60% 이상이다. 그런데 비정규직은 사회보험에서 제외되어 있다. 사각지대에 대한 복지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사람들이 행복해야지 가정으로 돌아간다. 요즘은 부부중심의 가족보다는 같이 사는 사람이 가족이 되어서 사는 것이 더 행복한 경우도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적인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전통적인 의미가 아닌 가족의 새로운 개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혼모 가족, 동성애 부부 등을 고민해야 한다.

최배근: 가족은 제도이기 때문에 변할 수 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책은 큰 차이가 없다. 사실 분배나 복지를 바라보는 데에 있어서 경제나 교육과 분리해서 생각하는 데 문제가 있다. 정책으로 접근할 때에는 경제논리를 중심으로 바라보고 상호 관련 속에서 아젠다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부수적인 곁가지로, 경제는 시장에 의해서 작동시키고 거기에서 생기는 문제를 처리하는 방편으로 복지를 바라보고 있다. 산업화를 먼저 한 나라들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면서 성장했는데 우리는 고속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떠맡겼다. 그 과정에서 가족의 해체가 지난 30~40년 동안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진행되었다.

경제성장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있다. 출산율이 낮은 데에 있어서 교육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평등주의적 생각이 강하다. GNP 대비 교육비용이 낮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비용으로 만족을 못 느낀다. 상당한 비용을 교육에 투자하는 데도 내 아이가 커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생각하면 물음표이다. 사회는 교육비용을 무한대로 요구하고 있다. 한 없이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소득이 높은 사람들을 쫓아가려니까 고통스러운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의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고, 개인의 기회가 공평하지 않으면 그 속에서 공동체를 유지할 수가 없다. 그런데 제도적으로 교육정책이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교육의 공공성은 아주 중요하다. 교육의 기득권 재생산이 사회 계급 재생산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출산율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있는 노동력을 업그레이드시켜 잘 활용해야 한다. 지금 있는 자원을 잘 활용해도 6~7%대의 성장 가능하다. 출산율을 높인다 하더라도 지금의 양극화 구조라면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 ‘소득 증가 없는 성장’ 구조에서 성장률 얘기는 별 의미 없다.

전통사회에서도 기회의 공평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게임의 공정성이 깨어진 것이 가장 문제이다. 이런 것이 사회의 응집력을 깨뜨리고 악순환을 재생산한다. 기업의 위험성은 정부, 국민이 위험을 함께 공유한 것이다. 30년 만에 국민 소득은 100배가 늘고 세계의 일류기업과 경쟁하는 기업들이 많다. 기업은 기업들이 열심히 해서 그런 것인데 왜 반기업정서를 만드냐고 항의한다. 그런데 손실은 나눠가지지 않고 이익만 소수 재벌들이 나누어 가지는 상황에서 국민들로부터 부의 정당성을 확보 받지 못하고 반기업정서가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부의 축적과정이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호준: 기업에서 임금을 최고 많이 받는 사람과 적게 받는 사람과의 차이는 100배나 난다고 하는데 사람이 그렇게까지 차이가 날 수 있는가, 우리의 노동차이가 그렇게 큰가, 동일 노동에도 동일 임금이 적용되지 않을뿐더러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일용직으로밖에 갈 수 없고, 비정규직은 불안정하고 급여도 너무 적고 이런 상황은 전혀 얘기되지 않고 있다.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그 속도가 너무 빠르게 가고 있다. 사고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서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대한 시각에서 정책을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고경화: 앞부분에 얘기했지만 사회복지나 분배정책을 말할 때 경제나 사회의 전체적인 측면을 고려하면서 고민하고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쉽지 않다. 또 뭔가 진일보한 정책을 제안하지만 한나라당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오해를 사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인구구조의 변화와 고용창출 없는 저성장 시대의 도래, 그리고 소득의 양극화로부터 시작되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 불안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경제성장은 물론이고 우리 공동체의 기본적인 토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좋은 제안을 많이 들었다. 그만큼 숙제가 많아진 것 같다.

* 고경화 의원의 사전 발제 내용은 첨부한 파일을 참조 바람

* 참여회원 : 김석규, 김태희, 김현인, 박소희, 박종철, 손종도, 이주원, 이호준, 임윤옥, 최배근, 정은영, 최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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