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철환 기자(조선일보 북한전문기자, 『평양의 어항』 저자)는 함경남도 요덕군에 위치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10년 간의 수감생활 끝에 출소해 요덕군에 거주하던 중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했다. 6개월 간의 탈북생활 끝에 1992년 8월 한국에 입국하여 한양대학교을 졸업한 후 한국전력공사에 근무했고, 2000년부터 조선일보사의 북한전문 기자와 탈북자 단체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6월 14일 백악관에서 부시대통령과 면담 이후 인터뷰와 강연회 등 북한 인권문제 제기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사전발언 요약]
북한의 핵 문제는 김정일 정권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미국은 북핵문제를 UN안보리에 회부하려 한다. 북한은 미국이 압력을 가하더라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갈 것 같다. 이번 8월15일 광복절에 현충원을 참배한 것도 체제유지를 위해 남한 정부에 지원을 구하고자 한 것으로 본다.
이번 6자회담을 보면서 북핵문제에 대해 미국과 중국 또한 의견이 일치한 것 같다. 북한 인권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름으로써 북한은 강력한 제제와 압력을 받게 되었다. 부시정부는 북한에 대한 불신 못지않게 한국정부에 대해서도 불신이 강하다. 1997~1998년의 심각한 식량부족으로 인한 대량 아사 후 최근들어 북한에는 군대에도 식량배급이 부족할 정도로 식량부족사태가 심각하다.
북한 지원 방법으로 김정일 정권에 직접 지원을 하지 않고 풍선을 만들어서 그 안에 식량과 생필품, 라면 등을 실어서 수용소까지 날려 보내 풍선을 터뜨리게 하면 된다. 풍선을 원하는 지점으로 날려 보내서 터뜨리는 기술은 충분하다. 내가 요덕수용소에 있을 때도 수용소에 떨어진 풍선에서 구호품을 얻어 연명한 적이 있다.
1998년에서 2005년까지 대북지원을 했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나? 북한에서는 90년대 후반에 배급제가 붕괴되었고 주민들 사이에 시장이 형성되면서 물건을 사고팔고 있으며, 2002년 7월에는 공식적으로 암시장을 인정하였다.
남한정부는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3번에 걸친 UN대북인권결의안에 기권함으로써 김정일 체제와 체제에 기생하는 사람들을 미워하는 대다수의 인민들에게 실망을 주었다. 남한정부가 북한 인민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역할을 해야 통일 이후에도 북한 인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북한 주민들도 미국이 제작하는 ‘자유아시아방송 R.F.A(Radio Free Asia)’ 청취를 통해 미국과 남한사회를 많이 알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포스트 김정일 체제와 관련해 중국이 북한을 통치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김정일에 반대하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좋아한다. 때문에 친중정권의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한다. 엘리트들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들어 일반 주민보다 엘리트들의 탈북이 늘고 있는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북한 민심을 잡는 방안이 다 준비되어 있다. 과거 한국의 민주화운동 세대의 시각 교정이 필요하며 북한 인권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수용소에 정치범이 30만 명이나 수감되어 있고 공개처형 등 아주 잔혹하게 인권이 유린된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화운동 세력은 왜 북한 인권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율배반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을 통해서 남한의 비디오가 밀반입되어서 계속 암암리에 돌아다니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 드라마의 파급효과가 상당히 크며 남한에 대한 과대한 상상을 불러일으켜 작년 말부터 집중단속을 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ㆍ중국간 국경은 2중 3중으로 삼엄하게 경비를 하고 있다. 농업개혁(개인농)을 하게 되면 북한 인구의 30%가 통제에서 벗어난다. 중국도 농협개혁으로 인해 천안문사태가 일어났듯이 남한 정부에서 농업부분이라도 개혁개방 압력을 가해야 한다.

[간담회 요약]
김현인 : 북한의 연착륙은 불가능한가? 체제가 붕괴되거나 국경이 허물어지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대부분의 남쪽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도 그것이다. 급속한 상황변화 후 反김정일 세력의 정권장악은 가능한가, 아니면 UN이 관리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한가?
강철환 : 북한의 연착륙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붕괴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동구권은 생활수준이 5,000달러 수준에서 체제가 붕괴되면서 생활수준이 아주 악화되었는데, 북한은 지금 상황이 최악이어서 별 혼란은 없을 것이다. UN에서 도와준다면 3년 정도면 안정이 될 것이다.
김석규 : 북한 군부세력은 어떠한가?
강철환 : 북한군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 군 소장파들 사이에는 김정일을 제거하기 위한 계획도 있을 것이다. 김정일 체제 붕괴 후 군 집단체제로 갈 가능성이 많다. 새로운 지도부는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며 UN의 통제를 받으려 할 것이다.
최배근 : 내부적 결합 하에 중국의 개입이나 UN관리체제 하에서 미국의 개입은 어떤가? 중국은 친미정권의 개입을 원치 않는데 북한의 군부는 친중정책이지 않은가, 중국 정부가 북한에 친미정권이 들어설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김정일 체제 붕괴 이후 군부가 질서를 잡기는 힘들 것이다. 준비된 대안세력이 없는 것 같은데, 대다수의 인민들은 어떤 시나리오에 더 호응을 할 것 같나?
강철환 : 북한 사람들은 중국을 싫어한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에 대한 환상이 있다. 새로운 체제를 건설한다면 미국이나 일본의 도움을 받으려 할 것이다. 중국이 개입하면 반발이 아주 클 것이다. 중국군대의 주둔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최배근 : 중국과 북한간 군사엘리트 사이의 교류는 있나? 중국이 개입하려면 반세기 이상 중국과의 우호관계 속에서 중국의 수혜를 받은 기득권 세력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개인보다는 특정 집단과 대화하고 협력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기존 집단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가?
강철환 : 중국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사려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 작업 없이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북한 인민들의 반발이 클 것이다. 북한 정부는 중국 정부를 통해서 요구하기보다 미국과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체제보장을 요구한다. 미국의 힘이 더 크고 받아낼 것이 더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조민 : 북한 평양과 지방의 전기 사정은 어떠한가? 아주 단순한 질문인데, 소련과 동구권은 이미 사회주의 체제가 다 붕괴되었는데 왜 북한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나?
강철환 : 수력발전이 많아 여름에는 전기가 공급이 잘 되었는데 지금은 평양시를 유지하기 위한 발전기만 가동되고 있다. 발전설비가 노후화 되고 보수를 하지 않아 전기 생산을 못하고 있다. 북한 내부는 이미 무너졌다. 형태만 존재할 뿐이다. 북한 전역이 수용소화 되었다. 간신히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번 8·15 남북공동행사 중에 북한 측의 제의로 북한 대표단이 국립현충원을 참배할 정도로 아주 비참한 상황이다.
조민 : 소련 사회주의 붕괴는 평화적으로 전환되었다. 구 소련의 엘리트 층은 이미 70년대에 들어서 체제에 회의를 느껴 체제전환을 고심했고, 체제전환의 주체가 그들 엘리트들이며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했을 때에도 기득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별 저항이 없었다. 그러나 북한 당간부들에게는 미래가 없다. 북한이 붕괴되면 당간부들에게도 비상구가 없다. 체제를 움직이는 15,000명의 간부들에게 남한에서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그 해법으로 분단시대 정치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공권력의 허락없이 가해지는 폭력을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 경제재건 프로젝트 수혜자는 북한 주민이 되어야 한다.
북한 김정일 체제 붕괴 이후는 상황변동적일 것이다. 권력의 진공상태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나올 때까지를 예상한다면, 역시 결론은 상황이 결정할 것으로 판단한다. 무질서가 제일 걱정되는 상황이다. 빨리 권력의 핵이 나와야 되는데 그 공백기 동안은 누구도 관여할 수가 없다. 빨리 질서가 잡히도록 남한에서 도와줘야 한다.
최배근 : 남한정부가 북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더 개입을 많이 해야 한다. 미국정부가 생각하는 인권과 남한정부가 생각하는 인권은 다르다.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남한의 입장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김정일 체제가 붕괴되었을 때 다른 쪽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강철환 : 북한은 지금도 스탈린체제의 상황과 같다. 당 간부들도 피해자이다. 인민의 적은 보위부원이다. 당과 기존 권력층들은 서로 공조에 의해 뭉쳐져 있다. 그러나 붕괴 과정은 급격히 진행될 것이다. 북한이 붕괴되면 떠났던 사람들이 오히려 북으로 돌아갈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그 땅에서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해갈 것이다. 지도체제가 개방 개혁으로 안정되면 큰 혼란은 없을 것이다. UN에서 북한 군대만 잘 관리하면 큰 소요는 없을 것이다. 한 번의 폭풍은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단고 판단한다.
최배근 : 현 정부나 시민단체는 남북관계를 위해 인권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통일을 위한 창구가 북한 정부이다. 공식 창구가 북한 정부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약점인 인권문제 제기에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강철환 : 살인적인 인권 수준이기 때문에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민심이 다 떠나간다. 통일이 되었을 때 남한에게 주도권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인권을 주창하던 민주화세대가 정권을 잡았으면 북한 인권도 거론해야 마땅한데 너무나 열악한 북한의 인권은 거론하지 않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국회차원의 청문회를 통해 알릴 필요가 있다.
조민 : 민간부분인 언론이나 시민단체, 종교인들이 인권을 거론하고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또 전체적인 부분 보다는 공개처형의 근거와 자료를 제시하도록 요구하는 등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인권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강철환 : 인민을 위한 창구가 되어야지 창구를 위한 창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지금의 대북교류는 북한 인민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3번에 걸친 UN 대북인권결의안에 남한 정부가 기권함으로써 북한 주민들도 남한 정부를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미국도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면 김정일 정권이 북한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어 결사항전하게 만들 수 있다. 인권문제로 들어가야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북한은 공산주의 체제가 아니라 군부 독재 정권이다. 남한의 준비된 젊은 사람들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운동해야 한다.
이왕재 : 북한을 도와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강철환 : 북한에 채찍과 당근을 같이 줘야한다. 8년 동안의 지원이면 최소한 굶어 죽는 이는 없어야 하는데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가고 있다.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지 물품 지원만으로는 안된다.
최배근 : 정부의 대북지원에 있어서 효율성이 낮다는 것에는 다들 동의하는 것 같다.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합리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 이데올로기화 시켜서는 타협점이 없다.
강철환 : 90년대 후반의 300만 대량아사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상황에 잘 적응해 나갈 수 있다. 외부지원은 배급제가 시행되고 있는 곳에만 한정되고 정말 열악한 지역이나 인민들에게는 전혀 지원되지 않는다. 북한이 지금 상황에서 160만 군대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지원금이 군대로 간다는 증거이다. 지원을 하더라도 휴전선 근처의 인민군과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후퇴할 것을 요구를 하고 군대 축소를 요구하면서 해야 한다. 북한의 현 상황에서는 지원을 중단이라도 해서 농업이라도 개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황현석 : 지금 지원을 중단하면 동북아 정세에 더 냉각기류가 흘러 어려워지지 않는가?
강철환 : 북한의 핵으로 인해 가장 피해보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지도부도 북한의 존재가 유익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이 중국의 이익에 보탬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정일은 미국에 매달리고 있다. 탈북자 문제나 북한의 인권문제를 중국 인권문제와도 연관시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도 북한 정권교체 계획도 염두에 두고 있다.
조민 : 김정일 체제 이후의 준비가 제대로 없어 중국이나 미국도 액션플랜 실행을 못하고 있다.
김태희 : 우리가 접근하는 인권도 실제로 북한 체제하의 인권과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같은 시대를 살지만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강철환 : 기본적인 권리를 기준으로 북한 인권을 얘기해야 한다. 북한은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억압당하고 있다.
참가자 : 강성룡, 김석규, 김태희, 김현인, 박소희, 손종도, 윤여진, 이규승, 이왕재, 이주원, 이진한, 이호준, 임윤옥, 조민, 최배근 (KG 아카데미 회원 -김재우, 황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