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희망으로 부풀었던 뉴밀레니엄을 9.11테러로 맞은 인류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테러와 이에 맞선 대응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족과 종교의 이름으로, 때로는 보복을 명분으로 공공연한 인간말살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제 어느 나라도 테러로부터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미국의 대이슬람 정책과 테러와의 전쟁을 비판하고 중지시키는 것으로 테러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까? 이라크 파병국으로서 테러의 대상이 되어버린 한국의 안전은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코리아글로브는 8월 30일 제73차 화요대화마당에 미국 외교정책연구원(Foreign Policy Research Institute)의 국가안보 및 대테러센터의 공동의장 마이클 라두(Michael Radu) 박사를 모시고 "국제 테러리즘의 현황 및 전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사전발언 요약]
미국의 민간 씽크탱크 중 하나인 Foreign Policy Research Institute는 설립된 지 50년이 되었고 ‘오르비스’라는 저널을 발간하고 있다. 본인은 국제테러리즘을 담당하고 있으며,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러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테러리즘의 정의
테러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정의는 없다. 국제법도 없고 전범재판소에서도 다루지 못한다. UN 내부에서도 정의에 대한 합의가 없다. 유럽과 미국에서 통용되는 정의는,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즉, 대상과 방법에 따라 테러리즘이냐 아니냐를 정의할 수 있는데, 아무리 좋은 정치적 의도로 행했다고 하더라도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테러리즘의 역사
19세기 후반에는 이데올로기(마르크시즘, 민족주의, 파시즘)에 기반을 이루었으나 최근 25년 사이에는 종교에 기반하고 있다. 현재 테러의 주범은 95%가 이슬람계이며 그 외 스페인, 스리랑카 등이 있다. 현대 테러에는 이슬람 인구의 1~2%, 많게는 5%까지 연루되어 있는데, 12억 이슬람 인구의 5%는 큰 규모이다. 9·11 테러로 유명한 알카에다는 90년대 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에서 시작되었다. 오사마 빈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이며, 알 자와히리는 이집트인으로 의사출신이다. 그의 집안은 할아버지?대학총장을 지낸 유명한 집안이다.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조직의 이데올로기를 살펴보면 이슬람 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슬람 국가 리더들이 이슬람의 근본을 어기고 있고 서구주의(서구 민주주의 정치시스템)의 나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슬람에서 권력은 알라신만이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권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서구세계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이슬람과 반대되는 가치이다. 궁극적 가치는 이슬람국가들이 하나의 국가를 건설(필리핀에서 사하라사막 이남까지)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슬람 세계의 건설을 위해 적을 물리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석유자원을 착취하는 미국, 과거 식민주의의 유럽, 소수 이슬람인을 탄압하는 중국, 체첸사태와 관련한 러시아, 카슈미르 사태와 관련한 인도 등 모두를 적으로 간주한다.
테러리스트의 조직구조
아프가니스탄과 소련사이의 분쟁 때 파키스탄을 기반으로 하는 아랍인들이 아프가니스탄에 금전적 지원을 하였다. 구 소련군이 철수한 후 아랍인들은 그들이 거대한 소련군을 몰아냈다는 역할에 자신을 가지고 미국도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1996년부터 파키스탄에 기반을 두었던 교육을 잘 받지 못하고 종교적인 신념이 강한 학생들이 탈레반 정권을 구축하게 된다. 이들은 사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난민캠프 밖에 모르고 다른 세상을 몰랐기 때문에, 빈라덴이나 자와히리가 이들을 교정하기는 쉬웠다. 1996~2001년 사이 아프가니스탄에 훈련 캠프를 만들어 2만 명을 배출해냈다. 이들은 테러리스트 양성소를 졸업한 후 고국으로 돌아가서 세포조직을 구성했는데, 세포조직을 키워서 국가에 대항하는 조직원이 되어 알제리 내전(1996)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유럽에 사는 이슬람교도들은 프랑스에 500만, 독일에 300만, 영국에 200만, 네델란드에 100만 명 가량이 있다. 이들은 기독교도들에게서 탄압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테러리스트 활동이 전세계로 퍼져감에 따라 알카에다 조직과의 관계는 멀어지고 있다. 언론에서 테러가 알카에다 소행이라는 것은 틀린 부분이 많은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베이스캠프가 사라졌기 때문에 중앙통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구 유럽이나 이라크의 테러는 빈라덴의 영향권에서는 벗어난 테러이다. 이라크 내에서 알 자르카위가 빈라덴의 추종자라고 얘기하지만 과거에는 빈라덴과 서로 대치관계에 있었다. 지금은 알카에다 조직이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어 그 명성을 빌려와서 알카에다와 자신을 연관 짓고 있다.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테러조직 중에 ‘자마 이슬라미아’ 가 있는데 동남아 전역에 테러활동을 하고 있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전역에 걸쳐 활동하는데 통합된 이슬람 국가건설이 목표이다. 또 하나는 ‘투르키스탄’ 조직이 있는데 우즈베키스탄에서 시작하여 투르키스탄(중앙아시아) 전역에서 활동을 한다. 이 조직들은 알카에다와 이데올로기 면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조직원들과 관계가 있다.
테러 공격을 받은 국가의 반응
프랑스는 빠르게 대응방법을 찾고 효과적으로 대테러에 응했다. 미국은 9·11 테러에 충격을 받고 이후 대처를 잘해 1건의 테러도 없었다. 미국의 정보기관과 유럽, 아랍의 정보당국이 서로 긴밀히 협력하여 추가 테러를 방지할 수 있었다. 이와 반대로 유럽의 다른 국가들은 비효율적인 대처를 했다. 스페인에서 발생한 2004년 3월 열차 폭발사고는 스페인 정부가 테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이다. 영국은 지난달까지 이슬람 테러리스트 양성소의 기반이었고 런던은 테러리스트를 모집하고 다양한 계획을 세우는 중심부의 역할을 하였다. 지난 7월 7일 테러 이후 영국도 아랍권에서 추방된 테러리스트들이 영국에 정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간담회 요약]
강성룡 : 북한은 미국이 테러국가로 지정한 악의 축 가운데 한 나라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미국에 어떤 위협이 되고 있나?
Radu :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것이 주변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 KAL기 폭파, 미얀마 폭탄테러에 직접 가담했고, 그리고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등 매우 위험한 국가이다. 북한은 금전적인 대가를 위해서는 아무 나라에 어떤 것도 팔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상당히 위험한 국가라고 생각한다.
이주원 : 미국이 중동에 적용하는 민주주의의 전파와 대테러리즘 전략이 동아시아에서도 과연 유용할 것인지 궁금하다.
Radu : 중동지역 아랍국가에 민주주의는 테러리즘을 뿌리 뽑는 데 덜 효과적이며 한계가 있다. 인도네시아는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자마 이슬라미아 같은 테러조직이 성장할 수 있었고 발리에서 테러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 성격 때문에 테러조직이 활동하는 환경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테러에 대처하는 수단으로 민주주의는 효율적이지 않다. 최근에 민주주의가 정착한 나라는 테러에 의해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스페인에서 열차테러로 정권이 교체되었고, 필리핀은 운전기사를 납치한 테러리스트의 요구로 이라크에서 철군을 수용했다. 한국이나 일본은 철수에 응하지 않았지만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민간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돈을 지불했다. 국가마다 대응방법은 다르다.
김석규 : 중동의 평화가 대한민국의 에너지 공급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중국과 남북한은 전혀 다른 민족으로 반만년 이상 살고 있다. 북핵문제 자체보다 중국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북한 경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고 있는데 북한이 중국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우려된다. 중국은 민주주의가 요원하고 남북한과 전혀 다른 민족이다. 중국이 북한을 빌미로 한반도에 대한 세력확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미국은 대한민국의 고뇌를 어느 정도로 인정하고 있나?
Radu : 중국이 주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중국이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내가 중국이라면 미국과 인도가 최근 어떻게 가까워졌는지, 미국과 베트남과의 우호관계와 한국과 일본이 왜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했는지 등 세계 정세를 잘 살펴볼 것이다. 한국이 중동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중국, 일본, 서구유럽도 중동 에너지에 의존한다. 미국은 15%만 중동에 수입하기 때문에 사정이 약간은 다르다.
미국도 석유 공급 차질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데 각군 해군들의 연합을 만들어서 중동에서 중국, 일본, 한국 등으로 수출되는 석유 채널을 보호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관련국들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무산된 적이 있다. 관련 국가들이 위협이 어느 정도 인지 인식해야하고 협력해야 한다. 석유를 나르는 프랑스 운반선에 대한 공격이 이미 2년 전에 있었다.
정낙근 : 알카에다의 테러가 한국에 가해지면 한국이 미국에 요청하지 않아도 미국은 응징하기 위해 공격할 수 있나? 그러면 한국은 테러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나?
윤여진 :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APEC 회의에 테러 위협이 있다. 이라크전에 파견한 국가는 위협이 높다. 각국 대응 방법에 따라 테러가 일어났는데 알카에다가 한국에 테러를 가할 여건이 되나?
Radu : 테러가 가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한다. 실제 테러가 가해져도 미국의 도움이 필요없을 것이다. 첩보나 경찰력으로 대응할 수 있다. 미국이 나설 필요는 없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노동자 중 2만 명이 이슬람(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인도네시아)이다. 테러를 계획하는 사람과 실행하는 사람 폭탄을 제조하는 주체는 다 다르다. 핵심 4~5명만 있으면 테러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 수집능력이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현지의 외국인 노동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태희 : 미국이 벌인 이라크 전쟁에 참가해서 우리나라가 2번째 테러 대상국으로 지목되었다. 최소한 테러를 막기 위한 정보력도 부족하다. 다음으로, 테러와 전쟁이 무엇이 다른가? 강자의 논리에서 보면 테러는 나쁜 것이고 민간인을 대상으로 정당하지 않은 폭력이라는 데,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이 목표인데, 약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 공격을 할 수 있는가? 전세계를 경영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너무 오만한 관점에서 미국은 선이고 나머지는 악으로 규정하지 않는가?
Radu : 먼저, 첩보에서는 미국도 능력이 부족하다.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는 협력국과 공유하고 있다. 한국에는 테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슬람 공동체가 어느 정도 규모로 형성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또 한국의 국경은 한 곳 뿐이고 엄격히 통제되어 접근하기 힘들다. 폭탄테러의 가능성은 상당히 적다.
다음으로 전쟁과 테러의 차이를 말할 때, 전쟁은 정부와 정부 사이의 싸움이고, 군대가 개입을 한다. 영토나 자원을 놓고 싸우는 것인데, 테러는 정부가 주체가 아니며 대상은 민간인이다.
조민 : 지난 9·11 테러에 미국인에 깊은 유감을 느끼며 9·11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이해한다. 카운터링 테러리즘 외에 무슬림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나?
Radu : 미국은 이슬람과는 잘 공존하고 있다. 이슬람권 내의 극단주의자들이 문제이다. 이슬람 온건파와 극단주의자들 사이에 대치관계도 있고 내부의 문제도 많다. 서구권도 이슬람국가와 우호관계가 없이는 테러에 대처할 수 없다.
참석자: 임윤옥, 조민, 이주원, 박종철, 손종도, 이호준, 김석규, 박소희, 김남이, 김태희, 강성룡, 윤여진, 정낙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