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행정수도이전과 관련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004년 10월 21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받은 이래 2005년 3월 2일 국회를 통과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이 다시 헌재의 판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역과 결합된 정치권의 대립이 헌재의 판결여부와 관계없이 계속 이어질 경우,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쓸데없는 갈등과 에너지소모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코리아글로브는 한반도다거점화와 관련하여, 상반기 대구경북, 전북, 광주전남, 부산경남, 강원춘천, 경기남부, 대전충남 7개권역에 대한 진단과 발전전략을 검토하였다. 이를 토대로 한반도공간전략의 핵심은 수도권과 대비되는 지역의 위기감을 감소시키며 지역과 수도권이 상생할 수 있는 국토의 균형발전을 통해 한반도가 동아시아는 물론 유라시아까지 포괄하는 글로벌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서울과 수도권은 어떤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인가? 77차 화요대화마당은 일산과 분당 신도시를 디자인하고 KTX추진단장을 역임한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을 모시고 수도권의 발전전략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원장은 동경, 북경, 상해와 경쟁할 수 있는 그랜드서울로의 발상전환이 시급하며 분권과 그린시티라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사전발언 요약]
태조 이성계가 고려의 개성에서 지금의 서울 4대문 안에 한양을 만든 지 600년. 4대문 안은 1960년대까지 대한민국의 중심지였으니 여기서 대략 국민소득 100달러를 만들어 냈다. 지금의 서울은 1963년 박정희 대통령이 경기도의 시흥군, 광주군, 고양군, 양주군을 서울의 강남과 강북으로 편입시켜 만든 것으로, 여기서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성계의 한계를 뛰어넘었듯이 이제 우리도 박대통령을 넘어서야 한다. 박대통령도 국민소득 5만 달러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이제 동아시아 문명을 상징하는 동경, 북경, 상해는 물론 런던, 파리, 뉴욕 등과 같은 글로벌 시티들과 함께 경쟁해 나갈 수 있는 커다란 그릇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우리에겐 진짜 서울, 넓은 서울이 필요하다는 발상. 발상의 전환이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

지금까지는 그린벨트와 수도권 규제 정책 때문에 수도권에 계획적인 신도시 건설을 미뤄왔는데 수도권 난개발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2,300만 명이 원하는 주택 크기와 수요는 늘어만 가는데, 정부와 건설당국은 찔끔찔끔 개발했다. 분당 이후 최근 10년간 166건의 미니신도시가 건설되었다. 수백, 수천 군데를 파헤쳐 총 1억 평이 넘는 논이나 밭, 야산에다 아파트 허가를 해주고 주택공사나 토지공사 같은 공공기관도 겨우 20만 평, 30만 평 규모로 수백 군데를 철도 하나, 고속도로 하나 못 놓고 마치 벌레 파먹듯이 개발했다. 이렇게 땜질식 처방을 하니, 아무리 집을 지어대도 30년 전에 건설된 서울 강남이나 분당 하나를 못 당하는 것이다. 얼마나 엉터리로 집들을 지었으면 얼마 전까지 난개발의 대명사였던 용인 수지의 집값이 그나마 좋다고 뛰어 오르겠는가?

수도권과 지방을 연계시키지 말자. 수도권이 나아질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지방은 신경쓰지 말고 수도권의 발전만 신경을 써야 한다. 수도권은 중앙정부와 별개로 수도권 주민만의 주도권 만들자. 서울은 2억 평, 경기도는 30억 평이다. 경기도만 잘 변해도 대한민국의 1/2이 잘 변화한다. 지역 스스로 발전해야 한다.
지금의 박정희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그린벨트는 모두 5억 평 인데 그 중 북한산, 관악산, 청계산 등 산지와 숲으로 이루어진 그린벨트는 4억 평, 나머지 평지로 남아있는 그린벨트는 모두 1억 평이다. 여기는 '그린없는 그린벨트'이다. 비닐하우스, 축사, 공장, 창고... 그린 대신에 이런 흉측한 것들만 들어서 있다. 이 '그린없는 그린벨트' 1억 평을 사들여서 5천만 평에는 나무를 심어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고 2천만 평은 도로나 공원 그리고 골프장도 만들어야 한다. 나머지 3천만 평만 개발해도 강남 집값이 벌벌 떠는 그린씨티를 만들 수 있다. 여기서 나오는 개발이익만 갖고도 지금 수도권에 있는 지하철과 고속도로를 최소한 2배는 늘릴 수 있다. 똑같이 '그린없는 그린벨트'를 이용해 강남 미니신도시보다 30배 강력한 우리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어디 강남과 비교할 수 있을까, 800개 벌레먹은 땜질식 처방의 복제판 '강남 미니신도시'와 비교할 수 없다.
동서남북 서울에 각각 2~3천만 평의 그린벨트를 이용하여 21세기를 이끌어갈 성장동력지역으로 육성하자. 여기에 집만 짓는 게 아니라 빌딩, 상가, 첨단산업으로 이루어진 Global Knowledge Corridor(GKC)를 만들어서 동북아의 대표도시가 되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에 뒤지게 될 것이다. 남서울엔 광개토밸리, 서서울엔 세종밸리, 북서울엔 치우밸리, 동서울엔 다산밸리, 자유서울엔 이순신밸리, 이 정도는 되어야 중국 상해의 푸동이나, 일본의 동경을 이겨 낼 수 있다.
그린벨트 1억 평, 평당 한 100만 원이면 매입할 수 있다. 물론 지금도 대지 상태로 있는 것은 500만 원도 넘어가지만 사실 그런 땅은 전체의 1%도 안된다. 대부분 산이나 논, 밭, 창고, 축사로 쓰이고 있다. 그럼 1억 평 × 100만 원이면 100조 원이다. 제대로 된 도시를 만들려면 외곽으로 연결되는 도로와 철도를 잘 만들어야 한다. 한 100조 원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 수도권에 약 500Km의 철도와 400Km의 고속도로가 있는데 철도 1km 건설하는데 1,000억 원, 6차선 고속도로 1km 건설하는데는 600억 원쯤 드니까 이를 두 배로 늘린다 해도 500Km(철도) × 1,000억 원 = 50조 원, 400Km(고속도로) × 600억 원 = 24조 원, 그래봤자 74조 원이다. 26조 원이 남는다.
하여간 그린벨트 1억 평 사는데 100조 원, 철도와 고속도로로 사통팔달 교통을 뚫는데 100조 원. 그러니까 다 합해서 200조 원이면 된다. 3천만 평 택지를 팔아야 한다. 200조 원 ÷ 3천만 평 = @ 666만 원, 평당 666만 원이면 된다. 서울 주변에 50%가 숲으로 둘러싸이고 사통팔달 교통이 뚫리는 지역에 아파트 지을 수 있는 땅이라면 평당 1,000만 원이라도 없어 못 산다.
그럼 평당 666만 원하는 땅에 아파트를 지으면 분양가격은 얼마나 되나? 용적율을 한 200%로 해 볼 때 아파트 한 평당 땅값이 차지하는 가격이 약 333만 원. 건축비는 평당 300만 원이면 충분하다. 333만 원 + 300만 원 = 633만 원이다. 동네의 절반이 숲으로 둘러싸이고 사통팔달 교통에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좋은 공원이 있는 아파트이면 이것보다 훨씬 못한 강남 아파트는 평당 2,000만 원, 심지어 3,000만 원까지 한다.
이런 아파트 얼마나 지을 수 있을까? 3천만 평에 용적율 200%면 모두 6천만 평의 주거면적이 나온다. 6천만 평 ÷ 50 평 = 120만 채, 6천만 평 ÷ 30평 = 200만 채. 아파트를 50평 형으로 지으면 120만 채, 30평형으로 지으면 200만 채가 된다. 아파트뿐 아니라 나지막한 연립주택도 짓고 산기슭을 이용해서 아름다운 단독주택도 짓는다. 서울에 있는 수많은 아파트 대부분 20평, 30평짜리를 다 합해도 100만 채 밖에 안된다. 50평형 × 633만 원 = 3억 2천만원. 30평형 × 633만 원 = 1억 9천만 원. 30평 짜리는 5천만 원만 있으면 나머지는 융자받아 살 수 있다. 1억 4천만원을 융자 받으면 한 달에 80만원 정도인데 맞벌이 부부라면 각각 40만원씩 내면 된다.

[간담회 요약]
이주원 : 지방자치단체장은 실제로 분권을 바라지 않는다. 정부에서 일률적으로 내려 보내는 보조금을 더 타내기 위한 레토릭이다. 재정능력과 집행능력이 부족하다.
한현규 : 현재의 16개 시·도 권역으로는 분권했을 때 의미가 없다. 서울과 5개 광역시, 경기도만 경쟁력이 있다. 충청도(대전중심)+전라도(광주중심)+경상남도(부산중심)+경상북도(대구중심)+서울+경기도 4개 권역으로 나누어야 한다.지역 사람들이 지방정부의 자치단체장을 뽑을 때 심각하게 고민하고 뽑아야한다. 권한을 막강하게 부여해야 지역주민이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바꿔낼 수 있다. 현재는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만 관심둘뿐 지역 단체장이나, 구의원, 시의원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며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박정희 시대의 서울 개념을 못 벗어나고 있다. 지금 경기도가 서울보다 더 크다. 서울을 더 넓히는 경기도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최배근 : 현재 수도권과 지방의 상태가 동일한 출발선상이 아니다. 그랜드서울이 되었을 때 혜택을 못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히 지방은 수도권의 독주를 원하지 않는다. 때문에 수도권은 더욱 지방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과거사에 대한 경향과 마찬가지로 지난 100년간 누적된 결과로서 현재의 상태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국가차원의 판단이 필요한데 어느 대권주자도 한원장께서 제안하시는 그랜드서울의 계획은 내놓지 못할 것이다.
한현규 : 수도권개발에서 나오는 이익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어떨까? 지방에서는 수도권이 아니라 지방에서 먼저 하겠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은 사회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참석 회원 : 김석규, 김태희, 김정대, 김현인, 박소희, 이동빈, 이왕재, 이주원, 이호준, 최배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