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차 화요대화마당-씽크탱크;한국의 미래를 디자인하자(1)

by KG posted Apr 04, 2006





[편집자 주] 한국사회는 진보하고 있는가? 하루가 멀다 하고 매스컴을 가득 메우는 각종 대란(大亂) 속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위기감의 실체는 수많은 진단과 논쟁에도 불구하고 한걸음도 내닫지 못한 채 결국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민주화와 함께 진행된 개혁과 세계화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방의 파고 속에서 우리 사회 내부의 문제이건 외부적인 문제이건 어느 것 하나 미리 전망하고 준비하는 것 없이 사후약방문식의 네 탓하기가 계속되면서 국가의 미래는커녕 지금까지 축적된 국민적 에너지마저도 바닥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러한 진단은 지난 해 연말부터 빠르게 출현하고 있는 각종 포럼과 씽크탱크들의 출사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비록 이념적인 지향이나 실천의 모델은 다양하지만 더 이상의 소모전을 끝내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코리아글로브는 “씽크탱크-한국의 미래를 디자인하자”는 주제로 2006년 두 번째 기획화요마당을 준비하고 3월 27일 관심 속에서 출범한 희망제작소의 김광식 연구위원을 만났다.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며 겸손하게 말을 시작한 김위원은 그러나 대안의 부재를 넘어서지 않고는 결국 한국사회가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며 희망제작소에서 흩어진 지혜와 열정을 모으겠다는 뜨거운 의지를 밝혔다.




[사전발언 요약]

작년에 코리아글로브에 왔을 때는 지역특성화전략과 관련해 대전지역 시민활동가 자격이었고 지금은 희망제작소의 상근활동가 자격으로 왔다. 좋은 인연인 것 같다. 희망제작소는 작년 9월부터 만들기 시작해서 어제 3월 27일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준비도 부족하고 안착하기 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독립된 민간기구이기 때문에 갖는 경쟁력 못지 않게 약점도 많다는 사실에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오늘의 주제는 왜 희망제작소를 만들었는지 그 문제의식의 실체와 그래서 앞으로 어떤 구체적인 일들을 할 것인지 밝히라는 것으로 알아듣고 얘기를 시작하겠다. 구체적으로 언론에도 보도가 되었지만, 며칠 전에 열렸던 ‘2006 한국사회포럼’에서 있었던 몇 가지 논쟁을 보면서 왜 10년이 넘은 해묵은 논쟁을 넘어서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계속해야 하는지, 왜 구체적인 대안 또는 집단 간의 합의를 끌어내는 프로세스가 없는지 아쉽고 답답했다. 진보의 위기, 시민사회운동의 위기 역시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작년에 있었던 방폐장문제, 최근 대법원의 새만금판결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고 또 사회를 고민하고 진보를 말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결국 대안의 부재가 우리 사회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희망제작소는 바로 그 막힌 부분의 물꼬를 트자는 취지로 만들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7~80년대 군사독재에 맞선 민주화운동에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한 담론이 단절되고, 사회 각 영역으로 분화된 세력들이 이슈파이팅 중심의 운동을 펼치면서 결국은 생산적인 소통체계가 단절되었다. 그렇게 10년 이상이 흘렀다. 비판과 감시를 존재이유로 하는 시민운동 역시 90년대 중반 이후 정부나 관료사회를 이를 수용하면서 정체성을 잃기 시작했다. 물론 내부적으로 연구소를 만드는 등 변화를 모색했지만 큰 틀의 정책적 아젠다를 생산하지 못하고 주로 공학적 접근만 진행하다가 소멸되곤 했다.

한국사회에 씽크탱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구사회에서 말하는, 국민들이 갈망하는 씽크탱크의 역할을 하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많은 국책연구소는 정부정책을 뒷바라지하는 수준의 기능적 연구에 매몰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연구소들은 의미는 있지만 자기기능은 못하고 있고, 기업연구소나 정당의 연구소 역시 근본적인 한계속에서 이름에 걸맞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미국사회에서 씽크탱크의 역할은 국내외적 의제설정과 정책대안의 제시, 정책인재의 공급, 정책공동체의 형성, 교육및 홍보활동, 그리고 갈등완화를 위한 매개역할이다. 이를 위해 논문, 보고서 등의 간행과 배포, 토론 및 좌담회의 출연, 매체기고 및 홈페이지를 활요하고 있다. 특히 정책인재의 공급과정에서 회전문(revolving door) 현상은 특이한데,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민간씽크탱크로 돌아와 정책을 개발하고 아젠다를 제출하는 역할을 하고 그 과정에 참여했던 연구자들이 다시 정부나 의회로 들어가 정책을 집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실례로 신자유주의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워싱톤컨센서스는 석유파동 이후 미국의 국익을 지키고 키우기 위한 다양한 씽크탱크들의 합작품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씽크탱크들은 모(母)세력, 집단의 악세사리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희망제작소는 그런 문제의식의 소산이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담론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또 생산적인 아젠다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틀이 필요한지 고민한 결과물이다. 때문에 기존의 연구소나 포럼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할 생각이다. 현장과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소. 구체성을 갖는 연구소를 구상하고 있다. 당장은 ‘사회창안’의 개념을 도입해서 생활현장에서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정책대안과 가치, 제도로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물론 각종 단체, 연구소들과의 네트워킹은 기본이 될 것이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희망제작소는 이제 막 걸음걸이는 시작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삶속에서 느끼는 작은 문제에서부터 국가적, 국제적 아젠다에 이르기까지 미래의 대안을 만들어내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 역시 희망제작소에서 일하는 몇 사람의 몫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코리아글로브의  많은 관심과 협력을 믿는다.

[간담회 요약]

정낙근 : 먼저 희망제작소의 출범을 축하드린다. 최근들어 각종 포럼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비슷한 인적구성에 비슷한 내용인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르게 보면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런 포럼들과의 연대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또 언론의 표현에 따르면 뉴라이트에 맞선 뉴레프트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있는데, 희망제작소가 그 사이를 중재할 계획은 없는지?

김광식 : 여러 포럼에서 같이 하자는 제안이 있었고 전문가들 사이의 네트워크는 필요하다. 하지만 희망제작소도 지금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구체적인 연대는 없다. 앞으로 공동연구활동을 함께 할 생각이다. 뉴라이트와 뉴레프트에 대한 질문을 하셨는데, 사실 씽크탱크와 관련해서는 오래전부터 박세일교수가 제안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합리적인 보수도 이제는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야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함께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강성룡 : 희망제작소가 안착하기까지 예상하신 어려움 중에 재정문제, 전문역량, 그리고 시스템을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인 대안이나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김광식 : 시민운동과 일반적인 조직도 마찬가지겠지만 재정문제는 가장 중요하다. 일단은 재단형태로 시작을 했지만 시민과 기업으로부터의 모금활동과 각종 출판물, 보고서발간 등을 통한 확충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역량은 내부의 상근 역량과 외부의 전문가 그룹을 어떻게 네트워킹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정리중이다.

김현인 : 일단 미국식 씽크탱크가 모델이 될 수밖에 없지만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수의 정책결정자들만을 위한 정책개발공급자라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식 모델을 따라가는 것은 좋지만 결코 최종 목적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곳곳의 갈등과 대립의 조정자로서 역할을 찾고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제 출범을 앞두고 언론 등에 보도된 내용은 조금 다르다. 새로운 차원의 시민운동이라는 것이 결국은 시민운동의 새 버전이고 인적구성 역시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회곳곳의 쉽지 않은 현안들을 두루 연구하면서 비록 당장 큰 주목과 박수를 받지는 못하더라도 실력과 권위를 만들어가는 희망제작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기출 : 희망제작소의 출범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10년전부터 씽크탱크의 필요성을 제안했는데 당시에는 주변의 사람들도 무슨 소리인지 못알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1분안에 알아듣는다. 그만큼 희망과 대안에 목마르기 때문일 것이다. 희망제작소는 무엇보다 컨텐츠를 개발하고 모으는데 중점을 두었으면 한다.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의 정보화는 정부가 이끌었고 기술은 기업이 이끌었는데 컨텐츠는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특히 젊은층에게 다가가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호준 : 명확한 자기정체성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할 때가 있다. 녹색환경운동의 경우만 보더라도 계급적 시각으로 보는 경우도 있고 또 가치운동이라고도 하는데,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지지층이 사라지고 있다. 그것이 시민운동의 위기이고 운동가의 위기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민운동이 아니라 국민들의 삶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희망제작소 역시 보다 넓은 의미에서 국민적 위기의식을 끌어안는 좀더 큰 담론을 제기하면서 출발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김광식 : 중요한 지적이다. 시민운동을 어떻게 규정지을 것인가는 쉽지 않다. 또 중산층이 붕괴하면서 시민운동의 위기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희망제작소가 스스로의 노선이나 정체성을 밝히지 않은 것은, 어떤 주의를 표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과 같이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점에서 섣부르게 제기했을 때 여러 가지 한계에 봉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국민적 삶의 위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타당한 지적이다. 희망제작소가 그것을 감당할 운동의 조직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국민적 삶에 뿌리내리려는 방향성을 원칙으로 가지고 있고 그런 노력을 할 것이다.

이형석 : 오늘 가장 많이 나온 말이 대안인 것 같다. 그러나 실천없는 대안은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보다 구체적인 대안과 실천의 지침이 나와야 한다. 또 그런 논의와 활동의 토대가 되는 철학은 무엇인지도 아직은 없어 보인다. 사회적으로 대안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막연한 갈구에서 시작한다면 결국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김광식 : 희망제작소를 만들기에 앞서 13개 지역을 돌면서 현장의 소리를 들었다. 그 중 가장 많은 지적이 바로 지금 발언하신 내용이다. 지금 이것이다 하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없지만 활동의 과정을 통해서 빠른 시일 내에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조민 : 근대민주주의 성립 이후 150년 동안 지속되어 온 지배나 통치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기업과 사회가 국가를 끌어가는 형국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많이 회자되고 있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개념이 그것이다. 이제는 시민사회도 정책의 비판자가 아니라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고 또 해야 한다. 시민사회운동 역시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며 계급적 접근으로는 더 이상 국민적 관심을 끌기 어렵다. 결국 전통적인 시스템과 문화가 지속적으로 분화하고 통합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희망제작소의 출범은 새로운 논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참석회원 : 강성룡, 김대일, 김석규, 김현인, 박현선, 박현식, 배수진, 오기출, 이주원, 이형석, 이호준, 정낙근, 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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