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는 북핵의 연내 불능화 합의가, 4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에서 평화정착과 경제협력의 역사적 선순환을 위한 10.4선언이 이뤄졌다. 합의대로만 이행된다면, 북핵사태는 본격적인 핵무기 폐기단계로 접어들고, 답보상태에 놓였던 남북협력은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중심으로 가속도가 붙기 시작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북핵 사태의 본질은 체제유지를 목표로 하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와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며, 시기와 방법의 차이만 극복할 수 있다면 해결될 수밖에 없고, 또 해결되어야만 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북핵 사태의 평화적 해결이 곧바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번영 시대의 개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경제난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북한체제의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코리아글로브는 북한 경제의 현실과 재건을 위한 과제들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고찰하고, 그동안 제출되었던 통일경제의 모델과 국제협력의 방안들을 검토하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화요대화마당 ‘통일경제’를 진행하고 있다. 150차 화요대화마당은 그 다섯 번째 시간으로 “북한경제 정상화를 위한 구상과 과제”를 주제로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김연철 박사를 모시고 대화의 시간을 마련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에서부터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까지 북한경제와 남북경협에 관련한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가진 김교수는 자신이 직접 눈으로 확인한 북한경제의 현주소에서부터 북중 경제협력에 대한 판단, 남북경협의 어려움 등에 대해서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리고 북한을 둘러싼 정치외교적 환경 변수와 열악한 경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물류와 에너지 등 중계거점으로서 북한의 가능성을 통일을 대비한 긴 안목으로 볼 것을 제안했다.

[사전발언]
2006년 초에 경제시찰단으로 9박10일 동안 북한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북한이 대외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산업시설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달 초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노무현 대통령이 시찰했던 산업시설과 비슷합니다. 6년 전 삼성경제연구소에 근무할 때도 역시 비슷한 시설들을 다녀왔었는데, 평양화장품공장, 대안친선유리공장, 그리고 남포 갑문에 영남배수리공장 등이 그것입니다.
북한에선 1960년대 초반에 ‘대안(大安)의 사업체계’ 라는 것을 정리했습니다. 여기서 대안은 평안남도 대동강 연안에 대안군(郡)을 말하는데 김일성이 대안정비공장을 지도하면서 경제관리체계를 정리했기 때문에 대안은 북한경제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죠. 60년대 북한경제의 핵심 3대 산업-전기공장, 중기계연합기업소, 발전소가 있는 곳입니다.
그 대안에 위치한 대안친선유리공장은 중국에서 지어준 것으로 그곳으로 가는 길에 보았던 대안공업지대의 모습은 어두웠습니다. 포클레인은 녹슬어 있고 공장은 가동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정도였는데, 바로 북한경제의 현재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시겠지만 북한에서 중공업 중심의 발전전략은 1990년대 중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거의 정지된 상황이고, 공장 가동률이 30%라고 하면 그건 계획경제라고 볼 수 없습니다. 지금은 경제위기를 겪고 난 후에 일종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중공업이나 중화학공업은 시설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동평양화력발전소 같은 에너지산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00년에 남쪽의 삼성그룹 사장단이 대동강TV공장에 처음 갔었습니다. 남북경협으로 위탁가공을 하는데, 남쪽에서 원자재를 보내고 북한에서 조립해서 다시 가지고 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원자재뿐만 아니라 설비까지 제공하는 위탁가공인데, 봉제공장, 전기공장 전부 그렇죠. 평양 인근에 새마을전기공장이라고 삼성전자에서 가동하는 곳이 있는데, 천장에서 바닥까지 설비는 물론이고 장갑, 모자, 신발 전부 남쪽에서 올라간 것입니다.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면 산업시설을 참관하는 데 갈 곳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 이상은 보여줄 곳이 없는 곳이 없기 때문이죠. 평화자동차공장도 마찬가지로 대부분은 외부에서 설비가 들어가서 위탁가공을 하는 것이고 평양 인근, 대안공업지대 같은 곳을 제외하면 특히 지방으로 가면 상황은 더 어렵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2002년 7.1경제개선조치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나름대로 능력 있는 기업들은 여유분에 처분권을 줘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취하라는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북한의 공장은 굉장히 규모가 큰데 보통 100만평씩 됩니다. 그 안에 논밭도 있고 살림집도 있고 학교도 있는 생활공동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양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산업은 대부분 소비재와 관련된 것들입니다.
멈춰버린 북한 경제, 회생의 실마리는?
북한경제의 정상화를 말할 때, 결국 기간산업이나 중화학공업분야에서는 자체적으로 정상화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경공업분야에서 그것도 설비를 외부에서 제공받을 때만이 어느 정도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북한이 대외협력에서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보는데, 크게 북중관계, 남북관계, 기타 국가와의 협력으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북중협력은 우리가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안에서 양극단의 분석이 있기 때문이죠. 무역과 투자를 나눠서 볼 필요가 있는데, 2000년만 하더라도 북한 공장에는 일본제 기계밖에 없었는데 작년에 가서 보니까 대부분이 중국산 기계로 교체되어 있었습니다. 소비재도 마찬가지로 옷, 신발, 기타 등등 전부 중국산이었구요. 소비재 시장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 이상인데, 이유는 당연히 가격 경쟁력 때문입니다. 특히 중저가 제품에서는 한국도 어쩔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어차피 북한 공장이 설비를 개선하려면 기계를 사와야 하는데 일본산이나 한국산은 비싸기 때문에 중국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기계류나 소비재나 소재부품에 있어서 가격경쟁력 때문에 중국산이 북한시장을 장악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중국기업의 대북투자에 대해서는 과장된 부분이 있습니다. 아무리 중국 정부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한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중국 기업들이 돈을 벌기 위해 북한시장에 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합작이든, 합영이든 경제성을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대륙의 저개발 지역과 비교했을 때 북한이 매력적인 시장인가를 따져보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북중협력을 또 다른 측면에서는 볼 필요가 있는데 표준문제가 그것입니다. 북한경제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표준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당장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 기술표준이 달라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생각하고 길게 봐야하고 또 소비패턴이 중국화로 관성화 되는 것도 우려되는 측면입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생산품 중에 일부를 북한의 내수시장으로 돌려야 한다고, 우리 정부가 보조를 해서 북한 시장에서 한국산의 비중을 조금이라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고민할 필요가 있는 부분입니다.
크게 보면 북한의 대외무역구조는 대중국 무역적자를 남북교역에서 보존하는 구조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용을 남쪽의 지원이나 금강산관광 등 수입으로 메우고 있는 실정입니다.
중국화의 1차 원인은 가격경쟁력
다음으로 남북경협에 대해서 얘기해 보죠. 1997년에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해서 남북경협 하는 분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2004년 7월부터 2005년 12월까지는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습니다. 그때가 개성공단 사업을 시작할 때인데 개성 이외에 지역, 그러니까 평양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이 개성공단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불만을 표시한 적이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인프라를 남측에서 지원하고 또 북쪽 노동자의 인건비가 한 달에 6만원이기 때문에 아무리 다른 조건이 나쁘다고 하더라도 해볼 만한 곳입니다. 거기에 비해서 평양이나 남포에서 위탁가공을 하는 기업은 힘들죠. 제일모직, 삼성전자 같은 곳은 오랫동안 큰 규모로 하고 있지만, 봉제를 제외하고 전자조립분야의 중규모 업체들이 많이 힘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 베트남, 인도 등 해외투자 경험이 있는 곳들입니다. 사실 기술경쟁력이 없는 중소기업들, 특히 봉제 같은 중저가 노동집약업종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도 살아남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개성공단이 느리지만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북한 노동력의 수준은 좋다는 것이 대부분의 평가죠. 단순히 인건비가 싸다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졸업 이상으로 기술교육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지적능력과 손재주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성장에서 타이밍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경제를 보면 이미 늦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1960년대 한국이나 대만이 노동집약적 업종의 경쟁력을 갖고 산업을 일으켰고 90년대 들어 산업구조가 고도화로 넘어갈 때 중국이 그것을 차지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자체적으로 중화학공업 중심의 자기완결적 구조를 갖지 못하고 노동집약적 수출지향적 산업화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타이밍 상으로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개성공단이 앞으로 2단계, 3단계로 넘어갈 때 내수로는 안 되고 결국은 수출을 해야 하는데, 미국과 일본시장에서 중국산과 경쟁할 수 있는지 걱정이 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과 북한이 가진 비교우위를 합쳐서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그것이 남북경협에서 핵심이 될 것입니다.
경협의 핵심은 남북 윈윈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나왔지만 남쪽의 대우조선에서 대북 진출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조선산업이 굉장히 활황이죠. 조선은 용접이 중심인데 국내에선 인건비를 맞추기가 힘듭니다. 대우조선은 인도와 중국에도 공장이 있는데, 현장 노동자들의 국적을 합치면 대략 57개국이라고 합니다.

다음으로 단천에 마그네사이트 같은 광물자원이 있습니다. 실태 조사를 해보면 광물의 질은 좋다고 하는데, 광물자원개발은 물류비가 핵심입니다. 안정적으로 싸게 실어 와야 하기 때문인데 광산에서 항구까지 철도가 낙후되어 있어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북한경제개발은 일종의 거점협력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과 우리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북한경제 그 자체라기보다는 북한을 중계거점으로 해서 협력개발에 나서는 것입니다. 진척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그리고 남ㆍ북ㆍ중 삼각협력의 신의주특구, 남ㆍ북ㆍ러 협력의 나진선봉특구가 그것이죠.
거점협력 전략으로 돌파구 마련해야
러시아는 에너지협력과 철도연결(TSR)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전기 송전시설 투자는 러시아가 하고 전기사용료는 한국에서 내라는 제안인데, 하바롭스크 위쪽 천혜의 수력발전소들에서 생산된 엄청난 전기를 1단계는 북한의 청진까지 2단계는 서울까지 제공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또 천연가스(PNG) 연결사업도 있는데 결국은 북한을 중계거점으로 해서 한국경제와 연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철도연결에 대해서는 잘 아시겠지만 우리도 철도연결을 통해서 중국이나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비전을 가진 것처럼, 거꾸로 유럽에도 TSR 연결에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철도르네상스란 말을 많이 하는데 전세계적으로 환경문제 때문에 자동차보다는 철도에 집중하고 있죠. 특히 에너지 문제는 북핵문제와 맞물려 있습니다.
북한 철도의 현대화와 관련해서 역시 비용의 문제가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관심을 보이는데 실태조사 후 제시된 금액이 10배나 차이가 나더군요. 북한 철도 현대화에 원자재만 제공하는 경우와 거기에 감리가 추가되는 경우. 그리고 시공에 직접 들어가는 경우마다 차이가 큽니다. 북한의 철도 상황이 좋지 않은데, 20-30km/h의 느린 속도로 개성에서 신의주까지 420Km는 지금도 갈 수 있습니다. 국제열차는 최소한 60km/h 이상이어야 자격이 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방문할 때 기차를 이용하는 것을 보면 최악의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정말 위험한 터널이나 교량만 고치고 여객보다는 화물수송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면 답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정리하면, 경제적 매력으로만 북한을 볼 수는 없는 게 사실입니다. 어차피 한국기업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문화적 효과를 가지고 넓은 안목에서 봐야 합니다. 미국, 일본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다른 저개발국가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시장으로 생각하기는 어렵겠지만 정치외교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6자회담에서 합의된 비핵화에 따라 상호조치로 북한이 받을 수 있는 에너지 경제 지원이나 지정학적 측면에서 전략적인 면이 더 크게 보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북한을 둘러싼 정치외교적 환경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따라 북한경제 정상화도 연결되어 움직일 것입니다.
[질의응답]
KG : 북한 내부에도 경제개발 욕구가 분명히 있을 텐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쪽에서 먼저 제시했던 구상이나 로드맵은 무엇이었는지?
김연철 : 북한이 해주특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해주는 북한의 해군기지가 있는 곳이죠. 사실 해주항은 NLL 때문에 백령도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무역항으로는 의미가 없는 곳입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직항로를 주장하고 있는데 우리는 직항로를 통해 예성강에서 모래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민간선박에 한정해서 직항로를 열고 해주를 무역항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군사적 긴장완화와 맞물려서 남북 서로에게 의미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여러 가지 구상이 있지만 유럽의 해상공단 개념을 도입해서 해주항 근처에 위탁가공단지를 만든다면 인천 경제자유지역의 배후기지로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먼저 제안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인데, 정상회담 보다는 다음 달 열리는 총리회담에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총리회담은 곧 경제회담이죠. 북한의 김영일 총리는 육해운성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으로 나름대로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해주, 안변, 흥남, 원산, 청진과 관련해서 진전된 이야기가 나올 것입니다.
KG : 안변조선소 말씀을 하셨는데, 우리 조선산업이 중국의 대련이나 청도에 많이 갔는데, 가령 중국노동자 100명에 한국 관리자 대여섯 명이 있어야 지도관리가 가능하겠죠. 그런데 우리 관리자나 기술자가 북한 현지에서 생활하려면 인터넷 같은 통신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김연철 : 통행, 통신, 통관의 3통문제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논의를 집중해야 할 부분입니다. 통행, 통관은 많이 나아졌지만 역시 통신이 문제죠. 전화하고 인터넷인데, 개성에 진출한 업체에서 적응하기 힘든 게 그런 것입니다. 우리은행 개성지점은 정상적인 은행업무가 아니라 입출금 업무만 하고 있습니다.
KG : 정상회담에서 베이징 올림픽 공동응원단에 합의했고 열차를 이용한다고 하는데?
김연철 : 현실적으로 대규모 일반관광객이 참여한다기 보다는 상징적으로 몇 백 명이 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북한 평양에서 신의주 구간의 상태가 가장 양호한데, 황해도 평산까지 약 2,900억원 정도 들여서 개보수를 하면 기술적으로 다닐 수는 있습니다. 일단 그렇게 다니면서 속도나 횟수를 늘려가는 방법으로 가야할 것입니다.
물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물류정보화입니다. 화주가 물건을 부치면 현재 어디쯤 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어야겠죠. 또 북한을 통과해서 화물을 보낼 때, 걱정이 없어야 합니다.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군사적인 부분, 개방에 대한 자신감. 기술적으로는 신호체계 같은 것에 대해서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KG : 북한 시장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적다고 하셨는데?
김연철 : 이런 비유는 어쩐지 모르겠습니다만, 중국이나 베트남에 대해서 미국이 경제제재를 완화를 할 때, 워싱톤에서 로비하는 가장 큰 주체는 경제인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대북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얼마나 있는지 거꾸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완화하자고 앞장 설 사람들이 워싱톤에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습니다.
KG : 최근에 북한에서 베트남의 도이머이 얘기를 하는데 어떻게 판단하시는지?
김연철 : 1975년 베트남 통일 이후에 적화시킨 남부의 경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공산당 내부의 논쟁이 있었습니다. 베트남 남부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자본주의적 대농경제가 발달한 곳으로 협동화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었죠. 결과는 경작권을 주고 계획량의 초과분에 대해서 재량권을 주었는데 중국의 농가생산책임제와 비슷합니다. 결국 1986년 도이머이라는 것이 그런 신경제정책의 혼선들을 극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소련에서 고르바초프 등장 이후에 국제정세의 변화도 한 몫을 했죠.
이번 정상회담을 마치고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서 개혁개방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했고 김정일 위원장이 베트남의 도이머이 얘기를 하는 것을 보고 찹찹했습니다. 북한 사람들 만나보면, 불만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래도 자꾸 만나서 얘기하고 이해시키다 보면 조금씩 풀려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북한이 개혁개방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만 계속 얘기해야 합니다. 2000년 7월 평양에서 삼성그룹의 윤종용 부회장이 김용순 대남담당비서와 회담을 할 때, “북한은 개혁개방 안하면 망한다. 다른 나라 가면 땅도 공짜로 주고 하는데 여기 와서 무슨 장사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아마 정부 당국자가 그랬으면 난리가 났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그렇게 말하는 게 맞습니다. 물론 상대 입장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개성공단을 포함해서 남북경협을 성공하려면 북한에게 지속적으로 개혁개방을 주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G : 이번 정상회담을 보면서 여전히 구상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현재 남북경협과 관련해서 전문가 풀이나 보다 구체적인 계획의 수준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김연철 : 층이 두텁지는 않지만 2000년 첫 번째 정상회담 이후에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철도, 에너지, 농업, 해운, 표준화 등 사업별로 북쪽에 가서 직접 보고 연구하기 때문에 전문성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월등하다고 평가합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미 전문가 간담회를 하면 미국 측에서 발언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한국 측에서 강의하고 그 쪽 전문가들이 질문하는 분위기고 일본은 오래전부터 그랬습니다.
참석 : 이승렬, 김현인, 하태경, 임윤옥, 한미현, 이주원, 정일, 김석규, 강성룡, 김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