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이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했던 북미관계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미국의 대통령 선거라는 새로운 상황 속에서 안개 속을 걷고 있다. 185차 화요대화마당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실시 되는 오바마 시대가 갖는 의미와 전망, 그리고 북미관계, 북핵문제 등 북한의 미래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국방연구원 김태우 박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이미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표명한 오바마의 당선으로 북미관계의 획기적 변화 가능성에 대해 김태우 박사는 민주 공화 양당의 대외정책이 갖는 전통적인 뿌리를 뒤흔들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차분한 분석을 주문했다. 또 북한체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안팎의 조건에 근거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만의 하나 어렵게 주어진 통일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국민적 의지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사전발표 요약]
먼저 질문을 하나 하고 시작하죠. 북한을 지원하는 게 평화통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수학문제 풀듯이 답을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른 질문도 있습니다. 군대간 아들이 묻습니다. 북한이 우리 동족인데 어떻게 총부리 겨눌 수 있느냐? 아버지가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또 핵과 대북지원을 연계할 것인지 비연계할 것인지? 어느 쪽이 맞습니까?
이와 비슷한 질문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런 질문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갖지 않고 있다면 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수 십 년 동안 관련분야에서 연구를 하면서 답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여러분도 생각해 보시고 조금 뒤 토론 시간에 같이 이야기해 봤으면 합니다.
오늘은 두 가지를 가지고 말씀을 나눴으면 합니다. 하나는 새롭게 출범하는 미국의 오바마 정권에 대한 것이고 나머지는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입니다.
오늘 저녁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승리가 확실해 보입니다. 미국 대선결과에 두고 세 가지 정도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첫째, 오바마 당선의 함의 둘째, 선거과정에서 제시했던 공약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의 순으로 얘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대선 결과의 의미에 몇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 하나는 대선에서 미국 사회가 인종의 벽을 넘은 것이죠. 경제 위기와 미국 백인들 사이에도 깊게 퍼져있는 걱정들. 미국이 이대로 가다가는 현재의 위치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전체적인 위기감. 이런 것들이 인종차별의 뿌리 깊은 전통까지 무너뜨리는 선거였습니다. 또 하나의 함의는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종, 소수민족들의 정치역량 강화겠죠. 꾸준히 성장은 했지만 이제는 대세를 뒤집을 만큼 세력이 커졌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미국사회에 지금까지와는 전형 다른 양상의 변화가 올 수도 있고 오바마의 당선이 그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데 동의합니다.
오바마 당선은 미국사회 위기의식의 표출
둘째로 오바마의 정책과 공약을 차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일방주의 해체, 대화와 타협을 통한 미국의 지위 유지를 세계전략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선거전략에서 나온 것인데, 부시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전쟁을 하면서 유럽으로부터 일방주의라는 비난을 들었고 또 패권적이라고 해서 우방과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이런 무리수에 대한 비난에서 출발했다고 보는데, 어쨌든 세계전략의 색깔이 부시 정부 시절과는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전략을 성취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수단이 군사력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21세기 수요에 부합하는 군사력 건설을 내걸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부시 정부가 추진했던 것과 방향은 조금씩 다른데 결론은 똑같다는 점입니다. 돌이켜보면, 군사변환(Military Transformation)전략은 부시 정부가 출범하면서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이었습니다. 군 조직과 각종 전술 전략을 바꾸고 장비, 체계 등 수단들을 혁신하는 것입니다. 9.11테러 이후에 위협이 있으면 거기에 맞춰서 군사력을 만들고 필요하면 미리 가서 위협을 제거하는,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의 위협이 발생하더라도 몽땅 대응할 수 있는 군사력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는 현실수요에 맞는, 다시 말해 22세기가 아니라 21세기에 맞는 군사력을 추구하겠다고 합니다. 당연히 부시가 추진했던 군사전략은 조정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오바마 역시 압도적인 군사적 지배, 어디에도 개입할 수 있는 군사력을 말합니다. 여기서 고전적 진리를 발견할 수 있는데, 사실 미국의 대외전략은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핵의 대응을 보면 그렇죠. 이것은 미국인들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가 같기 때문입니다. 패권적 질서, 냉정하게 말해서 Pax Americana를 유지하는 것이죠. 여기에 대해서 한국사회의 진보적 입장을 가진 분들은 상당한 저항감과 분노를 느끼는데 약소국의 설움, 울분 같은 것이죠. 저 역시 동감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서 냉정하지 않으면 정책을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힘센 나라가 군림하는 글로벌 현실을 냉정히 보면서 우리의 국익을 최대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Pax Americana 유지 위해 군사력 강조
세계전략, 군사전략 다음으로 대중국, 대러시아 공약을 봅시다. 양국에 대해서는 모두 협력과 경계를 병행하는 정책을 표방했습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군사력 현대화 및 경제적 부상을 미국이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경계를 표현한 것이죠. 그러나 협력에 대한 강조도 많습니다. 당장 북핵문제부터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중국과 건설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입니다. 사용하는 언어는 중국과 같은데, 추가 핵 감축은 협력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더 많습니다. 그루지아 사태처럼 지금 러시아가 독재적 국가로 재부상하려는 노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고르바초프 시대의 러시아가 아니라 푸친 이후 러시아의 경제적 부흥과 국제적 위상 회복 노력에 주목하는 것이죠. 경계 쪽의 뉘앙스가 더 많습니다.
중동정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라크 전쟁의 종식입니다. 선거과정에서 제일 앞선 구호가 이라크전 종전이고 2010년까지 잠정 철군 계획표도 제시했습니다. 테러에 대처, 현지 민간인 보호, 공관원 잔류 등을 위한 최소 인원은 잔류시킨다는 단서를 달았는데 대략 5만 정도의 잔류를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을 아프가니스탄에 재집결하겠다고 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안정화에 집중하겠다는 것인데, 테러와의 전쟁을 이어가지만 주전장을 옮기겠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육군과 해병대의 증원을 약속합니다.
이란에 대해서는 당근과 채찍정책을 명확하게 하겠다고 합니다. 당근은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편입하면 WTO에 가입시켜주고 경제적 혜택도 주겠다는 것이고, 만약 고집을 부리면 정치적 고립, 경제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죠. 오바마의 대이란 공약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평을 하자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인구 7천만의 이란은 역사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자존심이 엄청 센 나라입니다. 또 현실적으로 군사적인 접근도 쉽지 않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문제가 생기면 국제사회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너무 쉽게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중동정책 전체를 보면 미국의 일방주의 색깔을 탈피하고 지역협력체 같은 것을 구상해서 가급적 타협과 대화를 통해서 평화를 시도해 보겠다고 합니다. 접근방식에서 군사력보다는 소프트파워, 현지 사정에 맞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유독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는 강경합니다.
테러와의 전쟁 유지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 집중
다음으로 동아시아 공약입니다. 중국의 군사 현대화를 견제하기 위해서 미국이 제1의 군사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주일, 주한 미군 그리고 미일, 한미동맹을 의식하면서 하는 말인데 일본, 한국, 호주 같은 전통적 우방과 동맹협력을 유지 강화하겠다고 원론수준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슈를 비확산과 북핵으로 좁히면 양극단에 가까운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부시의 대북, 북핵 정책은 말만 요란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처럼 말은 험악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오바마는 양쪽 얘기를 모두 했는데, 왼쪽에서는 직접대화를 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표명했습니다만 그와 동시에 대화로 해결되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강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작년에 오바마가 직접 『포린어페어』에 쓴 글에는 군사적 옵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바마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물렁물렁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동맹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바마나 매케인 모두 선거과정에서 동맹을 중시한다는 말을 버릇처럼 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와 민주당은 보호주의 무역 성향이 강하고 미국의 실리를 추구하는 성향입니다. 참모들 역시 리버럴한 사람들로 대화와 타협을 강조합니다만, 추정해보면 동맹 중시는 계속하지만 부시나 공화당 정부처럼 동맹과의 의리, 의무보다는 동맹을 설득해서 비용과 고통을 분담하는 쪽을 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의견이 그렇습니다.

당장 북핵과 관련해서는 실리를 챙기고 동맹과는 비용과 고통을 분담하면서 북한과 대화를 추구한다면 이게 어떻게 나탈날 것인가?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의 중도적인 합리적인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치에 실망감 줄 수 있겠죠. 다시 말해 한미동맹의 변질이나 주한미군 감축 카드로 북한과 협상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부시에 비해서 그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봅니다. 또 반대의 경우로 북미가 대립했을 때, 한국의 위험성을 부시만큼 생각하지 않고 대북압박이 강하게 진행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한국의 조정능력 필요하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동아시아, 대중, 대러, 대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만약 오바마가 대중, 대러 관계를 크게 개선하고 협력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간다면 그 과정에서 한국의 존재가치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대로 그 나라들과 관계가 껄끄러워진다면 한국이 주변국 정책을 펴는데 조화와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사실 한국은 외교와 협력의 우선순위가 있는데, 주변국 사이에 관계가 나빠지면 한국이 오히려 추궁을 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죠. 원래 약소국의 외교정책은 이중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애로사항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당장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재파병 요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라크에서 철군하고 아프가니스탄에 집중하면서 한국도 다시 군대를 파병하라고 하면 이것을 우리는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의리보다 실리, 한미관계 변화할 수도
그럼 결론적으로 우리가 대비할 것은 무엇인가 따져보면, 미국의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채널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저는 지난 정부에 대해서 권위주의 탈피 같은 부분은 동의하지만 국가정체성 훼손에 대해서는 굉장히 비판적입니다. 특히 한미관계 희석, 한미동맹의 약화에 대해서는 그렇습니다. 많은 대화채널들이 끊어졌습니다. 국가와 국가와의 관계는 정상들간의 대화가 중요하지만 그것은 일부분이고 경제인은 경제인대로 학자들, 문화인, 체육인 등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만나면서 견실한 관계를 만드는 것인데 그것이 많이 훼손되었습니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미국에 대해서 멀티플 채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겠습니다. 북한의 미래에 대한 것입니다. 최근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서 급변상황에 대한 논의가 왕성합니다만 그런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는 중국의 개입이라고 봅니다. 굳이 설명 드리지 않아도 이해하시리라고 봅니다.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북한 정부가 들어서서 핵무기를 해체하고 이산가족이 교류하는 차선책 수준의 희망도 사라져 버립니다. 그렇다면 쓸 수 있는 방법은 중국을 말릴 수 있는 유일한 나라와 협력하는 것 밖에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쉽지 않습니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의 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와 리더십의 실력에 대한 평가는 토론 시간으로 넘기겠습니다. 걱정이 많다는 말씀만 드리죠.
정리하면서, 시작 부분에 여러분께 드린 질문으로 돌아가죠. 평화통일이란 무엇인가?입니다. 요즘 강의를 다니면서 이 질문을 자주 합니다. 원론적으로 우리 헌법을 보면 두 가지 여건이 성숙되어야 평화통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전쟁을 하면 안됩니다. 둘째는 자유민주주의체제로의 통일입니다.
구체적으로 이런 평화통일이 언제 가능합니까? 이것은 평양의 김정일 위원장이 실력자들을 모아놓고 북한체제를 포기하고 결단을 해야 가능합니다. 실현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그것 이외에 평화통일이 되는 유일한 경우는 흡수통일 밖에는 없습니다.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북한이 스스로 무너져서 우리가 조용히 접수하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설명이 되는데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공중에 떠 있는 말입니다.
북한과 통일을 보는 시각부터 바로잡아야
그럼 아까 질문 드린 얘기로 돌아가서 대북지원이 평화통일을 앞당기느냐? 대북지원은 투명성이 보장된 지원과 없는 지원이 있습니다. 투명성이 없는 지원은 북한 정부가 분배하는 것인데, 무너져가는 북한정권과 체제를 살리는 역할을 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여러가지로 부족하지만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무료 식량, 무료 의료, 무료 교육 세 가지입니다. 이것이 보장되니까 사회주의가 유지된 것이죠. 그런데 물자가 부족하고 배급이 안 되니까 체제가 위태한데 물자를 주는 것은 체제를 살리는 것이죠.
반대로 투명성 있는 지원은 북한주민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먹는 것이죠. 이것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북한 주민들 마음속에 남한에 대한 생각을 심어주고 외부에 대한 동경을 만들어주게 됩니다. 그래서 주민들 마음속에 생각이 바뀌는 것이 북한을 변화시키고 민주화시켜 나가는 큰 원동력이 되고 씨앗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북지원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어떻게 주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에 투명성을 보장하라고 하면 당장 보내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노력은 해야 합니다. 조금씩 조금씩 투명성 요구를 늘려가야죠. 제가 지난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투명성 확대를 위한 노력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북 정부간 관계는 좋아지고 체감하는 안보는 좋아졌지만 그 기간 동안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고 미사일을 발사해서 실질적인 안보문제는 악화되었습니다. 그래서 대북지원과 평화통일 관계에 대해서는 정교한 자기이론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음에 동족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신세대 병사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죠. 동족도 맞지만 주적도 맞죠. 우리는 어차피 두 개의 얼굴을 같이 상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족의 얼굴을 맞대면서 민족화해협력정책을 펴지만 주적의 얼굴을 보면서 안보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숙명입니다. 두 개의 수레바퀴가 굴러가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적어도 군복무 기간 동안은 안보의 수레바퀴에 종사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에는 통일부와 국방부가 함께 존재합니다. 통일부는 북한과 대화하는 부서인데, 북한이 신뢰하는 사람들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부의 활동에는 우리나라 진보세력의 자산을 활용해야죠. 동족의 얼굴로 북한을 바라보는 사람이 열심히 일하는 곳이죠. 하지만 국방부는 다르죠. 두 개의 얼굴, 두 개의 수레바퀴를 동시에 봐야 하고 어느 정부이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살고 있습니다.
보혁논쟁 넘어서 통일미래 준비해야
마지막으로 북핵과 대북지원에서 연계가 맞느냐? 비연계가 맞느냐? 인데. 연계는 보수주장, 비연계는 진보주장이죠. 그런데 둘 중에 하나만 택해야 하는 정책판단의 기로에 섰을 때는 그 사안에서 북한의 어떤 얼굴을 볼 것인가를 가지고 좌표를 찍으면 됩니다. 핵무기는 동족으로 보면 예쁜 존재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통일이 되면 우리 것이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적이라는 프리즘으로 비춰보면 흉측한 무기죠. 현실적으로 무엇이 더 중요한지 판단해야죠. 저는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연계-비연계 정책은 대북지원을 얼마냐 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양단간 결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원능력이 100%라면 상황에 따라 30% 지원하고 70%를 유보하면 됩니다. 이런 것을 가지고 우리 사회가 좌우로 갈라지는 것은 쓸데없는 보혁논쟁입니다. 왜냐하면 이론상으론 둘 다 맞지 않습니다.
먼저 비연계이론의 문제점은 그것이 군량미로 들어가고 무기 개발하는 걸 우리가 다 아는데 한마디로 무책임한 것이죠. 그럼 연계이론은 어떻습니까?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북한은 대중국 의존이 강해지고 중국의 위성국으로 전락할텐데 만약의 경우에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뭐라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통일의 미래를 위해서도 교류와 협력, 그리고 희생은 필요합니다. 때문에 국내에서 보혁으로 나뉘어서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정부가 신축성을 가지고 추진하면 된다고 보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간담회 요약]
[KG] 오바마가 한미FTA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또 민주당의 성향이 동맹의 의리보다는 자국이익이 중심이라면, 한미FTA를 포함해서 미국과의 통상관계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김태우] 미국에 가서 그쪽 전문가들에게 한미FTA 비준 전망을 물어보면 상당히 비관적입니다. 오바마 자신도 자동차문제 재협상하지 않으면 한미FTA는 비준할 수 없다고 정확하게 말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이 이익입니다. 물론 분야별로 손해가 발행하는 부분이 있고 그 분야를 지원하는 것은 한국정부의 역할입니다. 쉽지 않아 보입니다만, 앞으로 오바마 정부와 어떻게 조정해서 처리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KG]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미동맹의 복원을 선언하고 부시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오바마 신임 대통령과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미국과의 멀티풀 채널의 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듣고 싶습니다.
[김태우] 지금까지 한미동맹은 유래 없이 두 가지를 갖춘 것이었습니다. 상호이익과 전쟁을 함께 치룬 혈맹이 결합된 동맹이었죠. 하지만 지난 10년을 거치면서 혈맹은 없어지고 상호 계산에 의한 동맹관계가 되었습니다. 한국 전쟁에서 미군 4만 명이 죽었고 참전 군인들이 미국 전역에 살면서 상당히 중요한 연결고리였는데 이제는 나이가 되면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세대들이 마음을 닫아버렸습니다.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같은 화면을 보면서 혈맹이 사라진 것이죠.
결국 외교도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조금 전에 통일부에는 북한이 신뢰하는 사람들을 일하게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것처럼, 오바마 정부의 미국이 신뢰하는 인재들을 전면에 배치해야 합니다. 필요하면 자리를 만들고 예산을 배정해서 미국과 공동프로젝트도 진행하면서 만나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작은 정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무엇이 더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 점을 지적했기 때문에 조금씩 달라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근본적으로는 멀티풀 인재들이 멀티풀 포지션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겠죠.
[KG] 북한이 제2의 파키스탄으로 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김태우] 북한이 핵을 가지고 쓸 수 있는 카드는 이론적으로 네 가지 정도입니다. ①핵을 포기하고 반대급부를 챙기는 것 ②핵무기 본격 개발과 고립 대결 상태 ③ 현상유지하다가 반대급부 최대한 챙기고 마지막에 포기하는 것 ④시간유지하면서 반대급부 챙기고 마지막에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일단 현재 상황에서 ①, ②의 가능성은 없습니다. 미국의 부시 정부는 임기 말 과시적 성과주의에서 대북한 유화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북한은 쌀 지원과 테러지원국 해제까지 얻어냈습니다. 90년대 초반과는 하늘과 땅차이고 북한의 일방적 승리입니다. 그래서 미국과 북한 모두 현재 상황을 유지하려 하지 급하게 판단하고 선택할 필요가 없습니다.
③과 ④의 시나리오에서 저는 북한이 ④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미국으로서도 상당기간 정책조정 과정이 이어질텐데 북한이 먼저 꽃놀이패를 던질 필요는 없겠죠. 그래서 새로운 변화는 미국이 어떤 카드를 쓸 지에 달렸습니다. 국제적으로 단합된 액션으로 강력한 제재를 취할 지. 아니면 우크라이나 방식처럼 굉장한 인센티브카드를 쓸 지. 일단 현재로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KG]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는 것 보다 통일이 되었을 때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더 많이 하락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경제의 체력이 북한을 감당하지 못하다는 것인데, 한반도에서 어떤 모습의 변화가 가능하고 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김태우] 앞서 말씀드린 것 같이 남북이 평화통일 될 가능성은 하늘에 별따기라고 봅니다. 요즘에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통일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천만에 말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해야 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독일이 통일 이후에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후회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겉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마음속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통일은 수많은 조건들이 순간적으로 맞아야 가능한데 그 기회를 놓치면 아마 다음번 기회는 언제 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비용이 많이 드니까 통일 안된다는 가치관은 버리시기 바랍니다.
북한의 급변사태 이후에 대략 10가지 정도의 시나리오가 가능합니다. 먼저 북한자체에서는 ①집단지도체제 등장 ②세습 ③기타 특정인 옹립 ④쿠데타 발생 ⑤민중봉기 가능성 등이 있고 외부개입 가능성은 ⑥중국의 무력 개입 ⑦중국과 미국 동시 개입 후 중국 주도 ⑧중국과 미국 동시 개입 후 경쟁 및 협상 ⑨중국과 미국 동시 개입 후 미국 주도 ⑩남한에 의한 흡수통일 등입니다.
개인적으로는 ①집단지도체제의 가능성을 높게 봅니다. ⑩의 가능성은 정말 어렵습니다. 조건을 따져보면, 북한군부의 지리멸렬, 중국의 무관심과 속수무책, 미국의 뒷받침, 한국의 충분한 준비, 국제사회의 합의, 그리고 북한 주민 마음속에 이심전심이 있어야 가능하겠죠. 그것이 현실적인 평화통일의 가능성입니다. 정말 그런 상황이 가능할까요? 하지만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KG] 여러 가지 조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지금까지 한국정부의 대북정책들을 평가하면서 이제는 정권이나 집단의 이해를 벗어나는 보다 적극적이고 큰 방향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김태우] 본질적인 문제죠. 북한에 대해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 가지고 있고 핵무기가 남북 사이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에 핵무기 없다면 우리가 문을 더 열고 더 많은 손해를 보면서도 지원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는 가장 큰 이유가 체제불안 때문입니다. 미국의 압살정책 때문에 핵무기를 가진다고 말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이미 1950년대부터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습니다.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죠. 그러니까 체제를 없애면 핵은 저절로 없어집니다. 북핵문제 해결의 가장 빠른 방법은 체제를 바꾸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식의 정책을 펴면 남북관계가 바로 험악해지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것은 점진적 체제개선 밖에는 없습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그런 원칙을 잘 지키면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참석 - 강성룡, 김석규, 김한준, 김현인, 바야르, 박종화, 오범석, 이왕재, 이재선, 정민수, 조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