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조발언 요약>
몇 년 전부터 2005년 전후가 중요하다는 언급을 여러 번 해왔다. 2005년 전후가 고비다. 그 때가 오면 늦은 것이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글도 몇 편 썼다.
2005년 전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우선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관한 것이다. 북한이 제2의 파키스탄이 되느냐, 제2의 리비아가 되느냐 하는 고비가 금년이 아닌가 생각한다. 리비아처럼 순순히 핵개발을 포기하고 경제원조를 받아서 정권안보만 지키는 식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핵개발을 기정사실화 할 것인가? 미국이 전쟁을 하지 않는 한, 미국이 전쟁을 할 상황은 아니고 이라크 다음은 이란이라는 생각인데, 하여간 파키스탄이 핵개발을 선언했을 때 미국이 얼마 안 가서 핵보유국가로 인정했듯이, 그렇게 될지 2005년이 고비가 될 것이다.
북한이 핵개발 선언을 하면 일본이 핵개발을 할 것이고 한국은 핵개발 압력이 굉장히 커져서 사태가 복잡해진다. 그렇게 되면, 북핵과 관련해서 대화 한번 못하고, 과거 한반도에서 핵개발을 하지 말자는 약속을 한 당사자(한반도비핵화선언)로서 직접 영향을 받게 되는 한국은 북한의 핵개발사실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금년이 고비다.
2005년 다섯 가지 고비를 넘겨야 한다
두 번째로, 한국이 중국이라는 호랑이의 등을 타느냐, 호랑이의 밥이 되느냐가 대체로 2005년을 전후에서 결정될 것이다. 미국시장은 중국의 거대한 수출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미국의 무역적자는 재정적자로 전가될 것이고 기복은 있겠지만 저달러 정책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미국의 달러가격 저하에 대한 피해는 한국이 집중적으로 입을 것이다. 일본 중국보다 환율절상 속도가 한국이 제일 빠르다.

중국이 거대한 공업화를 하다보면 엄청난 원자재 및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고 이로 인한 1차상품,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 발생할 것이다. 중국은 저임금과 저환율과 자체 에너지로 인해 이를 극복할 수 있겠지만 한국은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중국이 잘 될 뿐 아니라 잘 못 될 때도, 하드랜딩을 하게 되도 그 피해는 한국이 크다.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제일 큰 것이 한국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8~9% 전후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대한 성장이고 이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고비가 되는 것이 2005년이다.
과학기술 역시 한국을 따라오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2000년대 초기 한국의 신문들은 중국과의 격차가 7~10년이라고 했지만 저는 2~3년이라고 했고 지금은 거의 1~2년 수준이다. 서울대학교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바이오 기술에 있어서도 중국이 앞서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중국과 한국과의 기술격차가 거의 줄어드는데 임금격차는 여전히 거의 10배 수준이다. 환율면에서도 달러로 계산해서 평가해도 중국이 유리하다. 2005년까지 한국이 중국과의 격차를 벌려놓지 않으면 참 어렵다는 점에서 하나의 고비라고 생각한다. 중국이라는 호랑이 등을 잘만 타면 국민소득 2만 달러가 아니라 3만 달러까지 갈 수 있다. 그 시기가 2005년 전후다.
셋째로 2005년이 고비라고 생각하는 것은 디지털시대에 있어서 디지털 오퍼튜니티(Opportunity) 때문이다. 다른 분야는 이미 선진국이 50년, 60년 앞선 것을 우리가 뒤에서 따라가는 편이지만 디지털은 같이 출발하고 있다. 큰 변혁을 가져오는 신기술에 있어서 세계와 같이 뛸 수 있는 찬스를 맞이했다는 것은 역사에 있어서 별로 많지 않은 기회다.
10년쯤 지나고 나면 디지털에서도 격차가 생긴다. 앞선 나라가 대체로 표준을 장악하게 되고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뒤떨어진 나라는 진입장벽이 부딪히게 된다. 이러한 디지털 오퍼튜너티가 사라지는 것이 2005년 전후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이 앞선 나라群에 들 것인가 뒤에서 따라갈 것인가 판가름 날 것이다. 몇 가지 면에서 한국은 앞선 나라다. 무선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기술의 Second Wave에 있어서 한국이 상당히 앞서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연결된 맥락에서 2005년이 고비인 것은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고용없는 성장에 대한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지금까지 100명이 하던 것을 10명이 하게끔 하는, 고용을 줄이는 역할을 해서 실업자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 디지털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고용을 증가시키는 효과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은 반면, 기존산업의 서비tm 및 유통에 디지털이 적용되면서 실업을 증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혁명과 고용없는 성장
디지털이 엄청난 생산성 향상과 기업에 있어서는 상당한 수입을 가져오지만 실업이 증가하고 결국 사회가 양극화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IT가 BT를 낳고, BT가 NT를 낳고 세 개가 연결되고 흔히 말하는 BINT(Bio, Information, Nano) Revolution이 나타나게 된다. 디지털이 고용을 줄이는 효과, 즉 Jobless Gross(고용없는 성장)을 가져오는 단계에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산업을 낳고 새로운 산업이 잡(job)을 증가시켜서 고용을 확대시키는 단계로 가는 과도기를 2006년이나 2007년으로 예측했는데 더 빨리 오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연료전지가 2007년부터 상품화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더 빨리 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도 2005년이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짚어볼 대목이 있는데, 부동산과 금융부분이다. 지금 한국에서 부동산 경기를 주목해야 한다. 거품이 잘못 꺼지면 은행의 부실을 낳고 부실채권이 되어서,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Hard-landing이 될 것이냐 Soft-landing이 될 것이냐 2005년에 주목해야 된다. 또 한국금융이 관치금융에서 외치금융으로 넘어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결국 우리가 어느 정도까지 금융의 한국화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외국자본만의 한국 금융시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정부 때 외자유치는 多多益善이라는 논리가 있었다. 외화가 많아지니까 금융위기가 해소되고, 외자가 들어오면 기업이 생기니까 고용이 증대되고, 외자가 들어오면 수출이 잘 되고, 한국의 신용등급이 올라가서 그로 말미암아 외자가 더 들어올 수 있고, 외국기업이 있으니 전쟁이라든가 안보 면에서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1석5조론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완전하게 좋은 것이 어디 있는가? 적절히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외자의 긍정적 측면을 중시하던 상황에서 요즘은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추세다. 이제는 외자가 모든 악의 근원이고 외자는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극단론도 나올 것이다. 적절하게 상황을 컨트롤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위기의 핵심이 뭐냐고 묻는다면, 수출이 안 되고 내수가 안 된다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실업자가 많다. 실업자가 많으니까 내수가 안 되고 일자리 만들기에 초점을 모으는 것이 현 정부의 진단이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인 현상이다. 저는 위기의 핵심은 한국 산업경쟁력의 위기에 있다고 본다. 정책의 최우선은 일자리 만들기가 아니고 한국산업의 설자리 만들기가 초점이 되어야 한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산업의 설자리 만들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현재 추진하고 있는 뉴딜 정책은 주로 도로, 항만 등 사회 간접자본을 만들고 그것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초점이다. 돈을 살포해서 건설붐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데 큰 장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성공한다고 하면 한국의 인건비는 더 올라가고 물가와 이자는 더 올라가고 결론적으로 한국의 경쟁력을 더 떨어질 것이 아니냐고 반문해 본다.
기술혁신으로 산업경쟁력부터 키워야
저는 지금의 경기를 3~4년의 단기적인 순환속에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테크노사이클(Techno-Cycle)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IMF가 일어난 다음해인 1998년 세계적인 IT경기의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절정이 2000년이었던 것 같다. 2000년 5월부터 이것이 꺾이기 시작해서 내리막길로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가 최근에 IT쪽이 다시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New Economy라고 하는데, 경제가 성장하면 물가도 따라오르게 마련인데, 경제는 성장하는데 물가는 떨어지는 이런 유익한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에서 하루에 유통되는 돈이 2조 달러라고 한다. 하룻동안 상품거래가 200억 달러 정도인데 상품거래대금으로 돈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고 주식, 채권투자 등 머니게임으로 돈이 유통되는 것이다. 이렇데 많은 돈이 IT 쪽으로 모여들 것이라는 얘기다.
시카고학파의 설에 의하면 경제는 합리적 기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비합리적 들뜸이 생기고 그것에 의해서 주식가격이 뛸 수 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IT부분에 기대가 굉장히 컸음에도 수익이 별로 생기지 않았다. 아마존이 주목을 받고 주식도 상당히 올랐는데 수익이 안 나서 항상 적자이고 적자가 너무 쌓이니까 주춤하게 됐다. 이러한 기업들의 대부분이 엔론사태처럼 회계스캔들에 말려들게 된다. 대개는 회계부정이고 여기에 모인 돈들이 도망가게 되면서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 2000년 4월말, 5월초부터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 신경제가 올 것인가를 봤을 때, 저는 지금 사막의 골짜기를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IT가 본격적으로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없던 산업을 만들고 새로운 디지털TV, 핸드폰 등 소위 말하는 유비쿼터스 관련 산업, 연료전지 등 새로운 산업이 붐을 일으킬 만큼 충분한 기술혁신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불경기의 원인을 과잉투자설로 보는데, 저는 혁신부족설을 택하는 입장이다. 본격적인 기술혁신으로 붐이 일어나면 골든밸리가 온다고 본다.
지금 세계경제는 상승으로 가는 시점이다. 지금은 새로운 산업이 탄생되는 잉태기다. 새로운 산업이 잉태하고 출산을 해서 경쟁력을 갖추어서 이길 경우 한국은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찬스가 온다. 이러한 위대한 아기를 잉태하고 만들어 낳아야 한다. 사실 낳기도 어렵겠지만 또하나의 고비가 있다. 흔히 말하는 다윈의 골짜기를 또 한번 거쳐야 한다. 적자생존의 경쟁, 연료전지의 경우에도 누가 표준을 잡느냐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여기에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업위기 극복은 일자리나누기로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일자리 창출도 그냥 일자리 창출은 허망하다. 새로운 창출 보다는 기존의 일자리, 있는 일자리의 Job Sharing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디지털 시대 Wareless Mobile시대에 몇 시간은 공부하고 Part Time으로도 잘 할 수 있는 기술적 조건도 갖추어졌다. 유한킴벌리가 하고 있는 4~5교대 방식이 좋은 예다. 8시간 근무한다고 했을 때, 3조면 충분하지만 5조로 운영하면 2조가 남는다. 3교대 대신 5교대로 하고 2조는 여가도 즐기고 건강도 챙긴다. 직업의 안정이 생기고 기술도 발전하고 바로 생산에 적용해서 생산성, 즉 Quality가 올라간다. 5조로 하면 처음에는 인건비가 들지만 교육을 통해서 생산의 질이 올라가면 이를 충분히 보상가능하다. 물론 유한킴벌리 방식도 Work Sharing의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이 현재 맞닥뜨린 비정규직문제는 Work Sharing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덜란드가 성공을 하고 프랑스, 멕시코에 이어서 일본이 성공했다. 일자리 문제는 일자리 나누기로 해결하고 정부의 돈은 일자리 만드는 데 쓸 것이 아니라, 아까 말한 귀한 옥동자를 낳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은 새로운 골든밸리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고 가장 중요한 몇몇 기술에서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성공하면 한국은 단군 이래 처음으로 세계사에서 최선두에 설 수가 있다.
오늘도 대통령이 중소기업에 초점을 모으겠다고 얘기했지만, 사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핸드폰의 예를 들면, 핸드폰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이 65% 수준이다. 이것은 가짓수인데 가짓수는 소용없다. 나머지 35%가 아주 비싼 부품이며 가격으로 환산하면 부품 국산화율이 40%가 안 될 것이다. 핵심부품은 퀄컴에 주고, 나머지 부품은 일본에서 가지고 온다. 중국에 수출해서 돈 벌어 오면 삼성, LG전자의 60%가 넘는 외국인 주주에게 이익을 주게 된다. 한마디로 우리한테 떨어지는 게 너무 적다. 핸드폰 잘 팔리고 수출도 잘 되고 세계최고라고 하는데, 정서적으로는 만족스럽지만 수입으로 연결이 안되는 게 문제다.
부품을 국산화해야 하는데 부품생산을 담당하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은 이를 설계하고 조립할 뿐이다.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상당부분을 한국의 중소기업에서 조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제 ‘2005 한국의 희망제안’이라는 것을 했는데, 중소기업인들에게 좀 분발하라고 했다. 하지만 듣는 중소기업인들은 상당히 화를 낼 것이다. 솔직히 말이 그렇지 부품을 국산화를 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또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납품가격에서부터 납품대금의 지급조건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에게 너무 불리하다.
중소기업 활성화가 기술혁신의 핵심과제
대기업이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는데 그 이익의 상당부분은 중소기업의 손실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의 노동자는 연봉이 6천만원인데, 대기업은 주로 조립을 하지만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은 진짜 기술이 필요하다. 진짜 기술자들의 연봉은 3~4천만원 정도로 대기업 연봉의 반 정도가 대부분이다. 이것이 한국 기술혁신의 저해요인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실 일본의 중소기업은 일본내 모기업에 공급하는 것으로도 수지가 맞는다. 한국에 팔 때는 설령 가격을 원가 이하로 해도 손해가 아니다. 엄청난 덤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솔직히 한국에서 기술개발하는 사람은 바보다. 엄청난 기술개발비가 들었음에도 일본덤핑에 의해서 박살이 날 수 밖에 없는 이러한 구조를 어떻게 깰 것인지 정답을 내기가 어렵다. 역대 대통령들이 부품국산화를 성사시키지 못했던 이유가 그것이다. 이러한 30년 동안의 악순환을 어떻게 깰 것인가. 그것이 핵심이다.
오늘 노대통령이 중소기업을 키워보겠다고 했지만, 정부의 기술혁신 예산은 늘어나는데 민간의 기술부문 투자액은 총체적으로 줄어들었다. 같이 가야하는데 민간부분이 떨어진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이렇게 되면 정부 돈 따먹기 게임으로 끝나버린다. 이부분에 대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500조원이 시중에 돌아다니고 있는데 돈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돈이 기업으로 가지 않는 것이 문제다. 기업으로 가더라도 설비나 연구개발에 쓰이지 않는다. 일단 기업의 빚 갚는데 돈을 쓰고, M&A 당할까봐 방어하는 데 돈을 쓰는 현실이다. 돈이 기업에 가지도 않을 뿐더러, 돈이 가도 설비투자, 연구개발에 쓰이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느냐가 초점이다.
우선은 아까 말씀드린대로 분식회계를 극복하는 것,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는 기술혁신이 수익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수익성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제가 혁신부족설을 지지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돈이 가고 기술혁신이 촉진되면 돈을 더욱 더 불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시중에는 돈은 넘쳐나고 있다. 돈과 기술이 사랑을 속삭이도록 하여야 한다. 돈과 기술이 연애를 하도록, 결혼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Software도, 지식산업, 금융산업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지금 한국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핵심과제라고 생각한다.
<질의응답 요약>
이왕재(경제모델분과장) :
코리아글로브는 지난 해 한국경제의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면서 ‘사회통합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국민협약’을 2005년의 주된 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이를 위해, 여야 정치권의 중진들과 사회 각계의 실력있는 선배들을 모시고 추진위원회를 구성코자 한다. 오늘 간담회 역시 이를 위한 첫 작업으로 준비되었다.
김영호 :
최근에 몇몇 인사들과 사회통합을 위한 논의를 해왔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핵심은 다른 사람들끼리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이나 처한 위치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나? 시민사회에서 희망제안을 했는데 마찬가지로 아쉽다. 코드가 다른 사람도 모으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지금 사회통합의 핵심은 노-사, 대기업-중소기업, 남-북, 그리고 지역인데, 중요한 핵심 당사자이 빠졌다. 뜻있는 사람들의 당위론도 좋지만 거기서 한발짝 더 내딛기가 어렵다. 당위론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성과가 될 지는 모르지만 현실적인 힘이 되지는 않는다. 코리아글로브도 마찬가지로 지금 말하는 사회중진들이 남들이 보기에는 뉴라이트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노조와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만나야 한다.

네덜란드도 당사자만 가지고는 타협이 안되었다. 시민단체, 학계가 사회적으로 압력을 넣어야 한다. 위기의식의 공유가 없으면 어렵고 또 사회적 압력이 없으면 대타협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약 반 정도는 여성, 시민단체, 학계, 정부가 되고 나머지 반은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솔직히 호텔에 밀어 넣고 타협하지 않으면 밖으로 못나오게, 밥도 주지 말고 압력을 넣는 형식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사회적 대타협이 되면 아마도 한국의 합리적 기대가 확 올라갈 것으로 확신한다. 밖에서도 같이 밥 굶으면서 해야지 말로는 안된다.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도 경제위기를 말하면 펄펄 뛴다.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위기감을 공유하지 않으면 절대로 불가능하다.
최배근(운영위원장) :
선언이나 합의의 내용은 우리사회의 핵심 의제에 대한 것이고 참여하는 분들의 지혜를 모아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희망제안에서 보듯이 사회적으로 대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서 긍정적이다. 단지, 희망제안의 내용은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다른 부분을 하나로 엮으려다 보니 두루뭉술하게 처리한 것으로 본다.
저희들은 현재까지는 추상적이지만 앞으로는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말씀하신 것처럼 위기의식을 공유하게끔, 또 노사뿐만 아니라 핵심적인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통합의 구성방식은 핵심 이해당사자가 50%, 또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세력으로 50% 구성에 동의한다.
문제는 처음 발의를 해 주실 수 있는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을 모시는 것이다. 함께 논의하고 저희들이 실무를 맡을 계획이다. 이해당사자들을 모으고, 또 그들이 수용할 만한 내용들을 생산하는 것이야말로 실력이라고 본다.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꼭 해야 한다는 절박성을 가진 문제다. 힘을 보태주셨으면 한다.
김석규(Globe2050분과장) :
농축된 믿음과 신뢰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1년간의 고뇌 속에서 과연 어느 분들과 함께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코리아글로브는 절박감을 가지고 있다.
조민(연구위원) :
코리아글로브의 계획에 대한 교수님의 경험과 지적이 절실하다. 저희들이 보기에도 한국 사회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터닝포인트다. 통합에 대한 논의가 언론 등을 통해서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통합논의는 견해를 절충하는 산술적 평균을 찾는 일종의 절충론도 있겠지만, 어느 것이 정확하게 맞는 길인가 하는 논리투쟁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것이 확산되는 것도 필요하다. 또 한국경제 위기의 키워드를 가지고 풀어가는 방법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어떻게 통합에 접근할 것인가가 문제다.
김영호 :
국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에 희망제안이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데, 신자유주의 하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사실이 그렇다. 제가 예전에 대구라운드라는 것을 하면서 신자유주의를 비판했었는데, 최근에 크게 깨달았다. 신자유주의의 표피만 봤었던 것이다. 공부가 부족했다.
지금 한국경제가 국내외의 금융자본에 믿보이면 안된다.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지금 시중에 500조원의 돈이 떠도는데 이 돈을 기업으로 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대하지 않으면 어떻게 오겠는가? 한국경제가 월가의 눈치 안보고 잘 될 수 있을까? 여유나 실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일본형의 종업원 자본주의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일본이 지금 미국의 신자유주의와 절충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하게 신자유주의는 나쁘다면서 배격해서는 어렵다. 지금 주식시장에서 3~4조원만 빠져나가면 주식이 폭락한다. 그러면 한국의 자산가치가 뚝 떨어지고, 부채비율이 바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국제금융거래 사이클에서 탈락하게 된다. 대안책도 없이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큰 문제중에 하나다.
다시한번 얘기하면,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고민하고 토론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분위기,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같은 사람들끼리만 얘기하는 것은 전혀 힘이 되지 못한다. 때문에 제가 앞장서기는 어렵다. 코리아글로브가 열심히 하시면 뒤에서 돕도록 하겠다.
참석회원 : 진월스님, 최배근, 조민, 김석규, 이왕재, 김현인, 이주원, 윤여진, 손종도, 손동주, 김태희, 김윤, 이정우, 박홍태, 김대호, 박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