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차화요대화마당-'2012년, 한-몽 관계를 말한다'

by KG posted Nov 29, 2011











코리아글로브는 지난달부터 “미리 보는 2012년 코리아의 이웃”
이름 아래 일곱 차례 연속기획 화요대화마당을 열고 있습니다.

11월 29일은 그 다섯 번째 순서로
“2012년, 한-몽골 관계를 말한다”를 엽니다.

공존공영의 아시아네트워크를 일구어왔던 코리아글로브가
어느덧 공식-비공식 민간외교사절 비슷한 몫을 하게 되었고
그 가운데에서도 몽골과의 관계는 각별합니다.

그런데 몽골 안의 사정으로 혹시 부대사께서
오늘 못 오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길을 제대로 다지라는 뜻일까.
어쨌거나 이를 기회로 그 동안 숱하게 이뤄져왔던
한몽관계의 역사 흐름을 되짚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하여 아래와 같은 글을 올립니다. 참조하시고 오늘,
지난 8백 년의 오랜 인연과 짧은 만남 그리고 망각의 강을
뛰어넘는 큰 걸음을 내딛는 마당이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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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은 코리안에게 어떤 존재인가?


사서에 몽골이 나타나는 것은 8세기 무렵이다.

고구려로 불리던, 천년을 내다보던 천손의 문명이 무너진 다음
동쪽으로는 코리아가 익히 아는 후고구려 즉, 발해가 나타나고
서쪽으로는 몽골의 존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뒤로 몽골은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다.

옛 삼한의 영역은 당나라의 이간질에 놀아난 발해와 후대 신라가
서로 으르렁대며 지키고 있다가 10세기에 들어와 저문다.
이윽고 다시 고구려의 뒤를 이으려는 고려는
끊임없이 고향인 만주로 나아가려 했다.

발해를 이어 요가 들어서고 또 금이 들어섰으며
마침내 징기스 칸이 초원을 평정한 뒤
고려가 원제국과 혼인동맹을 맺으면서도 그는 변함이 없었다.
북방의 얼굴이 수없이 달라져도 고려만이 변함없이 475년을 간 까닭이다.

드디어 몽골의 시대.
그러나 멍케 칸이 떠난 뒤 쿠빌라이는 코릴타이를 깼다.
그로 인해 초원의 和白인 코릴타이는 빛이 바랬고
쿠빌라이의 원제국과 서부의 여러 칸 국으로
징기스 칸의 나라는 동서로 쪼개졌다.

그 결과 원제국은 남송만 취하고 나머지 나라는 포기해야 했다.

먼저 고려.
쿠빌라이의 숙원은 북송 이후 150년 만에
동아시아 대륙을 통일하는 것이었으며 그를 위해,
28년간 7차의 침략에도 버틴 고려의 화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일본.
남송과 가마쿠라 막부의 연합을 걱정하여 고려를 닦달해
세 차례 쳐들어갔으나 태풍과 반란으로 뜻을 접어야 했다.

마지막은 베트남.
통일 후 원나라는 쩐 흥 다오 장군의 대월국 군대에 세 차례 졌고
바익 당 전투의 압승으로 베트남은 독립과 자존을 지켜냈다.

원제국은, 90여년 식민 지배를 당한 뒤 일어선
명나라에 의해 초원으로 밀려나며, 이를 북원이라 부른다.
북원은 1635년 청나라가 들어설 때까지 초원의 覇者로 군림한다.

명의 등장과 때맞춰 북반구에는 소빙하기가 닥친다.
운이 다한 고려는 무너지고 처음으로 유학의 나라 조선이 들어선다.
환관의 나라 명과 사림의 나라 조선은 밖으로 문을 걸어 잠근 쇄국의 나라였다.

개국 초기에 만주지역 여진족의 관할권을 놓고
명과 경쟁까지 했던 조선은 당연히 몽골의 동향에 예민했다.
그러나 사림이 권력을 잡은 뒤 그 관심은 눈 녹듯 사라졌다.

임진년과 병자년의 전쟁을 겪은 뒤 조선은 다시 몽골과 만났다.
청나라는 만주인과 몽골인의 혼인동맹 위에
몽골과 티벳의 종교동맹을 더해 세워진 나라다.

한때 조선에서 벼슬하기를 청했던 누루하치의 나라
청나라는 몽골과 티벳을 동맹으로 택하는 대신
어버이의 나라에서는 수십만 포로를 끌고 갔다.

이때 조선의 사림들은 이미 주자학 근본주의자로서
소중화를 자처하며 스스로 당긴 국제질서의 재편을 외면했다.
그리하여 건륭제는 조선의 사신단을 만나면서도
만주어나 몽골어를 하는 이가 단 한 사람도 없어 힘들어했다.

20세기는 악몽이자 새로운 만남의 때였다.

코리안은 유사 이래 처음 나라를 잃고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었으며
그도 모자라 스탈린주의 야욕의 희생양이 되어
당연하기 그지없는 통일 대한민국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지금까지 평양정권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몽골은 살아남기 위해 안팎으로 분단되는 수모를 아직도 겪고 있다.
그 과정은 무척 힘들었으며 몽골 독립의 영웅 수흐바타르가 1923년,
복트칸 8세가 1924년 연이어 돌아가신 뒤 오랫동안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먼 길을 돌아 코리아와 몽골은 1990년 3월26일 드디어 만났다.
이 날은 안중근 장군의 순국일로서 항일전쟁시기 코리아의 해외기지로
두 번째로 중요한 곳이 울란바타르였다는 잊을 수 없는
역사의 인연을 수교일로 영원히 기념한 것이다.

그로부터 스무 해가 지나고 코리아글로브가 영광스럽게도
고종의 잠저 운현궁에서 한몽 수교 20주년 기념행사를
코리아몽골포럼의 이름으로 주관하게 되었다.

가장 어려울 때 사돈의 나라가 다시 만났다.

징기스 칸 이래 북원과 청나라의 시기에도 몽골은 이만큼 힘들지 않았다.
코리아 역사공동체 역시 지난 반만년 이래 최악의 때이다.
“단군 이래 최고”란 말은 조선밖에 알지 못하는 무식함의 발로다.

코리아는 통일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몽골 역시 제자리를 찾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둘 다 북경의 역사침략에서
제 뿌리를 지켜내어야 하는 절박한 벼랑에 서 있다.

생존과 안보 그리고 역사와 문화전통의 계승이 우선이다.
지난 22년 한몽관계는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그렇다고 서로의 마음을 담아내는 사돈의 나라로 나아가진 못했다.

이는 무엇이든 당장 돈 되는 것부터 찾는 조급함 때문이다.
그러니 어떻게 두 나라 사이에 장기투자가 가능하겠는가.
설사 무슨 약속을 하더라도 지켜진다는 보장이 있겠는가.

서로의 생존과 안보를 지켜주려는 동맹.
서로의 역사와 문화전통을 배우고 나누려는 마음.
이제는 한몽관계가 그 본질로 나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

이는 정책의 문제 이전에 역사철학과 국가전략의 문제다.
서로 친한파와 친몽파가 생기는 만큼 혐한파와 혐몽파도 늘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가면 당연한 귀결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아무래도 여유가 훨씬 많은 코리아가 앞장 설 일이다.
서울 한복판에 징기스 칸 연구소를 세우고
울란바타르 운항 경쟁체제를 만들며 비자면제의 길을 연다면,
몽골에서 알아서 그 다음 일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한 해마다 숨 가쁘게 평가하지 말고 정권이 어떻게 바뀌든
적어도 10년을 이어서 그렇게 줄곧 나아가보자.
세계로 뻗는 대한민국을 꿈에 그리는 몽골 청년들,
푸른 초원과 가없는 대륙을 꿈에 그리는 한국 청년들이
반드시 쏟아져 나와 두 나라의 걱정을 뿌리에서 없애는
21세기 사돈의 나라로 몽골과 코리아는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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