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네트워크

by KG posted Nov 02, 2004
최배근(2004년 10월 30일)
  
중국은 연착륙, 한국은 경착륙
국제유가 급등과 전세계적인 주택가격 거품의 붕괴 가능성, 미국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폭 확대와 소비 위축 그리고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와 환율 유연화에 따른 위앤화 평가절상 가능성 등이 한국 경제의 극심한 내수침체와 맞물려 한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즉 7년간 정체상태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2004년의 한국경제는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2003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의 상승세가 한국 경제의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였지만 내수침체와 수출침체가 맞물릴 가능성이 높은 2005년의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남북 모두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와 북핵위기의 고조 그리고 한국시장에서 외국자본의 철수 등이 맞물릴 경우 2005년의 한국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의 수출증가율의 하락 등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가 구체화되면서 세계 글로벌펀드들이 가장 비관적인 투자지역으로 한국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게다가 최근 외국자본은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갖고 연일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한 환율이 급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수출환경이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극도로 위축된 내수기반을 구조적으로 회복시키지 않는 한 솔직히 2005년의 한국경제에 대해 희망을 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동북3성 진흥계획과 연계된 중국기업들의 북한 진출
지난 4월 김정일 위원장의 3차 중국방문 이후 중국이 북한의 경제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 10월 18~21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통해 중국이 북한 경제개발에 대한 적극 참여와 6자회담 참여를 중국 지도부와 논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에는 북한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물자를 중심으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진 대북지원이었으나 최근에는 평양이 중국 제품의 소비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광범위한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다. 북한과 중국은 톈진(天津)시가 남포시 등 평양 인근 지역의 경제 개발에 적극 참여하기로 합의하였고, 북한이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남포 원산 신의주뿐 아니라 함흥 백두산까지 개발키로 한 것으로 확인된다. 즉 남포는 개성이나 금강산과 비슷한 개발특구로 육성하고, 평양은 전자단지로 건설하고, 신의주는 중국기업의 임가공단지로 개발하고, 화교가 밀집한 함흥은 중국기업의 대외수출 물류기지로 추진하고, 백두산은 삼지연과 천지를 잇는 육로관광코스를 공동개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북한 진출과 관련하여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에 진출한 중국기업들이 현재까지는 대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듯이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시장 개척의 성격을 갖고 있다. 둘째는 최근 북한에 대한 투자를 북한의 압록강에 인접한 단동지역의 기업을 중심으로 동북 3성의 기업들이 주도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 2월 29일 중국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에서 국무원 핵심부서인 상무부 부장에 임명된 보시라이(薄熙來)는 북한이 신의주특구를 추진하다 중단된 2002년 전후로 랴오닝(遼寧) 성장직을 수행했고, 당시 <신의주와 단동>을 묶는 <조-중 경제특구>를 추진했던 인물로 보시라이는 중국 공산당 8대 원로인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의 아들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차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개방 특구로 추진하던 신의주는 중국 동북지역 기업들의 임가공 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참고로 중국의 상무부는 국가경제무역위원회와 대외무역경제합작부를 통합해 지난해 3월 신설된 부서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미국의 무역대표부와 상무부의 기능을 통합해 국내외 경제 및 무역을 총괄하는 전략적 핵심 부서이다.

이처럼 남북간의 경협이 더욱 진전되기 전에, 그리고 핵문제 해결 이후 본격적인 북한시장의 개방 이전에 북한 시장을 선점하려는 중국의 전략은 동북3성 진흥계획과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투자를 곧 추월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중국이 북한의 경제개발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더욱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 북핵 등 정치적 요인으로 한국이 북한의 경제 개방과 개발에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날로 강성해지고 있는 중국을 경제협력과 개발의 동반자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정치적인 부분뿐 아니라 경제까지 아우르는 확대된 형태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동북 4성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동북지역 진흥계획은 한반도를 동북아 경제중심으로 만들려는 우리의 구상도 물거품으로 만들 공산이 크다. 실제로 중국은 홍콩ㆍ상하이에 이어 한반도와 인접한 동북지역까지 금융ㆍ물류허브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착수함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동북아 허브전략 자체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의 이 같은 프로젝트는 랴오닝성ㆍ지린성ㆍ헤이룽장성 등 동북지역의 인구 3억~4억 규모의 시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며 아울러 북한의 신의주 개발 등에 대응한 사전포석의 성격도 있어 우리의 남북경협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이 랴오닝성 선양에 조성하는 금융비즈니스 단지는 상하이와 맞먹는 국제 금융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선양 국제 금융단지 건설 역시 중국의 떠오르는 실세로 불리는 보시라이 상무부 부장이 상당한 애착을 보이고 있어 개발추진에 상당한 탄력이 예상된다. 여기에 향후 중국의 환율제의 불가피한 개혁을 앞두고 중국 금융시장의 대외개방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한국 금융시장은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국은 랴오닝성의 다롄시 역시 항구와 공항을 중심으로 동북아 물류기지로 건설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1단계로 2010년까지 항만은 25억톤의 화물과 1,000만TEU급 컨테이너 처리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공항은 연 800만명의 승객과 20만톤의 우편화물 처리가 가능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중국 다롄항의 성장은 인천공항이나 부산항에  최대 위협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이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다롄항을 원자재 조달창구로 전략적으로 활용할 계획이어서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전망이다. 이처럼 선양과 다롄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동북3성 개발계획을 통해 홍콩~상하이~동북3성 등 남북을 잇는 경제벨트를 완성할 경우 한국의 동북아 금융ㆍ물류허브 전략 추진과 내용 면에서 상당 부분 중첩돼 있어 참여정부의 동북아 허브전략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은 중국의 힘으로 개발을 하고 한국은 중국시장과 미국 등 해외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빠르게 증가하는 등 한반도에서 중국과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증대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경제영토 확장과 한반도 통일구상의 위기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세계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소리 없는 경제영토 확장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부상과 이에 위협을 느끼는 일본의 견제는 시장과 에너지 확보 등을 중심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중동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 일본의 극동러시아 진출과 중앙아시아 진출 강화 그리고 아세안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경쟁 등은 한국과 한반도 통일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기름 먹는 하마’로 불리는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2020년이 되면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급증해 석유수입 규모가 일본가 거의 같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은 북아프리카 등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중동 등 기존 지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지난 7월초 페르시아 만안의 6개의 아랍산유국이 역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결성한 걸프협력협의회(GCC)와 FTA협상 착수에 합의하였다. 중국과 중동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경우 우리 나라 공산품 중 저가 품목의 경우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건설업의 경우에도 이미 가격경쟁에서 중국에 뒤져 토목·건축 시공사업의 수주에서 밀리고 있으며, 앞으로는 플랜트 분야에서도 중국과의 경쟁에 맞닥뜨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중동 원유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커질 경우 우리 나라의 대중동 협상력이 약화돼 안정적인 원유 확보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다.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가 국가안보의 최대 이슈로 등장하면서 일본 역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모든 외교력을 쏟아 붓고 있다. 그동안 일본은 쿠릴열도 4개 섬의 영유권 문제로 러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자제했으나 최근 러시아가 가장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자 거대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러시아에 대한 실용외교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총 100억 달러 규모로 컨소시엄인 사할린 에너지 개발사업에 미쓰비시와 미쓰이 등 일본 기업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에너지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 동시베리아 송유관 노선을 통해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표면화된 바가 있다.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잠정적으로 합의된 앙가르스크-다칭 노선은 사실상 폐기된 상태이고, 뒤늦게 뛰어든 일본이 건설비 50억 달러 융자와 유전개발 참여 등 총 140억 달러 투자를 앞세워 송유관 노선(극동라인)을 가로챈 셈이다. 앙가르스크 북서쪽 타이세트에서 나홋카까지 기본 노선을 건설하고 중간에 다칭으로 가는 지선(支線)을 내는 방안이 거의 확정적이다. 최근에는 중국이 동중국해 가스전을 기습 개발하자 이에 일본은 불만을 표출하며 독자조사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일본은 중국이 자신의 ‘또 다른 서부’로 인식하고 있는 중앙아시아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중앙아시아에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중동정세와 관련하여 지정학적 중요성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소련에서 분리 독립된 1991년 이후 2천6백억 엔 규모의 경제협력 실시 등 중앙아시아에 공을 들여온 일본은 최근 8월 28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 참여하는 ‘중앙아시아 공동시장’ 창설을 주도함으로써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와 중국 및 러시아 견제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아시아 경제네트워크>의 건설을 주도
중국과 일본의 움직임은 우리 나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나라의 경우 해외시장 개척은 대기업 중심으로 거의 각개약진하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북한 핵 문제로 인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 극동지역의 가스전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376km 송전선 건설과 사할린에서 2400km 천연가스관 건설이 검토됐고 비용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북한 문제가 풀리지 않아 후자로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기업들 역시 북한에 대한 신뢰 결여로 러시아가스를 중국과 황해를 가로지르는 가스관을 선호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한중러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8일 잠정 합의안을 보면 러시아 이르쿠츠크 가스전을 서해 해저를 통해 한국으로 연결(이르쿠츠크-창춘-선양-다롄-평택)할 계획이다. 유라시아횡단철도사업 역시 중국 텐진-몽골 울란바토르, 중국 롄윈항-카자흐스탄 알마티, 러시아 보스토치니-독일 베를린-벨로루시 브레스트 등 4개 노선이 확정되고 한반도 관통노선은 제외된 상황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 나라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강대국들의 주변에 있는 국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북한과 우리 나라에 대한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지렛대 확보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몽골-중앙아시아-인도-오스트레일리야-베트남을 중심으로 하는 인도차이나 국가들과 <아시아 경제네트워크>의 건설을 적극적으로 주도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러시아가 중심이 된 동북아 에너지 네트워크 구상에서 머물고 있는 형편인데 중앙아시아-인도-호주-아세안을 잇는 <아시아 경제네트워크>의 내용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 석탄 소비량의 45%, 금의 44%, 철광석의 57%, 니켈의 65%를 공급받은 호주와의 관계 강화는 원자재 확보 차원을 넘어서 미국관계를 풀어가는 매개수단으로서도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이밖에도 중국이나 일본이 우리 나라보다 불편할 수밖에 없는 러시아와의 관계 역시 한 차원 높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이 쿠릴열도 4개 섬의 영유권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원 확보를 위해 러시아의 광물자원을 합동으로 개발하고, 사할린 섬 근처의 석유와 가스 개발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고, 유럽으로의 물자수송비용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러시아를 관통하는 철로 개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양국관계에는 정치적 여건으로 인한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 반면, 세계 4위의 석유소비국으로 향후 가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이 지리적 위치 덕분에 자원에 대한 접근이 보다 용이하기에 러시아와 적극 교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통일과정에서 중국과 미국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견제수단의 확보 차원에서도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는 중요하다. 이처럼 경제영토 확장뿐만 아니라 우리가 희망하는 한반도 구상과 동북아 공동번영을 위해서 <아시아 경제네트워크> 건설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정부가 처리해야 할 것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의 개척에는 위험이 수반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된다. 수출입국의 경험을 갖고 있는 기업의 역량과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