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의원> 3당 국회의원 초청 집담회 두번째 순서

by KG posted Nov 19, 2004


❐일 시: 2004/11/16 PM 7:30-10:30
❐장 소: 코리아글로브 회의실(경희궁의 아침 오피스텔 4단지 1504호)
❐초청의원: 정병국(한나라당 의원)
❐정 리: 사무국장 이주원


집담회 취지

정치실종의 시대, 리더십 부재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미 출발부터 심각하게 권위의 추락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17대 국회는 입법부로서의 정당성과 기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행정부와 사법부 사이에 끼여 미디어로부터 난타를 당하며 스스로는 물론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기반이 허물어지는 것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오늘 우리 공동체가 맞닥뜨린 국가 쇠락의 절대 위기 앞에서 위기의 실체를 파고들기는커녕 필요도 없고 급하지도 않은 논쟁을 거듭하며 정작 중요한 국가사회의 활력을 회복하는 일은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외교무대에서 열외(列外)의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경제현실 또한 끝없는 침체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민초들이 겪는 어려움이 극에 달해 있고, 예전이라면 민란에 버금가는 민심의 이반인 솥단지 시위를 보고서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공직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어렵습니다.

코리아글로브는 다가올 2005년의 한국사회에 대단히 심각한 쇠락의 징후가 보이지 않을까, 한민족 공동체를 배제한 한반도문제의 급진전이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그 위기의 내부 원인을 국가 장래에 관한 청사진의 부재 그리고 그 청사진을 실현할 실력의 문제와 대안세력의 부재 탓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10여 년 아시아태평양에서 동아시아로, 동아시아에서 동북아로, 세계사의 흐름과 달리 축소지향으로 치달린 국가전략의 틀을 세계로 다시 넓히고 그 주요한 무대로 아시아네트워크를 실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아울러 이를 소명으로 하는 대안세력의 형성을 위해 정치인을 비롯한 기업인과 과학기술인 등 각계의 인재를 모셔서 공감대를 넓히는 만남을 지속하고자 합니다.

그 시작으로 여·야 3당 국회의원 초청 집담회를 기획하였습니다. 1차 김부겸 의원에 이어 2차 집담회에서는 한나라당의 정병국 의원을 모시고 고견과 고언을 듣고자 합니다.



1. 정병국 의원의 발표 요약

저도 코리아글로브의 견해에 동감합니다. 코리아글로브가 서두에서 밝힌 바대로 국가존망의 암울한 현실에 비애를 느끼고 있습니다. 한나라당도 16대 국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변해야 산다는 화두가 지배했으나 4.13 총선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탓에 다시금 자만과 회귀의 양상을 당은 보이고 있습니다.

17대 국회는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17대 국회는 1년도 안 되어 다시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국회에서 합리적 중도의 목소리는 힘을 잃고 한나라당의 강경파와 열린우리당의 급진파의 극단이 정국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정치란 본래 대결이 아니라 상생인데, 한국정치에서는 정치가 사라졌습니다. 정치실종의 시대에 우리들이 서 있는 겁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실종의 싹이 보이기 시작했고 점점 심화되다가 참여정부 들어서서 더 심해졌습니다. 여·야간은 물론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정치가 사라졌습니다. 요즘 일고 있는 헌법재판소에 관한 논란은 선출된 권력인 정치권 스스로 자초한 무능의 결과일 뿐입니다.

부시의 재집권은 가장 미국적인 선거결과입니다. 9.11테러 이후 미국사회는 변했습니다. 부시의 대선 전략인 ‘도덕적 가치’의 승리는 그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케리는 이라크 전쟁을 국제적 관계로만 이해했기 때문에 대선에서 졌습니다. 그러나 부시는 ‘공동체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며 이라크 전쟁이 ‘가족’을 지키는 안보행위임을 미국인들에게 선전했습니다. 그 결과는 일부 케리 진영의 이탈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미국사회의 극명한 변화를 보여준 미 대선의 결과가 대북관계에는 어떻게 작용할까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합니다. 미국의 북한 핵 관리의 핵심은 핵 개발이 아니라 핵이 테러리스트들에게 넘겨졌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미국이 우려하는 핵테러리즘의 방지를 위해서 북한 핵의 관리는 미국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대북정책의 강도가 더 강해지고 북한에 대한 압력이 심화될 것입니다. 이런 예측으로 볼 때 북한은 더 이상 ‘벼랑 끝 전술’로 일관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에 대한민국이 어떻게 대응해왔고 대응해야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중심국가 전략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국가전략이 ‘동북아 중심국가’에서 ‘동북아 경제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때 저는 노 정부의 의지박약(意志薄弱)과 즉흥적 태도에 실망하였습니다. 미·중·일·러 주변 4대 강국이 공식적으로 압력을 넣지도 않았는데 눈치를 보다가 알아서 기는 소심함으로 경제중심조차 이룰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제가 보기에 노 정부의 동북아 중심국가 전략은 전체적인 그림에서는 좋습니다. 그러나 현 집권세력은 이를 실현할 전략이 부재했습니다. 사실 동북아 중심국가 전략에 있어 북한은 기회이자 위기입니다. 분명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이 가중될수록 북한은 대한민국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정부가 미국을 젖히고 북한과 전면적인 교류를 할 수는 없습니다. 한미동맹의 근간을 굳건히 하면서 북한과 직접 교류를 열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위험스럽게도 동북아 중심국가 전략 실현의 든든한 바침이 될 한미동맹이 골간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인들은 무능함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 관계자를 만나는 자리에서 국익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도 시원찮을 판국에 반대 정파를 비난하는 이야기부터 하니 너무 한심스럽습니다. 미국 관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그에 따르면 한국의 정치인들이 너무 상대 정파에 대한 비난만 일삼으니 미국이 보기에는 대한민국의 입장이 혼란스럽고 종잡을 수 없다고 합니다. 국익이 아닌 당리당략에 의해 움직이고 말한 결과입니다.

이런 정치현실을 보면 10년 뒤, 20년 뒤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기만 합니다. 만약 정치권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해서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가존망의 위기가 곧 닥칠 것입니다.




2. 자유토론 요약

KG 사무국장 : 코리아글로브는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무엇으로 설정해야 미국에게 한반도의 몸값을 더 높게 받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런 집단적 화두에 대한 총론적인 상(像)이 바로 ‘아시아 경제네트워크’였습니다. 단기적으로야 힘들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아시아 경제네트워크의 구축이야말로 중국에 대한 지렛대의 역할도 할 수 있고 시장의 확보 측면에서도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한국의 실력에 비례해서 미국이 느끼는 전략적 가치가 달라지는 것 아닙니까? 이에 관한 정 의원님의 고언을 듣고자 합니다.

정병국 의원 : 냉전 시기에 한반도는 미국에게 있어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에 한반도가 지니는 전략적 가치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60년대 미국은 인도차이나반도의 공산화를 막는 것이 미국의 세계전략에 있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베트남전쟁을 치렀습니다. 결국 전쟁에서 미국은 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인도차이나반도가 공산화 되었는데도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미국인들이 보기에는 인도차이나가 공산화가 되든지 민주화가 되든지 미국의 세계전략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제가 우려하는 게 바로 이 지점입니다. 미국인들이 한반도를 이런 눈길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동맹의 복원은 우리에게 절실한 화두가 되어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전략적 가치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동맹의 약화는 피할 길이 없습니다. 동맹외교의 원칙은 ‘감정’이 아닌 ‘실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내부의 갈등과 혼란에도 원칙을 갖고 처리한 이라크 파병은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라크 파병은 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데 기여했다고 봅니다.

KG 운영위원장 : 법의 틀 내에서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꾀하는 것이 서양의 합리성 개념입니다. 그렇게 볼 때 한국이란 동맹의 가치가 미국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역지사지(易地思之)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매우 냉정하게 우리의 실력을 살펴봐야 합니다. 이 상태로 가면 동북아 중심은커녕 자력에 의한 통일조차 난망해질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안보가치와 경제가치를 스스로 격상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는 장기판의 졸이 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국익의 극대화’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의 내부단결과 통합이 매우 절실합니다. 내부의 단결과 사회통합은 정치 리더십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정치실종으로 정치인들이 지금 오히려 사회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여야를 넘어서서 국가쇠락의 위기를 타개하는 역사적 역할에 헌신해야 합니다.

지난 10년간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 한반도문제와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얘기해보겠습니다. 친미파로 공격받는 한나라당이 한미동맹 중심으로 한반도문제를 바라보는 틀에서 벗어나 미국을 설득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친기업적 정파로 인식되는 한나라당이 과거 산업화시대의 논리만 되풀이 주장하지 말고 (재벌)기업에게 분배에 대한 책임의 공유를 요구해야 합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동맹에 머물러 있는 한 한반도의 미래는 희망을 가질 수 없고, 성장에 대한 공유 없이 상호출자 등에 기초한 재벌체제가 갖는 위험을 사회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코리아글로브는 내년 2005년을 긴장 속에 맞이하고 있습니다. 내수침체와 수출침체가 맞물려 외환위기 이래 가장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 경제의 경착륙 위험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반도문제 또한 한국이 배제된 상황에서 급진전될 개연성이 높습니다. 말 그대로 국가쇠락의 위기입니다. 우리 공동체 전체가 각성하고 심기일전하지 않는다면 2005년을 대한민국이 새 출발하는 저점으로 만들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정치권이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더 이상 노력은 하는데 어렵다는 하소연을 한가히 들어줄 계제가 아닙니다. 안으로만 쏠려 정쟁을 거듭하는 퇴행을 제어할 자신과 실력이 없으면 국회에서 제 발로 걸어 나오는 것이 오늘 공인된 자의 도리입니다. 먼저 온 김부겸 의원이나 오늘 정병국 의원이나 소명감을 지닌 분들이 국가의 장래를 위해 몸을 던져야 합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바로 그 결단과 헌신이며, 그만큼 한국정치는 정상궤도로 접어들게 될 것입니다.

KG 운영위원 : 우리를 에워싼 주변 4강은 하나같이 제국 경영의 기억과 노하우를 간직하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먼 옛날 고구려 이후로는 그 경험이 전무하고 그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는 곧 한국의 국가전략에서 균세(均勢)가 지닌 한계를 말합니다. 그 지렛대가 움직일 때는 생존이 가능하지만, 그 지렛대가 혹시라도 부러지면 우리는 다시 20세기처럼 생존의 벼랑에 내몰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아시아 네트워크는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런 여유 있는 아이디어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이 한국을 근거지로 열강의 틈새에서 다시금 지난 세기의 뼈아픈 전철을 밟지 않게 만들 절박하고도 불가결한 국가전략의 문제입니다. 지난 집담회의 김부겸 의원이나 오늘 정병국 의원 모두 이 대목에서 보다 더 깊은 고뇌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KG 연구위원 : 아시아 네트워크를 형성해나가는 출발점은 동맹외교가 될 것입니다. 이 세상에 힘이 없는 나라와 깊은 관계를 맺으려는 곳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는 백 년 전의 일본처럼 현명한 동맹외교로 우리의 자강(自彊)을 선취하고 그를 발판으로 아시아 네트워크를 움직여내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한미동맹은 너무 틀어지고 있습니다. 단기 처방이 빨리 내려져야 합니다. 그 답은 가치동맹, 가치외교의 흐름에 동승(同乘)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보듯이 반테러와 인권의 문제는 미국의 명분이자 동시에 미국민들의 공감대가 되지 않았습니까.

지금 정부처럼 PSI나 인권 문제를 죄다 거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전임 정부 때의 MD 거부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제국 경영의 경험이 없는 한국에서 바라보는 단편적이고 경직된 대미 인식에서 벗어나서, 가치동맹으로 한미관계를 격상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일에 야당이 앞장서야 합니다. 여당의 성향을 문제 삼으며 남은 3년의 임기 동안 야당 또한 무책임하게 파업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냉랭해진 한미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컬러가 비슷한 분들이 나서서 ‘외교 역할의 분담’을 이루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KG 사무국장 : 한국은 약소국입니다. 약소국은 강대국의 모든 움직임에 본능적으로 빨리 대응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채널과 안테나를 강대국 쪽으로 세워서 정보 수집에 열을 올려야 합니다. 미 대선을 지켜본 한국인들의 반응을 보면 이미 그런 컨센서스가 국민들에게는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권은 국민들의 움직임을 좇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당장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미 일, 러, 중 4대 강국에 대한 연구(제국경영의 노하우, 역사, 문화, 국가전략 등)에 몰두할 수 있도록 당 정책연구소를 키워나가길 바랍니다. 여든 야든 국가백년대계를 망각하고 당 연구소를 자파 결집의 논리나 집권 프로그램을 만드는 곳으로 전락시키지 말고 이를 발판으로 여야를 넘어 전방위로 국가의 활로를 개척하는 통로로 만드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코리아글로브는 정 의원께서 이 일에 앞장서 주시길 바랍니다.



아래는 당일 참석자 명단(가나다 순) 그리고 ‘아시아네트워크’ 발표문을 별첨한다. (코리아글로브- 이하 KG)

강성룡(흥사단 교육운동본부) 김석규(KG KP2010 분과장) 김현인(회사원) 박소희(KG 운영위원) 박종화(게임개발협회 부회장) 윤여진(건설기술인협회) 이규승(회사원) 이왕재(KG 경제모델 분과장) 이주원(KG 사무국장, 작은손길) 정낙근(KG 연구위원, 여의도연구소 통일안보팀장) 진월(KG 대표, 서울 불교대학원 교수) 최배근(KG 운영위원장, 건국대 경상학부 교수) 최성주(미디어워치 회장) 13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