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닷속 너희들에게 할 말이 없구나.

by KG posted Apr 20, 2014


차가운 바닷속 너희들에게 할 말이 없구나.


                                          2014년 4월20일 새벽, 코리아글로브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48분 진도 앞바다 세월호에는
수학여행에 나선 안산 단원고 2학년 3백 스물다섯 아이들의 설렘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잔인하게도 나흘이 지나고 또 밤이 된 지금까지
이른 다섯을 뺀 2백 쉰 아이들 그 누구의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습니다.

지난 1993~1995년 세 해 내내 하늘과 바다와 땅에서
대한민국은 있어서는 아니 될, 사람의 손으로 일어난 재앙을 거듭 겪었습니다.
그 비극의 끝이 온 국민이 몸서리치게 당한 환란의 위기였습니다.
그럼에도 정신을 못 차리다가 2003년 노대통령 취임 한 주를 앞두고
기억하기조차 두려운 대구 지하철 참사까지 맞았습니다.

그로부터 대통령이 두 번 바뀌고 어언 열한 해가 지나갔습니다.
대한민국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안전행정부까지 출범시키며
2만5천 달러 GNP 선진국 문턱에 이르렀다고 모두가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착각이었고 믿음은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차라리 천안함처럼 테러였다면 할 말이라도 있습니다.
차라리 악천후 속에 좌초였다면 이리도 화나지 않습니다.
차라리 단 한 사람 영웅이라도 있었으면 가슴이 멍들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갇힌 차가운 바다 맹골수도는
충무공 명량대첩의 현장인 울둘목 바로 옆입니다.
해군들도 지나가지 않는 그 거센 바닷길로
오로지 돈벌이를 위해 여객선은 지나다녔고
지금까지 당국은 그를 내버려두었습니다.

지난 사흘 내내 구조를 막아 나섰던 그 험한 바다도
아이들이 갇힌 그 날 그 순간만은 평온했습니다.
8시48분부터 11시20분까지 영화 한 편보다 더 긴 시간에
오로지 제 목숨만 챙기고 지금까지 거짓말과 핑계만 대는
이준석을 비롯한 열다섯 선박직 선원들에게서
우리는 사이코보다 더한 악마의 무리를 보았습니다.

한 시가 한 해인 듯 견딜 수 없는 가족들에게
현장중계 화면조차 대통령이 나서고서야 세웠고
그 많은 잠수부와 구조장비가 갔음에도 갈팡질팡하다
오늘에야 총리가 나서 단일체계를 세웠다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잘 따랐기에 갇혔습니다.
그 악마의 무리에게 국민들의 목숨을 떠맡긴 곳은
접대비의 1/100도 안전교육에 쓰지 않는 청해진해운이었습니다.
그 회사가 낡아빠진 배로 장사하도록 허가한 곳은,
그 회사에 해마다 최우수상을 안긴 곳은 대한민국 정부입니다.
이 모두 테러보다 더 잔인한 범죄입니다.

모든 고등학생들이 우울합니다.
5천만 모두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지구마을로 첨단 대한민국의 발가벗은 꼴이 날마다 생중계됩니다.

지금 나라 안팎이 모두 마음을 같이하며 도우려 합니다.
그럼에도 하루 종일 방송을 들여다봐도 ‘세월아 네월아.’ 속이 터집니다.
정부에서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명심하실 바가 있습니다.
예로부터 총을 든 공무원이 군인이며 총 들지 않은 군인이 곧 공무원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업안정성과 연금까지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영웅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진도 오는 바보짓은 그만 하고
하루하루 빗발치는 여론에 거센 물살에 끌려 다니지만 말며
부디 대한민국 아이들의 집단우울증과 성난 국민들의 울분이
사고 한 주 뒤 그리고 사고 보름 뒤 어디로 뻗칠지 내다봤으면 합니다.

어느덧 자정이 넘어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에 갇힌 지 닷새입니다.

모두가 공범입니다.
대한민국의 그 어느 어른이 이 아이들 앞에 떳떳이 나서겠습니까.
한 세기가 지나도록 되풀이되는 이 테러보다 더한 범죄의 연을 끊고
공직사회부터 자영업자들까지 누구 한 사람 예외 없이
기본을 제대로 세우고 철저히 지키는 일에서
‘대충대충’과 융통성이란 말을 아예 없애지 않으면
앞으로 선진국은커녕 통일대한민국 또한
언감생심임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아. 참으로 잘못했다.
차가운 바닷속 너희들에게 할 말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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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글로브 회원들 가운데 안산에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누구보다 더 충격이 크십니다.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래는 어제 저녁 한 회원이 보내온 글입니다.
부디 아이들과 선생님들께서 돌아오시길 손 모아 빕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서 단원고에 다녀왔습니다.
학교 안에 있는 전광판에는 교복을 단정히 입으라는…
그리고 학교에서 인사를 잘하라는 멘트가 아직도 나오고 있고요…
아이들이 뛰어놀아야 할 운동장에는 이런저런 차들과 경찰차 119차
그리고 언론사의 생중계 차량들이 풀로 가득하고
학교 단상에는 특보기자들이 학교를 취재하면서
마이크 앞에 앉아있는 광경이었습니다.

자식의 생사를 모르는 어머니는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기자님들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진도에 가서 배에 갇힌 아이들,
생환자를 찾아달라고 목 놓아 부르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약간 혼미한 듯 눈앞에 있는 기자들에게 욕도 하시고요…
어머니는 아이가 차가운 물속에서 엄마 살려줘 부르며 생사를 헤매고 있는데
무엇이 보이고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저와 인연이 있는 단원고등학교 선생님이 아직 실종 중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눈앞이 막막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