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시대가 오고 있는가?

by 코리아글로브 posted Aug 23, 2015

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시대가 오고 있는가?


2015. 8. 13.

조 민 통일연구원 부원장 (코리아글로브 이사장)



1. 뛰는 중국, 쫓는 미국


최근 중동의 이란과 중남미의 쿠바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두 개의 국제적 이슈로
부각되었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 그리고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로
‘세기적 대결’은 그야말로 환성과 기대 속에서 막(幕)을 내렸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국내의 상당한 비판과 반대를 무릅쓰고 이러한 대외 전략의 전환을 추구했다. 이는
미국의 적극적 공세적 헤게모니 전략이라기보다는 수세적 방어적 대응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세계적 이슈의 당사국인 이란과 쿠바는 오랫동안 미국의 봉쇄와 경제제재에
시달려왔다. 미국은 두 나라에 대한 지금까지의 입장을 바꾸었다. 압박과 제재를
풀고 협력과 관계 정상화로 공존의 길을 모색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세기적인
타협과 양보의 길을 택했을까? 여기에는 세계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짙은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머니 파워, 차이나 파워


‘차이나 머니’가 전 지구를 휩쓸고 있다. 그렇다면 ‘차이나 파워’가 조만간 군사 안보
전략 차원에서 미국의 세계적 헤게모니 구도를 판가름할 수 있을까? 중동,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경제적 전략적 요충지마다 중국의 국기 오성홍기(五星紅旗)가
힘차게 나부끼고 있다. 지금 중국이 지구 행성에서 펄펄 날고뛰는 가운데 미국은 그런
중국을 숨 가쁘게 뒤쫓는 형국이다.


중국의 꿈(中國夢)을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해상 실크로드)’ 전략은
중국의 경제 정치 안보를 아우르는 야심찬 장기 비전으로 제시되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2013년 9월(一帶, 육상 실크로드 경제지대) 그리고 10월(一路,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에 각각
발표한 일대일로는, 시간표상으로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향후 중국의 백년 대계의
청사진으로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머니 파워를 배경으로 역내 및 글로벌 차원의 투 트랙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는 남중국해에서 해로를 따라 인도양 주변국의 전략적 거점을 잇는
‘진주목걸이 전략’의 일환으로 역내 경제 외교 측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은
금년 4월 파키스탄과 460억 달러 규모의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합의하면서,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에서 중국 신장위구르의 카스까지 이어지는 철도 도로 가스관 건설을 통해 파키스탄을
중국 쪽으로 끌어들였다. 그와 함께 스리랑카 콜롬보 항구,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몰디브, 예멘
등 아시아지역 국가의 항만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거대한 ‘AA(아시아 아프리카)-차이나
벨트’를 형성하였다. 중국의 인도에 대한 접근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지난 5월 모디 총리의
방중으로 기존 200억 달러 지원 이외에, 양국이 추진 중인 고속철 프로젝트를 포함하여 100억
달러의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연합뉴스 2015.5.15.). 남중국해로부터 동남아, 인도양, 서남아
국가 모두를 아우르는 차이나 머니 벨트는 곧장 중동과 아프리카 연안 지역으로 연결된다.


2. 일대일로(一帶一路), 미국의 ‘대중 포위망’ 무력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 추진방향은 해양과 대륙 양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원유 및 천연자원
확보 전략’이다. 에너지 안보 전략 관점을 중시하는 ‘중국식 안보 전략’의 한 형태인 ‘해양
전략’이라 하겠다. 다른 하나는 ‘공급 과잉의 국내산업 부문 수출 전략’이다. 이 수출 전략으로
국내의 중복투자와 과잉투자로 야기된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자동차 철도 건설 산업 분야 등에서의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고 수출 확대를
통해 성장세로 끌어가겠다는 경제 전략의 일환으로 유라시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을
대상으로 한 ‘대륙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둘은 짝을 이루면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차이나
머니’의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은 거침없는 행보와 차이나 머니를 통해 세계 도처에서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과시하여
미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미중 간 글로벌 전략 판도가 급속하게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은 국내 보수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동의 핵심 국가인 이란과의 핵협상을 끌어냈고,
중남미 국가인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서두르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이 이미 깃발을 꽂은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긴급 단속과 재점검을 서두르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에 입각하여 대륙과 해양으로 치고 나가면서,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로 표방된 대중(對中) 포위망을 뚫고 있다.


그런데 ‘차이나 머니’의 진출 방향이 무척 흥미롭다. 19세기 서구 제국주의 열강들이
서(West)에서 동(East)으로 세력을 확장시킨 서세동점(西勢東漸) 코스와는 반대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뻗어나가는 경로이다. 말하자면 역사의 반전 형태인 서진
전략(西進, Marching Westwards)인 셈이다. 서진 전략으로 중국의 동북 지방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은 발전 전략 차원에서는 부차적인 대상이 되고 만다. 지난 7월 시진핑
주석의 동북 지방 발걸음은 대대적인 서진을 의미하는 일대일로 전략으로 발생할 수 있는 동북
지역 발전 정책 부진에 따른 이 지역 주민들의 우려와 섭섭함을 달래기 위한 위무 차원의 행보로
이해할 수 있다.


3. 운하와 철도 프로젝트의 정치경제학


해양제국 영국과 미국에서 발달된 20세기 지정학의 한 갈래는 대양을 차지하는 국가가 세계를
제패한다는 논리로서, 이를 근거로 군함 건조 역량 아래서 양국은 해양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해양을 제패한 미국이 세계 대국의 위상을 과시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미중 간 치열한 군비경쟁과 군사안보 차원에서 해양을 통제하는 해군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강대국 간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은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오늘날 바닷길을 통한 물류의 이동은 세계 전체 물류의 95%를 차지한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석유와 천연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해상 물류의 효율적인 루트를 확보하거나 새로운
루트를 개발하고 통제권을 장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에 중국은 중동과 유럽을 잇는 이집트의
제2수에즈 운하와 더불어 중남미 대륙의 니카라과 운하 개발에 착수함으로써 이곳을 해상
실크로드의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있다. 말하자면 운하로 글로벌 물류 패권 장악과 함께 에너지
안보 전략을 적극적으로 가동하는 모습이다.


가. 제2수에즈 운하


제2수에즈 운하가 1년간의 공사 끝에 마침내 개통되었다(2015.8.6.). 기존 수에즈 운하 옆을
평행하게 지나가는 72㎞의 제2수에즈 운하 건설에 80억 달러가 투자되었다. 물론 차이나
머니로 운하를 뚫었다. 새로운 개발 사업이 요구되었던 이집트는 2014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여 양국의 ‘포괄적 전략 관계’를 밝힌 가운데 중국에 손을 내밀었고, 수에즈 운하의 다양한
전략적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랄까, 이집트
군사정권의 제2수에즈 운하 건설 사업 제안에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제2수에즈 운하 개통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통로로 경제적 이해관계 못지않게
정치적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중국의 영향권을 확대시킬 제2수에즈 운하 개통으로 미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은

2013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인권 탄압 논란을 일으킨 이집트 정부에 지원을
중단했다가 올 초 이집트가 시나이 반도를 중심으로 극단주의 세력에 위협을 받자 군사 지원을
재개했는데, 이집트에 대한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이 커지자 군사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미국은 지난 7월 31일 이집트에 F16 전투기 8대를 전달하였고, 8월 초 존 케리
국무부 장관 방문을 계기로 전략대화와 더불어 13억 달러 규모의 군사원조를 재개했다(MK뉴스
2015.7.30.; 연합뉴스 2015.8.2.).


여기서 아프리카 동부 지부티(Republic of Djibouti)로 눈을 돌려보자.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사이에 위치한 인구 90여만 명에 남한 면적의 약 5분의 1 수준인 지부티가 갑자기 주목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부티는 수에즈 운하로 가는 홍해와 아덴 만을 연결하는 길목에 있다.
현재 지부티에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이 군사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모든 배는 반드시 지부티를 지나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위해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5월 중국이 지부티와 해군기지 건설 협상을
추진하면서 관련국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미 중국은 지부티에 9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여 철도, 도로, 비행장 등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고 있으며 양국 간 경제협력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경향신문 2015.5.11.). 중국은 지부티뿐만 아니라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
공화국, 파키스탄 서남부 과다르 항구 그리고 탄자니아 바가모요 항구에도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나. 니카라과 운하(Nicaragua Canal)


중국은 니카라과 국토를 동서로 가로질러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운하를 건설 중이다. 태평양
연안의 브리토 강(江)에서 니카라과 호(湖)를 거쳐 카리브 해 연안의 푼타 고르다 강(江)까지
이어지는 운하(길이 278㎞, 폭 230m)는 2014년 12월에 착공하여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니카라과 운하 공사는 중국 정부의 영향 아래 있는 HKND(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이 총
건설비 500억 달러를 투자하여 100년 동안의 운하 관리와 운영권을 얻었다(한국일보
2014.12.24.).


니카라과 운하가 완공되면 미국의 통제 아래서 세계 교역량의 5%를 담당해온 파나마 운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1914년 개통된 파나마 운하(길이 64㎞, 폭 33m)는 폭이 좁아 대형
화물선이나 수송선이 지나갈 수 없다. 현재 용량 부족으로 확장 공사 중인데, 2016년 초 완공을
목표로 일본이 확장 공사를 맡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에너지 부족에 처한 일본은 미국에서
수입하는 셰일가스의 수송선을 위해 파나마 운하의 폭을 55m으로 넓히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쯤에서 잠시 말라카(Malacca) 해협으로 눈을 돌려보자. 말라카 해협은 동남아시아 말레이
반도 남부 서해안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동해안 사이에 위치한 국제해협으로, 역사적으로
아시아, 중동, 유럽을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어왔다. 이 해협은 길이 약 963㎞에 얕고 좁은
해협이나,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무역항로로 세계에서 가장 번잡한 해협 가운데 하나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중국이 원유와 천연가스의 80%를 말라카 해협을 통해 들여오고 있다는
점이다(우리나라 원유 수송량의 87%가 이 항로를 통해 중동에서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말라카
해협이 미 해군에 장악되어 있는 가운데 일본은 2014년 동 남중국해의 원유 수송로를 집단적
자위권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렇듯 미국과 일본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는 말라카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 중국에게 후진타오
전 주석이 말했듯이 “말라카 문제는 중국의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에서 핵심적인 고려 사항”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최근 말라카 해협의 대안으로 미얀마 서해안과 중국 원남성을 연결하는
송유관을 건설했다. 미얀마에 지속적으로 군사지원을 해온 중국은 2010년 이후 댐 건설,
석유가스 개발 및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광산 개발 등의 경제 분야에서 미얀마의 최대
투자국으로 떠올랐다. 이에 미국은 화들짝 놀랐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2년 11월 대통령 재선이 확정되자마자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고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곧장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아시아 3국을 순방했는데,
이 가운데 미얀마 방문(2012.11.19.)이 하이라이트였다. 미국은 동남아에서 미얀마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여 미얀마 신정부의 일련의 개혁 개방조치를 환영하고 미얀마 경제제재를 대폭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여 미얀마를 미국의 자장(磁場) 내에 포섭하고자 했다. 미얀마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상쇄시키고자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이전에 힐러리 국무장관이 먼저 두 차례나
방문(2011.12., 2012.5.)하여 경제제재 완화와 함께 양국 관계 개선의 당근책을 제시했다.


중국, 니카라과의 배후 베네수엘라와 함께 남미 국가들과 손잡다


다시 니카라과 운하로 돌아와 보자. 중국은 왜 니카라과 운하 건설에 뛰어들었을까? 답은
베네수엘라 원유와 중남미 천연자원에 있다. 지난해 시진핑 주석의 중남미 순방은 중국 대외
전략의 기본 방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석유 수입국이
되었다. 원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는 석유 수출 시장을 기존의 북미 지역에서 아시아
특히,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한편 셰일오일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셰일오일이 전체 석유 생산량의 30%를 차지하자
미국의 원유 수입량이 크게 줄어들었고, 2020년 무렵이면 미국이 세계 1위의 산유국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셰일오일 시장의 고속 성장으로 베네수엘라는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중국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그에 따라 중국과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협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쉬만 2014.5.16.). 2014년 7월 시진핑 주석이 중남미를 방문하면서
니콜라스 마두라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전략적 상호 신뢰’의 바탕 위에서 양국의 폭넓은 협력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에 따라 중국은 원유 수입량을 하루 100만 배럴로 크게 늘리면서 에너지
협력을 한층 강화시키는 한편, 올해 초 200억 달러 지원을 결정했다.


그 다음 시진핑 주석은 아르헨티나의 인프라 건설에 75억 달러 투자와 더불어 디폴트 위기
해소를 위해 11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었다(연합뉴스 2014.7.23.). 시진핑
주석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 질서를 견제하는 한편, 중남미 국가들의 석유와
광물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다. 이어 그는 카스트로 형제와 더불어
쿠바 마리엘 자유무역지대에 대한 투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중남미 순방 마지막 코스인
아바나로 발길을 서둘렀다. 이처럼 미국의 뒷마당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중국의 광폭 행진은
오바마 행정부의 신경을 한층 날카롭게 만들었다.


다. 대륙 실크로드, 철도 프로젝트


2014년 11월 중국 저장(浙江)성 이우(義鳥)시에서 7개국을 거쳐 스페인 마드리드를 잇는 세계
최장의 13,052㎞에 달하는 ‘이신어우(義新歐, 이우시-신장자치구-유럽)’ 철도 노선이 운행을
시작했다. 그 전 2010년 10월에는 중국 서부 공업 중심지 충칭에서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를
거쳐 독일 서부 공업도시 뒤스부르크를 잇는 11,179㎞의 ‘위신어우(愉新歐)’ 국제철도가
개통됐다. 그 뒤를 이어 청두(成都)-폴란드(2013.4.), 정주우(鄭州)-독일(2013.7.), 우한(武漢)-
독일(2014.4.), 수저우(蘇州)-폴란드(2014.9.)를 잇는 국제철도 노선이 속속 개통되었다
(KOTRA 항저우 무역관 자체정리 2015.1.6.). 이처럼 중국의 전략적 거점 지역과 중앙아시아와
유럽은 하나의 거대한 ‘중국의 21세기 철도 실크로드 경제권’으로 형성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금년 5월 남미의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칠레 4개국
경제협력 순방을 통해 일대일로 전략을 전 지구적 규모로 확대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20%대의 폭발적 성장세가 급격히 꺾여 최근 거의 정체상태에 처한 남미 국가들에 차이나
머니가 대규모로 진출할 전망이다. 이로써 지난해 7월 시진핑 주석이 중남미 순방 때 맺은
협약이 보다 구체화될 것이다. 리커창 총리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중국산 지하철을 참관하고,
양국 간 포괄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조하면서 500억 달러 이상의 경제협력 추진을
협의하였다. 특히,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페루의 태평양 항구까지 이어지는 남미
대륙횡단 철도 건설 프로젝트 사업이 구체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칠레와는 220억 위안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이밖에 항만, 수력발전소 등 공공인프라와 에너지 분야뿐 아니라
철광석 등 천연 자원에 대한 투자도 전망된다(뉴시스 2015.5.19.).


중남미의 구리, 철광석, 초석, 리튬 등 원자재는 대개 중국의 싹쓸이 쇼핑 목록이다. 칠레의
1위 수출 대상국은 2009년 이래 중국으로, 대미 수출의 2배가 넘는다. 중국은 브라질에선
2008년부터 1위 교역국으로 떠올랐고 원자재가 수출의 80%를 차지한다. 아르헨티나에서

중국은 브라질에 이어 2위 교역국이다.


중국의 고속철 건설 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중국의 여타 산업 부문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얘기된다. 중국철도건설공사는 2014년 8월 아프리카 서부 대서양 연안의 항구도시
로비투에서 동부 콩고민주공화국 접경도시 루아오까지 1,344㎞에 달하는 앙골라 횡단철도를
완공했다. 이 철도는 철도 레일, 통신 설비, 차량 등이 모두 중국산으로 앞으로 아프리카 철도는
중국 철도표준이 적용된다.


지난해 5월 리커창 총리는 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통해 총연장 1,385㎞의 나이지리아 해안철도
사업권을 따냈다. 이 철도가 운행되면 서부 아프리카 경제공동체를 잇는 철도망의 한 축이 된다.
또한 케냐의 항구도시 몸바사에서 수도 나이로비를 연결하는 480㎞의 철도 건설 프로젝트도
합의되었다. 위에서 잠시 지부티에 중국의 군사기지 건설을 언급했는데,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와 지부티를 연결하는 756㎞의 철도도 건설 중이다. 앞으로 케냐에서 탄자니아,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 남수단 등 동부아프리카 6개국을 잇는 철도 건설 프로젝트도
협의하였다. 이처럼 중국의 철도 건설 프로젝트는 이미 아프리카 지역에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
중국이 아프리카 철도를 거의 장악한 상황이다(연합뉴스 2014.8.13.).


한편 고속철 세일즈를 위해 전 지구를 누비는 리커창 총리는 지난해 10월 모스크바에서 약
600억 달러에 달하는 중-러 간 고속철 건설 사업에 합의하였다. 모스크바-베이징 고속철
건설로 총연장 7,000㎞인 운송 네트워크의 규모와 의미는 수에즈 운하와 맞먹는 수준으로
얘기되고 있다(KIEP 'CSF 중국전문가포럼' 2015.1.27.).


4. 이란 핵협상 타결, 미국-쿠바 수교


21세기 글로벌 정치경제학에서 지역 차원의 국제정세가 서로 독자적으로 별개의 사안인 경우는
별로 없다. 대개의 현상은 상호 연동되어 나타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 그리고 미국과 쿠바 수교 문제에 얽힌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미국이 미얀마, 이란, 쿠바에 대한 봉쇄와 제재를 풀고 수교까지 나아간 데에는 중국의 존재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여의주를 물고 비상하는 드래곤을 뒤쫒는 콘도르의 날갯짓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태평양전쟁 이후 대중 포위구도로 확립되었던
샌프란시스코 체제는 이제 기로에 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차원에서 중국의 적극적 공세적
진출에 미국은 수세적 방어적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아시아 중동 중남미 지역에서 봉쇄와
제재를 철회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이란>


금년 7월 세계적인 관심 속에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타결되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은 1989년
이슬람 혁명 이후 36년 만에, 그리고 핵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경제 및 금융제재 13년 만에
역사적인 타협을 이루었다. 이란의 입장에서는 핵 프로그램 포기의 대가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더 크다는 판단이었다면, 미국은 대이란 제재의 한계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8,100만 명의 인구에 한반도 7.8배에 달하는 넓은 국토의 이란은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중동의 맹주로, 핵 대신 경제와 번영을 택함으로써 지역 경제와 중동 정치의 지형이 크게 요동칠
것이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이 세계 4위이며 천연가스는 세계 2위다. 여기에다 아연, 철광석
매장량도 세계 10위권이다. 중국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이란과의
경제협력을 한층 강화시켜왔다. 오히려 경제제재의 틈을 타서 중국, 러시아, 인도는 이란의
석유 가스 개발과 인프라 투자 등 경제적 실리를 챙겨 미국을 당혹케 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2009년 전후 서방 석유회사들이 이란을 떠남에도 중국 국영석유회사는 굳건히 버텨 지금은
이란 내 최대의 석유회사로 발전했다. 금년 5월 중국은 이란과 파키스탄을 잇는 총길이
1,600㎞의 가스관 공사 프로젝트를 발주했다. 인도는 460억 달러 규모의 이란 남동부 차바르
항 합작 형태의 개발에 착수했다. 더욱이 이란은 러시아와 지난해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
중국과도 원전 2기 건설에 합의했다(연합뉴스 2015.7.23.).


이란은 핵 프로그램 개발로 인한 미국과 서방의 봉쇄와 제재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결과 미국과 서방은 무엇을 얻었는가? 경제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이란과의 협력으로 실익을
챙기는 나라들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미국은 뒤늦게나마 빗장을 풀었다. 이란은 핵 야망을
포기하고 경제적 활로를 열면서 중동의 맹주로 우뚝 설 날을 바라보고 있다.


<쿠바>


마침내 미국은 54년 6개월 만에 쿠바 경제제재를 철회하면서 수교를 재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보수 세력과 쿠바계 미국인들의 봉쇄 완화에 대한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세기 이상
지속되었던 경제제재와 쿠바 봉쇄정책의 실패를 과감히 인정하고 쿠바와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쿠바 역시 실용주의 노선에 근거한 개방과 자유화 노력 속에 쿠바의
경제 발전을 위하여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를 기대해왔다. 쿠바는 소련 붕괴 이후 10년 가까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지원으로 버텨올 수 있었는데, 최근 베네수엘라의 후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개방정책으로 가닥을 잡는 한편 중국의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쿠바 경제는 중국에 젖줄을 대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쿠바에 막대한 차관을 제공하고 관계 개선을 꾀해 최근에는 쿠바의 최대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지난 2004년 후진타오 전 국가 주석의 첫 쿠바 방문을 계기로 양국의 경제협력은
한층 긴밀해졌고, 중국의 대규모 경제지원은 미국과 서방 세계의 경제제재를 무력화시켜
카스트로를 궁지에서 구해주었다. 지난해 7월에는 시진핑 주석이 쿠바를 방문하여 “중국은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반드시 쿠바와의 우호 관계를 지킬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그와 함께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농업, 인프라 건설, 에너지, 관광 등 주요 영역에서 새로운 협력을 확대하고
광산(니켈), 재생 에너지와 생물기술 등 첨단기술 영역에서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크게 열었다
(解放日報 2014.07.24.).


역설적이지만 미국이 쿠바 봉쇄를 풀고 손을 잡기까지는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쿠바의 카스트로(Fidel Castro),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의
지도자 오르테가(Daniel Ortega), 그리고 한때 남미 정치의 주역이었던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Hugo Chavez), 이들은 미국이 악몽으로 여기는 반미 전선의 3총사였다. 그런데 지금 이 세
나라는 모두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국가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그들의
뒷마당을 중국에게 내준 셈이다. 중국과 이 나라들의 연대 속에 거꾸로 미국이 포위당하는
형국이다. 하나라도 떼어 내지 않으면 안 되는 그야말로 절박한 국면에서 미국은 턱밑의
쿠바에게 미소를 보냈다. 미국과 쿠바의 수교 배경은 이렇다.


≪에필로그≫


◎ 일본은 중국의 동남아 국가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과 전략적 위상 강화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중국이 동남아 경제권을 하나로 묶는 ‘대중화(大中華) 경제권’
구축에 대항하기 위해 메콩강 유역 5개국(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제공 의사를 적극 밝혔다(2015.7.4.). 이에 앞서 지난 5월
아베(安倍晉三) 총리는 향후 5년간 아시아지역 인프라 구축에 1,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아시아 인프라 전략의 첫발로 필리핀 마닐라의 40㎞ 철도 구간 건설에
약 2,400억 엔 차관 제공을 밝혔다. 이처럼 아베 정부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AIIB)에 대해 일본과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적극 활용하여
‘대동아(大東亞) 공영권’의 꿈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더욱이 일본은 이란 핵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발 빠르게 이란과의 에너지 관련 경제협력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동남아 국가는 ‘차이나 머니’의 세례, 미국의 손짓, 여기에다 일본의 경쟁적 호의
등으로 새로운 기회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 이제 ‘골목 담론’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때 우리 사회에서는 ‘민족’ 대 ‘동맹’ 담론이
정치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부각된 적이 있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북한을 좀 더 이해하고
포용하자는 노선과 여전히 동맹국 미국의 입장을 한미 관계의 최우선적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노선 사이의 갈등으로, 이른바 ‘민족 대 동맹’ 담론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동맹 대 균형’
담론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사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뚜렷한 스탠스를 잡지 못하는
상황을 말해준다. 우리에게 통일은 지상명제이며, 한국의 활로를 여는 일이다. 그러나 지구
행성의 주역들은 한반도와 동북아를 세계의 중심으로 여기지 않는다. 민족, 동맹, 균형 등의
‘골목 담론’을 과감히 떨치고 세계로, 미래로 힘껏 뻗어나가는 가운데 통일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KINU 2015




<참고자료>
쉬만(徐曼). “중국-베네수엘라 석유 협력 전망 매우 밝아.” KIEP ‘CSF 중국전문가포럼.’ 2014.5.16.
KIEP ‘CSF 중국전문가포럼.’ “수에즈 운하에 비유되는 중-러 간 고속철 건설사업.” 2015.1.27.
KOTRA 항저우 무역관. “中 저장성 이우-스페인 화물 열차 개통.” 2015.1.6.
경향신문 2015.5.11.
뉴시스 2015.5.19.
MK뉴스 2015.7.30.
연합뉴스 2014.7.23., 2014.8.13., 2015.5.15., 2015.7.23., 2015.8.2.
한국일보 2014.12.24.
解放日報 2014.07.24.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통일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